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투자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안전하면서 수익도 높은 것’일 터다. 여기서 안전하다는 말은 원금 보장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을 겸비했다는 투자처는 대부분 사기극이었거나 비참한 결과로 끝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미국 월가를 놀라게 한 ‘메이도프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초대 위원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사기극이 드러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금융인이자 자선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가 1960년 설립한 헤지펀드 메이도프 LLC는 미국 유명 인사들이 가입하고 싶어 안달하는 펀드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월가를 놀래킨 ‘메이도프 사기’
1만3500명의 투자자 명단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재단, 미국의 저명 금융칼럼니스트 로버트 파월의 아내 등이 포함됐다. 모두 똑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이들뿐 아니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금융회사들도 메이도프의 사기극에 놀아났다. 영국 HSBC, 일본 노무라, 프랑스 BNP, 스페인 산탄데르 같은 글로벌 금융그룹이 메이도프 LLC에 투자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입었는데, 금액은 9510만 달러(약 1000억 원) 정도였다.
메이도프 사기 사건은 금융사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먼저 정서적으로 배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즉,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자긍심과 배타성을 마케팅 무기로 활용한다. 리스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그것도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하다. 메이도프는 금융시장 변화에도 매년 12% 수익률을 제공했다. 즉, 안정적인 수익을 두 번째 무기로 삼은 것이다. 세 번째 무기는 그럴듯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방법이다. 메이도프는 있지도 않은 ‘split-strike conversion’이란 투자 전략을 쓴다고 주장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인 2000년부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부정비리 민간조사기관 회계사인 해리 마르코폴리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의혹을 제기했고, 실제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2005년 마르코폴리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는 사기다’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안전하고 꾸준한 고수익’이 등장한다.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금융사고도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갖는다. 상호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동양증권의 기업어음 사태도 모두 안전과 고수익 동시 보장 스토리가 있었다.
투자 세계에서 안전과 고수익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고수익은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다. 이 간단한 진리만 명심해도 금융사기나 금융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한 잘못된 믿음 가운데 하나는 ‘주식은 위험하고 채권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채권은 통상 은행 예금의 대체재로 인식된다.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면서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채권과 주식 모두 해당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음은 매한가지다.
물론 채권은 주주에 앞서 먼저 상환받을 권리를 포함하지만 채무자에게 남은 재산이 없으면 그 권리도 소용없다. 게다가 채권은 신용(신뢰)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팔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채권은 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는 채무증서다. 이자와 원금을 잘 갚을 수 있다는 신용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된다. 신용이 깨지는 순간, 채권 거래는 급격히 사라진다. 돈이 완전히 묶인다. 반면 극단적 얘기지만, 주식은 하한가에라도 팔고 탈출할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최근 더 중요해진 것은 저금리 때문이기도 하다. 10%대 고금리 시절에는 11%나 9%나 리스크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3%대 저금리 구조에서는 1%p의 수익을 더 얻으려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주식 1%와 채권이나 예금 1%가 갖는 리스크는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주식에서 1% 오르고 내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채권이나 예금에서 1%를 더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리가 예금이나 국채보다 높으면 먼저 안전성을 의심하는 게 상책이다.
투자는 리스크와의 싸움
주식이 더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은 변동성을 리스크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변동하지 않는 자산은 없다. 10년에 걸쳐 매일매일 집값을 적고 그래프로 그려보라. 아마도 상당한 변동성을 가질 것이다. 예금이나 채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금리를 기록하면 생각보다 높은 변동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금이나 채권의 변동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가격 변화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을 놓고 보면 주식도 변동성이 확 줄어든다. 연금처럼 10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에 주식을 일정 정도 편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축이 길어지면 변동성은 낮아진다.
투자는 근본적으로 리스크와의 싸움이다. 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처는 없다.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은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 투자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이다. 리스크 관리 요체는 시간과 현금이다.
투자에서 시간은 가장 안전한 리스크 관리 장치다. 예를 들어 1948년부터 98년까지 기간 중 어떤 20년을 선택하든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주식에 장기투자할 경우, 연 수익률은 6.5~17.8%였다. 하지만 이 기간 어떤 1년을 선택해 S·P 500 주식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26.5~52.6%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단위 단기투자는 최대 52.6%라는 대박을 낳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26.5%라는 큰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높아 보이는 자산도 시간축을 늘리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주식 같은 투자처는 아무리 짧아도 5년 정도의 시간축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분산투자에선 반드시 현금 비중을 일정 정도 유지해야 한다. 현금은 위기 시 가장 강력한 피난처다. 모든 자산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몰빵’한 경우 가격이 폭락하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만일 부채까지 있다면 급매물로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현금이 있다면 힘든 시기를 인내할 수 있다. 현금은 수익을 내는 자산은 아니지만 치명타를 입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다.
흔히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100년에 한 번 오는 위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퇴직하는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 이후 시장은 반등하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기다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느냐다. 시간은 현금이 만들어준다. 재무설계 이론에서는 예비자금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생활비는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시간과 현금이라는 두 가지 무기만 잘 활용해도 시장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미국 월가를 놀라게 한 ‘메이도프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초대 위원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사기극이 드러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금융인이자 자선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가 1960년 설립한 헤지펀드 메이도프 LLC는 미국 유명 인사들이 가입하고 싶어 안달하는 펀드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월가를 놀래킨 ‘메이도프 사기’
1만3500명의 투자자 명단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재단, 미국의 저명 금융칼럼니스트 로버트 파월의 아내 등이 포함됐다. 모두 똑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이들뿐 아니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금융회사들도 메이도프의 사기극에 놀아났다. 영국 HSBC, 일본 노무라, 프랑스 BNP, 스페인 산탄데르 같은 글로벌 금융그룹이 메이도프 LLC에 투자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입었는데, 금액은 9510만 달러(약 1000억 원) 정도였다.
메이도프 사기 사건은 금융사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먼저 정서적으로 배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즉,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자긍심과 배타성을 마케팅 무기로 활용한다. 리스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그것도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하다. 메이도프는 금융시장 변화에도 매년 12% 수익률을 제공했다. 즉, 안정적인 수익을 두 번째 무기로 삼은 것이다. 세 번째 무기는 그럴듯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방법이다. 메이도프는 있지도 않은 ‘split-strike conversion’이란 투자 전략을 쓴다고 주장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인 2000년부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부정비리 민간조사기관 회계사인 해리 마르코폴리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의혹을 제기했고, 실제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2005년 마르코폴리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는 사기다’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안전하고 꾸준한 고수익’이 등장한다.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금융사고도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갖는다. 상호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동양증권의 기업어음 사태도 모두 안전과 고수익 동시 보장 스토리가 있었다.
투자 세계에서 안전과 고수익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고수익은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다. 이 간단한 진리만 명심해도 금융사기나 금융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한 잘못된 믿음 가운데 하나는 ‘주식은 위험하고 채권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채권은 통상 은행 예금의 대체재로 인식된다.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면서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채권과 주식 모두 해당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음은 매한가지다.
물론 채권은 주주에 앞서 먼저 상환받을 권리를 포함하지만 채무자에게 남은 재산이 없으면 그 권리도 소용없다. 게다가 채권은 신용(신뢰)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팔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채권은 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는 채무증서다. 이자와 원금을 잘 갚을 수 있다는 신용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된다. 신용이 깨지는 순간, 채권 거래는 급격히 사라진다. 돈이 완전히 묶인다. 반면 극단적 얘기지만, 주식은 하한가에라도 팔고 탈출할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최근 더 중요해진 것은 저금리 때문이기도 하다. 10%대 고금리 시절에는 11%나 9%나 리스크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3%대 저금리 구조에서는 1%p의 수익을 더 얻으려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주식 1%와 채권이나 예금 1%가 갖는 리스크는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주식에서 1% 오르고 내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채권이나 예금에서 1%를 더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리가 예금이나 국채보다 높으면 먼저 안전성을 의심하는 게 상책이다.
투자는 리스크와의 싸움
주식이 더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은 변동성을 리스크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변동하지 않는 자산은 없다. 10년에 걸쳐 매일매일 집값을 적고 그래프로 그려보라. 아마도 상당한 변동성을 가질 것이다. 예금이나 채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금리를 기록하면 생각보다 높은 변동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금이나 채권의 변동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가격 변화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을 놓고 보면 주식도 변동성이 확 줄어든다. 연금처럼 10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에 주식을 일정 정도 편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축이 길어지면 변동성은 낮아진다.
투자는 근본적으로 리스크와의 싸움이다. 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처는 없다.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은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 투자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이다. 리스크 관리 요체는 시간과 현금이다.
투자에서 시간은 가장 안전한 리스크 관리 장치다. 예를 들어 1948년부터 98년까지 기간 중 어떤 20년을 선택하든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주식에 장기투자할 경우, 연 수익률은 6.5~17.8%였다. 하지만 이 기간 어떤 1년을 선택해 S·P 500 주식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26.5~52.6%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단위 단기투자는 최대 52.6%라는 대박을 낳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26.5%라는 큰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높아 보이는 자산도 시간축을 늘리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주식 같은 투자처는 아무리 짧아도 5년 정도의 시간축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분산투자에선 반드시 현금 비중을 일정 정도 유지해야 한다. 현금은 위기 시 가장 강력한 피난처다. 모든 자산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몰빵’한 경우 가격이 폭락하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만일 부채까지 있다면 급매물로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현금이 있다면 힘든 시기를 인내할 수 있다. 현금은 수익을 내는 자산은 아니지만 치명타를 입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다.
흔히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100년에 한 번 오는 위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퇴직하는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 이후 시장은 반등하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기다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느냐다. 시간은 현금이 만들어준다. 재무설계 이론에서는 예비자금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생활비는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시간과 현금이라는 두 가지 무기만 잘 활용해도 시장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