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안 울림이 安 느껴져!

안철수 의원 지지율 높지만 영향력 실종…세력화 등 가시적 성과 미미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문수인 매일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forines@daum.net

    입력2013-09-30 09: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치 현안 울림이 安 느껴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1주년을 맞아 9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9월 15일 일요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9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에 뛰어들며 정치에 공식 입문한 지 1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그는 10월 재·보궐선거(재보선)와 3자회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대한 견해 등을 밝혔다. 그런데 이 기자간담회를 취재하려 모인 기자는 10명 남짓. 1년 전 대선 출마선언 당시 취재진이 구름같이 모였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직후만 해도 안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그대로 받는 듯했다. 정치 풍향계도 안 의원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재 안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유력 대선주자에서 ‘인기 있는 초선의원 정도’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안 의원의 추락한 위상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은인자중하던 안 의원은 8월부터 민생행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생현장을 찾았다. 안 의원 측은 친절하게 기자들에게 전날 안 의원의 일정을 꼬박꼬박 공지했다. 그 행보가 흡사 대선 당시를 연상케 했다. 그렇지만 의욕에 비해 별 반향은 없었다.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의 행보라고 볼 수 없었다.

    인기 있는 초선으로 추락한 위상

    정보기술(IT) 전문가답게 안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자기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 국회 입성 후에도 안 의원은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복지 문제, 차기전투기 선정 등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해 즉각 자기 의견을 올렸다. 하지만 그뿐, 울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위상이 추락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력화 등의 정치 행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한다. 안 의원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안 의원은 이런 여론을 의식해 정치권에 입성한 후 새 정치집단을 만드는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새 정치집단을 만드는 일은 세력화 작업으로 포장됐고, 그 단초는 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안 의원은 세력화 작업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마다 구체적인 것을 내놓지 못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안 의원은 신당과 관련해 “민의를 계속 수렴하고 있다. 같이하고자 하는 이들의 뜻이 중요하다”면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관련 질문이 있을 때마다 그가 반복한 대답이다.

    물론 여기에는 안 의원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 과정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1인 정당’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기존 정치권을 내내 비판해온 안 의원이 자기 뜻대로 세력화를 이뤄내겠다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세력화 작업에 대한 논의가 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관심은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그의 인기에 기반을 둔 것인데, 자신이 그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안 의원이 이처럼 ‘세력화=신당’이라는 것을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 입문 후 이렇다 할 시험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 의원은 내심 자신의 첫 정치적 시험대로 10월 재보선을 잡았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은 5월 기자와 만나 “내년까지 정치 일정을 기다리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10월 재보선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서 우군을 만든 후 그 기세를 몰아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국회에서 그의 옆을 지키는 것은 무소속 송호창 의원 한 사람. 따라서 원내에 기반을 만드는 것이 세력화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10월 재보선에 전력을 집중했지만, 정치 일정 자체가 어그러지면서 무산됐다. 10월 재보선은 당초 1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2곳으로 축소됐다. 그 2곳 역시 안 의원으로서는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다.

    안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10여 곳으로 예상했던 10월 재보선 지역이 줄어들면 정치적 의미가 축소되기 때문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안 의원은 총력전을 펼칠 전장을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미뤄 잡았다. 그러면서 신당과 관련한 세력화 작업도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한 후 신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 당시 형태에 대해 최선을 다해 찾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세력화의 실체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설상가상, 이처럼 세력화 작업이 더뎌지면서 내부 전열도 흐트러지는 모습이다. 신진 인사들과 기존 안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심심찮게 들린다. 안 의원은 세력화 작업의 일환으로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실행위원이란 직책을 신설해 각 지역별로 임명했다. 실행위원들은 지역에서 인적 네트워크 작업을 하며 지역 기반을 만드는 구실을 한다. 새로 영입한 인사가 대부분이다.

    지지층 확산 돌파구 찾기 과제

    문제는 각 지역에서 새로 활동하게 된 실행위원들과 기존 포럼 형태로 존재하던 안 의원 지지자들 사이의 구실이 모호해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 최근 부산지역 조직 구성과 인재영입 실무를 책임질 인사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의원 보좌관 출신인 오현규 씨를 선임했지만, 오씨가 지역활동을 시작하자 지난해 대선 때 안 의원을 지지했던 기존 지역 세력 가운데 일부가 불쾌감을 토로했다. “하는 일에 차이가 별로 없는데 왜 옥상옥 격으로 조직을 꾸리느냐”는 불만이었다.

    이 같은 갈등은 기능 분담과 대화로 풀렸지만 그 불씨는 여전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게 안 의원 측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어렵게 모셔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거취를 둘러싸고도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됐다. 외부 세력화는 요원하고,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새 정치에 대한 비전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도 그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안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낡은 정치의 타파 기조 속에 양당 구조를 깨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는 것이 새 정치”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합리적 보수, 온건 진보를 지지하는 틀을 만들고, 중산층 서민을 대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용은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모두 주장하는 것이고, 양당의 정책 지향점도 중산층과 서민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의 새 정치와 기존 정치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처한 현 환경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대선 출마선언 후 받은 20%대 지지율은 유지되고 있다. 정치인에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은 뭔가를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안 의원이 등장했을 당시 기대를 가졌던 이들이 여전히 그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안 의원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이 지지층을 확산해야 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의원이 받는 현 지지율이 최대치일 수도 있지만 그 파괴력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며 “대중은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안 의원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당분간 의정활동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그나마 구체적으로 나온 그의 정치적 계획은 ‘내년 지방선거에는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정치 입문 후 안 의원이 보인 행보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은 최근 그의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는 일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안철수 현상’이란 말에서 보듯 그 자신이 아직까지 이 무대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