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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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초과 베팅 돈 날렸어도 결과는 자기책임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9-22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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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초과 베팅 돈 날렸어도 결과는 자기책임
    도박을 좇는 것은 인간 속성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도박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도박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낀다. 심지어 이를 영화 소재로 삼아도 상당한 인기를 끈다. ‘타짜-신의 손’은 요즘 최고 인기 영화다.

    도박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강원랜드 등 일정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정책적으로 허용해준 것이다. 이곳에서 하는 도박은 게임이고 결과는 철저히 자기책임이다. 대법원이 최근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정모 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2014. 8. 21. 선고 2010다92438 판결)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씨는 2003년 4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이른바 ‘병정’(자기 돈으로 게임하지 않고 다른 사람 돈으로 베팅만 해주는 사람)을 이용해 333회에 걸쳐 강원랜드에 출입, 293억 원을 잃었다. 그가 이 돈을 돌려달라며 소를 냈다 패소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당연한 판결 같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2006년 3월 무렵부터 정씨는 카지노 출입을 자제하려 했다. 그런데 강원랜드 직원 김모 씨가 전화를 걸어와 “그동안 잃은 돈을 찾게 해줄 테니 5층 예약실에 들어와 게임을 해라. 우리 직원들이 보내는 신호대로 베팅하면 돈을 딸 수 있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김씨는 정씨가 이 말을 믿고 강원랜드 카지노에 도착하자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오늘은 신호를 보낼 수 없고 다음에 오면 완벽하게 준비해 꼭 따게 해주겠다”며 말을 바꿨다.

    정씨는 이날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했다. 이후에도 ‘병정’을 사용해 최고 1000만 원인 베팅 한도를 넘어 6000만 원까지 베팅했다.



    한편 정씨 아들은 아버지의 도박중독을 우려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출입을 제한하는 서면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출입 제한자 명단에 등재되기 전 정씨가 전화로 출입 제한 철회를 요청했다. 강원랜드 규정에 따르면 출입 제한 철회 요청은 서면으로 하게 돼 있다.

    정씨는 내부규정을 위반한 초과 베팅과 출입 제한자 철회 신청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약 20억 원 상당을 돌려받는 내용으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초과 베팅은 행정 단속을 위한 것이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며, 출입 제한 철회의 경우 실제로는 명단에 등재되기 전 신청이 철회됐으므로 출입 제한 요청이 애초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정씨의 청구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대법관의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다수 의견에 따라 위 결정은 향후 유사한 사례의 판단 기준이 됐다. 카지노사업자가 이용자의 도박중독 상태를 이용해 부정한 이윤을 얻은 경우가 아니라면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은 마약과 비교된다. 한번 시작하면 끊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정씨와 관련해 강원랜드의 행동이 적절한 것은 분명 아니고 이런 행위를 방지하려면 일부 반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맞겠지만, 도박의 유혹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에 수긍이 간다.

    도박뿐 아니라 어느 것이든 한 방의 꿈은 달콤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일부 사람에게는 운명적으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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