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1만원권 신권.
투자자 처지에서 보면 한마디로 방향성 없는 시장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의 승자’가 등장해 선방했다는 점이다. 주식과 예금, 그리고 부동산까지 망라해 수익률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가치주, 배당주, 글로벌 소비재 주식이었다.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년 내내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주식과 예금, 부동산은 ‘경쟁관계’
먼저 국내 자산시장에 한정해 분석해보자. 주식, 부동산, 예금은 모두 자산의 한 종류다. 은행 예금에 이자가 있듯이 모든 자산에는 ‘이익률’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라면, 예금이란 자산의 이익률은 5%가 된다. 부동산은 월세가 기준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 주상복합인 T아파트 224.79㎡(약 67평)의 시세는 20억 원 선.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 매물 코너를 보면, 이 아파트의 월세는 보증금 5억 원에 450만 원가량이다. 따라서 이 아파트의 수익은 매달 월세로 받는 5400만 원(450만 원×12개월)과 5억 원의 이자(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2.59%·한국은행 2013년 10월 기준) 1295만 원을 합친 6695만 원이 된다. 20억 원이란 부동산 자산에서 매년 6695만 원 정도 수익이 발생하므로 이 아파트의 이익률은 약 3.34%가 된다.
주식도 이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 A라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고 이익이 8조 원이라면, 이 회사의 이익률은 8%가 된다(여기서 말하는 이익률은 주가상승률이 아니다). 이익률은 기업 순이익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익률의 역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다. 반대로 PER 역수는 주식 이익률이 된다.
PER는 주가(시가총액)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PER가 10배라는 얘기는 주가가 이익의 10배에 거래된다는 의미다. PER는 또한 투자자 처지에선 원금 회수 기간을 뜻한다. PER=10이란 얘기는 현재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향후 10년 동안 유지한다면 10년 뒤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익률을 기준으로 주식과 예금, 부동산 자산을 비교해보자. 먼저 은행 예금. 2013년 10월 기준 시중은행 평균 예금 금리가 2.59%이므로 예금 자산 이익률은 2.59%가 된다. 부동산은 앞서 주상복합 T아파트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3~4%대다. 마지막으로 주식. 2013년 말 기준 주식시장의 PER는 9.5% 수준이다. 주식 자산의 이익률은 PER의 역수이므로 10.52%가 나온다. 이익률 순서로 세 가지 자산을 한 줄로 세우면 1번 주식, 2번 부동산, 3번 은행 예금 순이다.
주식 자산의 이익률은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자산보다 높다.
2014년 자산시장의 풍경을 보려고 자산 이익률을 따져보는 이유는 ‘자산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산의 경합성’이라고 한다. 돈은 장기적으로 이익을 쫓는다. 이익이 많은 곳으로 이동한다. 단기적으로 이익률이 적은 곳에 돈이 모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은 이익률이 높은 자산 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모든 투자 수익(이익률)은 궁극적으로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즉, 주식을 소유할 때 수익과 예금이나 부동산을 소유할 때 수익이 경쟁한다는 것이다.
주식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주식 자산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는 여러 불안 요인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주식 자산이 가장 매력적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수가 상승하고 주도주가 나와야 방향이 잡힐 것이다. 방향성이 보이기 전까지는 안정적인 인컴이 있는 배당주나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데 초점을 맞춘 가치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4년은 자산배분이 중요한 투자 전략으로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는 한 상품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예를 들어 펀드에 투자할 경우 어느 펀드에 투자하느냐를 일차적으로 고민했다. 입지(立地) 상품인 부동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정착하면, 투자 대상 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론 과거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산배분을 통해 적정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이 진화해나갈 수밖에 없다.
자산배분이 처음 등장한 1980년대 초반에는 국가 간 자산배분이 논의 중심에 있었다. 80년대 가장 뜨거운 시장은 일본이었다. 일본에 자산배분을 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수익률 격차가 컸다. 90년대 들어서는 자산 간 스타일과 속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령 주식형 펀드라도 성장주 스타일인지 가치주 스타일인지를 따지기 시작했고, 대형주와 소형주의 시가총액 방식의 구분법도 주목받았다. 그 후에는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저비용의 자산배분 수단이 등장하면서 자산배분 대상이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졌다.
지금까지가 다양한 자산배분 수단이 국내에 도입된 단계라면 앞으로는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자산의 몇 %를 해외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또 국내 주식 자산에 투자할 때도 어떤 스타일의 펀드에 할당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익률과 자산배분 관점에서 볼 때 2014년에는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자산배분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은 올바른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 일정 수준의 자산은 해외에 투자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약 1800개에 불과해 분산투자에 한계가 있다.
저성장과 저금리 시대는 자산운용 차원에서 빙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저성장과 저금리 한파를 돌파하는 유력한 전략 가운데 하나는 자신만의 자산배분 정책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