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동면 상위마을의 봄’, 2010 2. ‘지리산 삼신봉에서’, 2009 3. ‘함양상림’, 2011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는 전시장에는 가로세로 2m가 넘는 지리산 대형 풍경화가 가득 걸려 있다. 산수유 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전남 구례군 상위마을에서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하늘까지 뻗치는 듯한 한겨울 삼신봉까지, 계절도 장소도 다른 지리산의 얼굴은 하나같이 탐스럽다. 화폭을 가득 채운 이씨의 발품과 땀내가 느껴진다. 그는 “풍경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려고 사진을 찍지 않고 붓으로 스케치한다”고 했다.
수없이 바라보고 스케치하며 눈에 익힌 풍경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다 보니 그의 작품에는 한 각도에서 같이 보일 리 없는 여러 모습이 동시에 드러나기도 한다. 2011년 작 ‘함양상림’을 보면 울창한 숲 군데군데 자리한 부락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2009년 작 ‘지리산 삼신봉에서’에는 아예 삼신봉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하는 화가 본인의 모습이 담겼다. 이씨는 “진경과 실경은 다르다”며 “이번 전시는 ‘진경 순례’의 기록”이라고 했다. 전시장에는 이씨가 밑그림으로 삼은 기록 화첩을 함께 전시해 작품 제작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웅장한 지리산 풍경과 더불어 전시된 경남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政堂梅)와 전북 남원 삼산마을 고송 등 지리산 인근 마을의 수려한 수목을 담은 작품도 눈길을 끈다. 4월 28일까지, 문의 02-733-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