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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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대책은 ‘하우스 푸어’ 돌려 막기

양도세 감면으로 부동산 활성화 어렵고 서민만 빚쟁이 만들 것

  •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 jis1029@naver.com

    입력2013-04-05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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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대책은 ‘하우스 푸어’ 돌려 막기

    4월 1일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현오석 경제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부터)이 자리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한 번도 써먹은 적이 없던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카드까지 꺼낸 것을 보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은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강력한 촉진제로 평가받는 무기다. 구매 후 5년간 양도차익이 있어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 감면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준다. 한마디로, 집을 더 많이 사라는 정책이다.

    부동산 경기 좋아야 효과 발휘하는 대책

    정부는 4월 1일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까지 구매하는 9억 원 이하 신축과 미분양 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세를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구매한 경우에도 5년간 양도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또한 공공분양 주택 축소 및 공공임대 주택 확장,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취득세 면제 및 대출 금리 인하와 하우스 푸어를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 및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잠재수요를 유효수요로 전환하고 공급을 줄여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충분한 정책을 내놓았다”고 자평한다.

    정부가 하우스 푸어와 렌터 푸어를 구제하고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한 점은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 양도세 감면 정책까지 꺼내든 것이 올바른 정책이고 또 효과적인지는 냉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양도세 감면 정책은 실수요자든 투자 수요자든, 구매 후 5년간 양도차익을 면제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유인책이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최초로 시도한 정책으로, 양도세 감면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그 후 부동산값이 폭등해 큰 이익을 봤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발표한 미분양 양도세 감면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한 데다, 이 정책에 의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큰 손해까지 봤다. 당시 5년간 100% 양도세 감면 지역이던 경기 용인의 미분양 아파트는 그 후 계속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양도세 감면 정책은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야 효과를 발휘하는 대책이다. 부동산값이 많이 올라야 양도차익도 생기고 그 차익에 대한 세금까지 면제받으니 투자자로선 일석이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위험한 정책이다. 양도차익이 생기기는커녕 기회비용까지 상실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집을 추가로 샀다가 향후 팔리지 않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분양되지 않은 매물을 정부가 사라고 종용하는 꼴이니 건설사들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무슨 까닭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하고 부동산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로 양도세 감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 것일까. 이 양도세 감면 정책은 9개월만 존속할 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2%대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로 인한 소득 저하, 1~2인 가구 증가, 취업률 하락과 조기 정년, 베이비부머 은퇴로 인한 매물 증가 등의 악재에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부동산 시장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싶은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로서 현장 모습과 소비자 생각을 생생하게 듣고 보는 필자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집을 사야 하는 계층인 30~40대가 지금까지 주택 구매를 망설이거나 포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보금자리주택 같은 로또에 당첨되려고 기나긴 세월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사려 해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쟁이가 수도권의 작고 허름한 2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매달 100만 원씩을 20년간 모아야 한다. 돈 많은 정부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월급쟁이가 한 달에 100만 원씩 모으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서민 푼돈 자극해서는 안 될 일

    4·1 대책은 ‘하우스 푸어’ 돌려 막기

    2012년 9월 23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집값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양도세를 감면해주고 대출 금리를 3.5%로 낮춰줄 테니 빚내서 또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제2, 제3의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우스 푸어는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번 정책은 그런 하우스 푸어의 집을 팔아주려고 또 다른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며칠 전 필자가 만난 40대 초반 부부는 연봉도 많은 편이고(9000만 원), 절약해 생활하는데도 사는 게 힘들고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들 부부는 2006년 서울 수색에 있는 아파트를 3억4000만 원에 사면서 2억7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7년간 알뜰히 모은 1억9000만 원으로 대출금을 갚았는데도 아직 빚은 8500만 원 남았고, 집값은 한때 4억50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2억8000만 원에 불과하니 어쩌면 좋겠느냐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7년간 1억9000만 원을 모았다면 1년에 2700만 원을 아낀 것이니, 두 자녀를 키우고 부모 생활비도 대야 하는 이들 부부가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직도 빚쟁이인 데다, 커가는 아이들 때문에 여유자금을 비축할 여력이 없어 노후 준비는 남의 나라 얘기로만 여겼다. 이들 부부의 비극은 집을 사려고 대출을 너무 많이 받은 데서 비롯됐다. 버는 수입에 비해 거주비용에 많은 돈이 들어가니 생활이 나아질 수 없는 것이다.

    이 부부의 한 달 거주비용은 약 284만 원([3억4000만 원×6%(기회비용)+2억7500만 원×5%(대출 이자)]÷12)이나 됐다. 많은 사람이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돈을 아끼고 모으지만 별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거주비용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집값을 올리기에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려면 투자자에게 솔깃한 당근을 줘야지, 서민의 푼돈을 자극해서는 약발이 서지 않는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재개발과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 용산 개발 정상화, 역세권 개발 등 개발을 촉진하면 투자자가 움직이고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 정부는 그 개발 이익을 일부 환수하면 임대아파트를 지어 서민주거를 안정화하고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양도세 감면 정책 따위로는 얼어붙은 투자자의 투자 의욕을 되살릴 수 없다. 공연히 내 집 마련하겠다는 서민을 또다시 빚쟁이로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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