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늘 반복돼 새로울 게 없고, 또 익숙해져 심심하기 쉽다. 익숙함과 담백함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포인트가 하나쯤 있어도 좋다. 평소 아주 당연한 듯한 일상에 변화를 주는 건 작은 사치가 가진 목적 가운데 하나다.
누구나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가 뭔가를 컵에 따르고 마시는 것이다. 당신은 아끼는 컵이 있나. 아니 오늘 사용한, 혹은 어제 사용한 컵이 어떤 모양인지 구체적으로 기억하나. “컵이 그냥 컵이지, 무슨…”이라고 얘기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컵은 늘 조연이다. 아니 조연보다 못한 엑스트라인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컵 속에 담긴 음료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매력적인 조연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지 않던가. 컵을 바꿔보면 어떨까. 비싸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걸 써보자는 게 아니다. 오늘의 작은 사치는 바로 컵이다. 존재감 없던 컵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일상을 흥미롭게 만드는 건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집에서(혹은 회사에서) 커피나 홍차를 마시는 시간은 가장 여유로운 때다. 사색을 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담소를 나눌 때다. 만약 당신이 식후에 맥심 모카골드를 종이컵에 넣고 물을 부어 비닐포장지로 휘휘 저어 마시지만 않는다면, 이 시간은 일상의 우아한 쉼표와도 같다. 어떤 커피를 마실지, 어떤 차를 마실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컵으로 마실지도 중요하다. 만약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원두커피를 종이컵에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초고화질에 와이드 화면으로 찍은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도 같다. 아니면 뜨끈한 설렁탕이나 된장찌개를 플라스틱 일회용 그릇에 담아 먹는 것과도 같다.
이왕이면 좋은 컵으로
혹여 알맹이가 중요하지 껍데기가 뭐가 중요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껍데기가 그냥 껍데기가 아니다. 컵은 마시는 음료의 일부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커피를 미각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다. 후각도, 청각도, 촉각도, 시각도 다 커피를 마신다. 컵은 커피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 놀라운 도구다. 좋은 음악은 좋은 스피커로 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싼 커피가 아니라도 좋다. 이왕이면 좋은 컵으로 마시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다’는 결코 ‘비싸다’는 의미가 아니다.
머그컵 몇 개쯤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솔직히 돈 주고 산 것보다 어디서 받은 머그컵이 더 많을 터다. 커피 잔도 어느 집에든 한두 개 이상은 있다. 결혼할 때 혼수로 마련한 것도 쌓여 있고, 백화점에서 정기 세일할 때 사은품으로도 주며, 가장 만만하게 주고받는 선물이기도 해서 그리 귀한 줄 모른다.
물론 엄청나게 비싼 컵도 있다. 영국 웨지우드와 로열 덜턴, 덴마크 로열 코펜하겐 등은 고급 본차이나 브랜드로, 이 분야 명품이다. 웨지우드 커피 잔 중에는 하나에 몇십만 원 하는 것도 많다. 작은 사치가 아닌 큰 사치다. 이런 커피 잔은 커피를 따라 마실 때도 신경 써야 한다. 설거지할 때도 신경이 좀 쓰인다.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도 비싸고 좋은 식기나 컵이 있다. 한국도자기에서 본차이나를 만들고, 광주요나 이도 같은 생활도자기도 꽤 우아하고 비싸다. 주방그릇을 이런 것으로 다 바꾸고 커피 잔까지 다 바꿔놓으면 좋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나름의 사치를 누릴 방법이 있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는 게 먼저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은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컵을 사서 그것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거다. 작은 사치의 핵심은 자기를 위한 즐거움이자 사치라는 점이다. 남에게 보여주려면 비싼 명품 브랜드 컵이 필요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가격보다 추억이 더 가치가 높다.
나에겐 아끼는 컵이 있다. 사진에 담은 건 그중 일부다. 컵 출신지는 각기 다르다. 영국 런던에서 가져온 녀석부터 미국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등 다국적이다. 물론 우리나라 컵도 있다.
디자인도 다 다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아내와 관련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나와 관련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컵마다 경험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컵으로 뭘 마실 때마다 추억도 함께 마시게 된다.
손님은 이 컵을 쓸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아주 드물게 아끼는 컵을 꺼내놓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존경이자 애정을 의미한다. 그럴 때는 특이한 컵과 커피 맛 얘기로 대화 초반부가 풍성해진다. 혼자 마실 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남과 마실 때는 대화 소재가 되는 동시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는 컵. 이런 기특한 녀석들에게 투자하는 건 그리 아까울 게 없는 장사다. 아주 비싼 컵도 아니다. 깨뜨리지 않는 한 거의 평생을 쓴다. 이 정도면 꽤나 경제적인 소비 품목 아닌가.
막 쓰는 머그컵의 귀중한 가치
내가 가장 아끼는 컵 가운데 하나인 코피 흘리는 컵은 커피와 어감이 비슷한 코피를 이름으로 정한 한 카페에서 산 컵이다. 머그컵을 들고 공원을 산책할 수 있게 테이크아웃을 해줬는데 이때 컵 값이 1000원이었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2개를 ‘득템’했다. 부부가 함께 커피타임을 가질 때 좋을 컵 2개를 단돈 2000원에 구매한 것이다. 막 쓰는 머그컵이지만 코피 흘리는 그림만으로도 컵 값의 몇십 배 가치를 안겨준다.
나는 평소 카페에 가서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머그컵에 마신다. 단골 카페는 내가 가면 주문도 하기 전 머그컵부터 꺼낸다.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머그컵을 통해 손끝으로 커피 온기를 느끼는 맛, 그리고 입으로 전해지는 컵과 커피의 따뜻한 느낌 때문이다. 머그컵을 들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최고 사치 아니겠는가. 쫓기듯 바쁜 일상에서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종이컵이 아닌 묵직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제대로 된 컵을 선사해보자. 일상이 좀 더 우아해질 거다.
누구나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가 뭔가를 컵에 따르고 마시는 것이다. 당신은 아끼는 컵이 있나. 아니 오늘 사용한, 혹은 어제 사용한 컵이 어떤 모양인지 구체적으로 기억하나. “컵이 그냥 컵이지, 무슨…”이라고 얘기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컵은 늘 조연이다. 아니 조연보다 못한 엑스트라인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컵 속에 담긴 음료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매력적인 조연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지 않던가. 컵을 바꿔보면 어떨까. 비싸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걸 써보자는 게 아니다. 오늘의 작은 사치는 바로 컵이다. 존재감 없던 컵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일상을 흥미롭게 만드는 건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집에서(혹은 회사에서) 커피나 홍차를 마시는 시간은 가장 여유로운 때다. 사색을 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담소를 나눌 때다. 만약 당신이 식후에 맥심 모카골드를 종이컵에 넣고 물을 부어 비닐포장지로 휘휘 저어 마시지만 않는다면, 이 시간은 일상의 우아한 쉼표와도 같다. 어떤 커피를 마실지, 어떤 차를 마실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컵으로 마실지도 중요하다. 만약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원두커피를 종이컵에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초고화질에 와이드 화면으로 찍은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도 같다. 아니면 뜨끈한 설렁탕이나 된장찌개를 플라스틱 일회용 그릇에 담아 먹는 것과도 같다.
이왕이면 좋은 컵으로
혹여 알맹이가 중요하지 껍데기가 뭐가 중요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껍데기가 그냥 껍데기가 아니다. 컵은 마시는 음료의 일부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커피를 미각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다. 후각도, 청각도, 촉각도, 시각도 다 커피를 마신다. 컵은 커피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 놀라운 도구다. 좋은 음악은 좋은 스피커로 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싼 커피가 아니라도 좋다. 이왕이면 좋은 컵으로 마시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다’는 결코 ‘비싸다’는 의미가 아니다.
머그컵 몇 개쯤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솔직히 돈 주고 산 것보다 어디서 받은 머그컵이 더 많을 터다. 커피 잔도 어느 집에든 한두 개 이상은 있다. 결혼할 때 혼수로 마련한 것도 쌓여 있고, 백화점에서 정기 세일할 때 사은품으로도 주며, 가장 만만하게 주고받는 선물이기도 해서 그리 귀한 줄 모른다.
필자가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산 머그컵들(왼쪽).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 건 일상에 여유를 주는 ‘사치스러운’ 경험이다.
좋은 방법은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컵을 사서 그것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거다. 작은 사치의 핵심은 자기를 위한 즐거움이자 사치라는 점이다. 남에게 보여주려면 비싼 명품 브랜드 컵이 필요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가격보다 추억이 더 가치가 높다.
나에겐 아끼는 컵이 있다. 사진에 담은 건 그중 일부다. 컵 출신지는 각기 다르다. 영국 런던에서 가져온 녀석부터 미국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등 다국적이다. 물론 우리나라 컵도 있다.
디자인도 다 다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아내와 관련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나와 관련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컵마다 경험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컵으로 뭘 마실 때마다 추억도 함께 마시게 된다.
손님은 이 컵을 쓸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아주 드물게 아끼는 컵을 꺼내놓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존경이자 애정을 의미한다. 그럴 때는 특이한 컵과 커피 맛 얘기로 대화 초반부가 풍성해진다. 혼자 마실 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남과 마실 때는 대화 소재가 되는 동시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는 컵. 이런 기특한 녀석들에게 투자하는 건 그리 아까울 게 없는 장사다. 아주 비싼 컵도 아니다. 깨뜨리지 않는 한 거의 평생을 쓴다. 이 정도면 꽤나 경제적인 소비 품목 아닌가.
막 쓰는 머그컵의 귀중한 가치
내가 가장 아끼는 컵 가운데 하나인 코피 흘리는 컵은 커피와 어감이 비슷한 코피를 이름으로 정한 한 카페에서 산 컵이다. 머그컵을 들고 공원을 산책할 수 있게 테이크아웃을 해줬는데 이때 컵 값이 1000원이었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2개를 ‘득템’했다. 부부가 함께 커피타임을 가질 때 좋을 컵 2개를 단돈 2000원에 구매한 것이다. 막 쓰는 머그컵이지만 코피 흘리는 그림만으로도 컵 값의 몇십 배 가치를 안겨준다.
나는 평소 카페에 가서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머그컵에 마신다. 단골 카페는 내가 가면 주문도 하기 전 머그컵부터 꺼낸다.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머그컵을 통해 손끝으로 커피 온기를 느끼는 맛, 그리고 입으로 전해지는 컵과 커피의 따뜻한 느낌 때문이다. 머그컵을 들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최고 사치 아니겠는가. 쫓기듯 바쁜 일상에서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종이컵이 아닌 묵직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제대로 된 컵을 선사해보자. 일상이 좀 더 우아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