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마음속 판타지를 무대에 구현한 뮤지컬 ‘미스터 쇼’ 박칼린 감독(왼쪽)과 뮤지컬의 한 장면.
1. 야하지만 야하지 않다 : ‘야함’의 기준이 노출이라면 러닝셔츠와 바지를 찢고, 마지막에 속옷까지 벗어 던진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 작품은 야하다. 그러나 육체미와 안무에 집중해서 보면 대놓고 야한 장면은 없다. 배우 중 절반이 헬스트레이너 출신이라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있지만, 육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는 최적의 캐스팅이다. 박칼린 감독 말대로 ‘무심한 듯, 관심 없는 듯 지나치기엔 아름다운 남자의 몸’이니까. 배우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 ‘풀몬티’나 ‘매직 마이크’의 남성 댄서를 떠올리게 한다.
2. 너무 깊이 생각하면 진다 : MC 진행하에 배우들이 8개 코너에 출연해 관능적인 댄스와 연기를 보여주는 쇼이기에, 코너별 ‘테마’는 있지만 ‘스토리’는 없다. 어깨가 부딪친 남자 배우 두 명이 시비가 붙어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안무를 보여주거나 정장, 교복, 군복 같은 제복 차림으로 섹시 댄스를 추는 식이다. 웨이터로 변신한 배우의 몸을 관객이 쓸어내리도록 유도하는 코너도 있다.
3. 공연장 안팎 반응이 다르다 : 반응은 극과 극이다. 박 감독은 “여자들이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혹자는 “이런 건 내 욕망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여성의 숨은 욕망을 양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출이 심한 걸그룹이나 알몸 마케팅을 한 연극 ‘교수와 여제자’처럼 이 작품은 남성의 성상품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어찌 됐든 작품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만큼이나 후기를 기다리며 예매를 고심하는 관객도 상당한 걸 보면 일단 박 감독의 실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4. 뮤지컬이지만 기존 뮤지컬과 다르다 : 배우들이 노래를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과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쇼’에 가깝다. 뮤지컬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국내에 없던 이런 스타일의 ‘보이 쇼’를 기다렸다면 만족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장기 흥행을 노린다면 티켓 값을 조금 낮춰야 하지 않을까.
6월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