주간동아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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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경제 성장 확 달라졌다

지방자치 20년, 16개 지역총생산 격차 심화…다양한 정책적 노력 필요

  •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hkback@hri.co.kr

    입력2014-12-01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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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간 경제 성장 확 달라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의 퇴근 모습.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0년. 주민투표로 자치단체장을 직접 선출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민 참여가 활성화하면서 각 지역에 알맞은 행정 서비스가 제공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지역이기주의 강화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부실 운영에 따른 재정 위기 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역 간 경제 성장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 사항 가운데 하나다. ‘균형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지방자치제도 취지가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1인당 지역총생산(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추이다. 실제로 추이를 보면 자치단체 간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1인당 GRDP 전국 평균은 약 2300만 원이며, 그중 울산(4600만 원)과 충남(3800만 원)이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대구(1400만 원)와 광주(1500만 원) 등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는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남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연평균 7.3%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그래프1 참조).

    이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지표가 16개 광역자치단체의 1인당 GRDP 지니계수다. 경제 불균형도를 측정할 때 쓰는 이 지표는 모든 지역의 1인당 GRDP가 동일하면 0으로 나타나고, 격차가 커질수록 1에 가까워진다. 한국의 경우 2000년 0.17이었던 이 지표가 꾸준히 늘어나 최근 0.21에 이르렀다. 이러한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칠레, 멕시코, 슬로바키아 등에 이은 6위로 매우 높은 편이다(그래프2 참조).

    울산·충남 높고 대구·광주 최하

    경제 성장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해당 지역의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이 지역별로 다르다. 그다음으로는 경제활동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경제활동참가율이 있고, GRDP를 취업자 수로 나눈 1인당 노동생산성에 따라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끝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도 지역별로 다를 수 있다.



    이 가운데 취업자 비중과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대 들어 16개 전 지역에 걸쳐 상승했고, 이들 지표의 지역 간 격차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 전국에 걸쳐 이전보다 더 많은 비율의 사람이 돈벌이에 나섰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생산성과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그 비중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예컨대 울산의 노동생산성은 전국 평균(4900만 원)의 2배에 달하는 9800만 원 수준이고 전남, 전북, 제주, 강원, 부산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감소했다.

    특히 한국의 지역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5위 수준에 달해 1인당 GRDP 격차가 확대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취업자 비중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지 않음에도 노동생산성이 상당히 높고, 그 덕에 전국 최고 1인당 GRDP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부분이 노동생산성은 자본투자 문제, 그리고 생산가능인구는 저출산·고령화나 청년층 인구 유출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국의 지역 간 경제 성장 불균형이 심화하는 핵심 원인은 자본투자의 차이고, 그에 따른 인구 유출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불균형이 가중된다는 뜻이다.

    한 지역의 경제 성장은 역사나 지리적 입지, 자원 분포, 인구구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각 지역의 경제 수준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이 지속되면 소득 양극화나 삶의 질 저하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역시 명확하다. 생산과 일자리가 특정 지역에 편중함으로써 ‘일자리 부족 → 소득 창출 기회 상실 →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형태다. 이러한 경제적 편중은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끼쳐 지역 주민의 문화, 복지, 교육 여건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간 경제 성장 확 달라졌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 유도를

    이러한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려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수다. 첫째, 각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하향식 정책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개발 정책을 마련하고, 지역 간 선의의 경쟁과 자발적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맡아야 할 몫은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로서의 구실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리려면 각 지역 특색에 부합하는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소재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해 지역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는 규제 완화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투자 확대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포항의 포스코 같은 사례에서 보듯, 지역 경쟁력 제고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생산가능인구 증가를 위해 출산 장려와 청년층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층 인구 유입 → 저출산·고령화 속도 지연 →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지역 개발 정책과 인구 정책을 강하게 연계해야 한다. 출산 장려금 지급을 확대한다거나, 지역 소재 기업이 청년층을 고용할 수 있도록 조세를 감면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정부가 중앙집권식 행정구조만 가진 경우는 드물다. 거꾸로 말해 이들 나라의 경제 발전에는 지방정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 전체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먼저 각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 20년, 지역 간 경제 성장 격차가 확대되는 문제에 대해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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