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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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꽃송이 봄 식탁에 딱!

제비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3-25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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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작은 꽃송이 봄 식탁에 딱!
    봄 햇살이 따사로우니 몸도 마음도 들썩입니다. 햇살 따라 산책길을 걷노라니 들판이며 숲가에서 삐죽삐죽 올라오는 파릇한 새싹들이 보입니다. 행여 봄꽃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 두리번두리번 걷는 발걸음이 봄날처럼 가볍습니다. 흥얼흥얼 노래도 나옵니다. “보랏빛 고운 빛 우리 집 문패꽃 꽃 중에 작은 꽃 앉은뱅이랍니다.♬♪~.”

    그 작은 꽃, 제비꽃이 보이네요. 연약한 듯 보이지만, 겨울을 이기고 제일 먼저 올라와 여기저기 핀 모습을 보니 본성은 강인한 꽃입니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정다운 우리 꽃이기도 하지요.

    제비꽃이란 이름은 날렵한 꽃 자태와 빛깔이 제비를 닮은 데다,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비꽃은 우리와 친근한 만큼 별칭도 많지요. 제비꽃을 흔히 오랑캐꽃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습니다. 조선시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 마을마다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와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꽃 밑부분(이 부분을 식물 용어로 ‘거’라고 합니다. 꿀샘이 있는 곳이지요)이 변발한 오랑캐 머리채 같아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니 사랑스러운 꽃 모양새와 달리 우리 민족의 수난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꽃 모양이 씨름하는 모습 같아서 ‘씨름꽃’ ‘장수꽃’이라 하고, 또 이른 봄 새로 태어난 병아리처럼 귀여워 ‘병아리꽃’, 나물로 먹을 수 있어 ‘외나물’, 소녀들이 이 꽃으로 반지를 만들었다고 해서 ‘반지꽃’이라고도 부릅니다. 한자 이름으로는 여의초(如意草), 전두초(箭頭草)라 하며, 한방에서는 자화지정(紫花地丁), 근근채(菫菫寀)라고 부릅니다. 제비꽃류를 통칭하는 속명이 비올라(Viola)인데, 색깔 가운데 보라색을 바이올렛(Violet)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비꽃의 보라색을 보고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라지요.

    제비꽃은 키는 작지만 길가에 흔히 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원줄기 없이 뿌리 근처에서 주걱형 잎이 여럿 달리고, 그사이로 올라온 크고 작은 꽃자루 끝에 제비처럼 날렵한 꽃송이들이 달리지요. 꽃잎 한쪽은 뭉툭하게 모아지고 다른 한쪽은 아름답게 벌어진 독특한 모양이고요. 마치 빨래집게가 올을 집듯 꽃송이 가운데서 꽃을 잡고 있는 꽃받침 모습도 독특합니다. 6월이면 열매가 익으면서 세 갈래로 갈라져 그 안에 가지런히 있던 종자들이 톡톡 튀어 나간답니다.



    어린잎을 무쳐먹거나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합니다. 잎을 소금물에 데친 뒤 썰어 밥

    키 작은 꽃송이 봄 식탁에 딱!
    에 섞고 제비꽃을 몇 송이 얹어 만드는 제비꽃밥 같은 다소 호사스러운 봄 식단을 마련해도 좋을 듯합니다.

    약으로는 열로 인한 종기를 비롯해 부인병 예방, 발육 촉진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합니다. 잎을 따서 초산을 매염제로 염색하면 황록색 염료가 되기도 하지요. 서양에선 향기가 좋다고 향료 원료로 쓰기도 합니다. 화단에 깔리듯 심어 놓으면 금세 퍼져나가 이듬해엔 꽃방석을 만드는 관상용으로도 그만입니다.

    봄 산책 나가거들랑 제비꽃 한번 찾아보세요. 그 예쁜 모습에 절로 미소를 띠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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