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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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일상이 짜릿하다

‘크리에이티브 생활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8-05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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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바꾸면… 일상이 짜릿하다

    백만기 지음/ 글담출판사/ 208쪽/ 1만2800원

    똑같은 일을 해도 남들과 다른 발상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고 미래를 바꾸는 크리에이티브(창의성)는 ‘지니의 요술램프’와도 같다. 치열한 경쟁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창의성은 반드시 갖춰야 할 스펙이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TBWA 코리아, Lee DDB, 웰콤(WELCOMM), 오이스터 컨버세이션을 거쳐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저자는 “일상에서 누구나 창의성을 기를 수 있고, 써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15초의 마술’ 광고를 통해 사람 마음을 사로잡은 18가지 비결을 풀어놓는다.

    “숯불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조개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평생 동안 차가운 물에서만 놀던 이 조개들이 불이란 걸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또 가스 불 위에 얹힌 꽁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 광고 창의성의 기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는 ‘빙의 체험’이다. 제작자가 아닌 그 브랜드의 타깃이 되는 사람, 혹은 브랜드와 관련 있는 인물, 때로는 제품 자체의 속성에 며칠간 푹 빠져 지내는 것이다. 그래야 광고를 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완벽한 자기최면과 함께 엄청난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

    흔히 머리가 굵어지면 다른 사람 의견이나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한다. 그동안 살아온 패턴을 바꾸기 싫어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선배나 동료, 심지어 새까만 후배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에서 나온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인풋(Input)이 없으면 당연히 아웃풋(Output)도 없기 때문이다.



    눈만 뜨면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튀어야 사는 광고는 기존의 판을 뒤집는 싸움이다. 때로는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난 삐딱한 발상이어야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광고가 평범하다는 말은 곧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평범함을 뒤집고 두뇌를 활성화하려면 자극을 줘야 한다. 늘 다니던 출근길 경로를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매일 먹던 점심 메뉴를 바꾸는 등의 행동이 그래서 필요하다.

    결론이 빤한 소설이나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은 없다. 맞다. 이 세상 모든 스토리는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다. 여름철 더위를 날려주는 추리소설이나 공포영화는 반전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벌어지고, 예기치 못했던 인물이 막판에 범인으로 밝혀진다. 광고도 마찬가지. 청순한 뒷모습을 가진 여자가 알고 보니 남자인가 하면, 여자가 가슴에서 패들을 빼자 남자는 천천히 가발을 벗으며 자기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상식이 역전될 때 가장 짜릿한 법이다.

    “뭔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면 소재 자체가 노멀(normal)하지 않은, 말하자면 우주인 이야기, 동성연애 이야기, 동화 같은 판타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장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어머니, 아버지, 자식 같은 몇천 번은 우려먹었을 것 같은 소재는 어떤 각도로 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매번 괜찮은 아이디어로 태어난다.”

    역시 공감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그 이상이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내용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 키우는 것은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책은 이 밖에도 작명법, 탈선법, 용병법, 중매법 등 그동안 광고를 제작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일상을 활기차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그동안 만들었던 광고 ‘초코파이, 지구와 정을 맺다’ ‘참붕어빵, 한 마리론 아쉬워’ ‘네앱’ ‘실용의 길을 위해’ 등은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남다른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느낀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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