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시편 26

  • 고은

    입력2014-01-0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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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시편 26
    눈이 그쳤다

    가난한 사람이 집을 나서면

    더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오종종 찍혀 있다

    나온 개가 가다가

    뒤 돌아다본다

    개의 발자국

    순하디순하다

    왜 이다지 눈 온 세상은 서럽도록 부자냐

    딸부자냐

    아들부자냐

    눈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발자국이 먼 길을 따라와 있다.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참 고마운 내 발자국. 나와 동행한 존재는 결국 나였다. 얼어붙은 세상, 비록 홀로 가는 길이지만, 따뜻한 모닥불을 지피는 사람들이 동네에 가득하다. 오늘도…, 가난한 그들 인생이 눈부시기를 기원한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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