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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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청부사, 독수리 조련 비책은?

한화 김응룡 감독 명장의 전설에 또 다른 도전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2-11-05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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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청부사, 독수리 조련 비책은?
    2008년 5위, 2009년 8위, 2010년 8위, 2011년 7위, 2012년 8위.

    2008년 이후 한화 이글스의 페넌트레이스 성적표다. 2009시즌을 마친 뒤 당시 감독이던 김인식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기술위원장 대신 한대화 감독을 선택했던 한화는 부진이 계속되자 올 중반 한 감독을 전격 교체했고, 시즌 종료 후 새 사령탑에 김응룡(71)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사장을 임명했다. 김응룡 감독을 새로 선임한 한화는 2013년 침체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팀 리빌딩과 4강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 김응룡은 누구인가

    김응룡 한화 신임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일군 명장이다.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국민감독’ 김인식 위원장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원로로 꼽힌다.

    김 감독은 한일은행 시절 국가대표 4번 타자로 명성을 날린 실업야구 스타 출신이다. 1973년부터 81년까지 한일은행 감독으로 지도자 경험을 쌓은 뒤 83년부터 프로야구 해태 사령탑을 맡아 ‘해태 왕조’라 불리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해태는 김 감독이 재임한 18년간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우승했다. 2001년 삼성으로 적을 옮긴 김 감독은 이듬해 삼성의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명실상부한 ‘우승 청부사’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11월 애제자 선동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긴 뒤에는 야구인 최초로 구단 프런트 수장(삼성 사장)에 올라 2010년 퇴진할 때까지 6년간 팀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여전히 프로야구 감독 최다 경기출장(2679경기)과 최다승(1476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8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고 현장에 복귀하면서 이 역사도 다시 이어지게 됐다. 1941년생인 그는 ‘역대 최고령 감독’이라는 새로운 기록도 만들어냈다.

    # 장고 끝에 선택한 김응룡 카드

    한화는 8월 28일 한대화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시즌 첫날부터 단 하루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일찌감치 그의 경질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한화는 프런트가 나서서 “올 시즌 끝까지 한 감독 체제로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가 돌연 방침을 바꿨다. 프런트의 미숙한 일처리 탓에 새 감독에 대한 하마평 역시 난무했다.

    한 감독 퇴임 직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김성근 감독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동안 내정설이 돌았지만, 코칭스태프 구성을 비롯한 세부조건에서 구단과 이견을 보인 김성근 감독은 고양과 3년 재계약을 하면서 먼저 손을 뺐다. 이후 조범현 전 KIA 감독과 이정훈 천안 북일고 감독이 주목을 받았고, 10월 4일 정규시즌 최종전이 다가오면서 ‘김재박 전 LG 감독 내정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즈음 김응룡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한화는 장고 끝에 결국 ‘백전노장’ 김 감독을 선택했다.

    “김 감독의 우승 경험과 폭넓은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 팀 숙원인 리빌딩과 4강 재진입에 최적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한화가 김 감독을 선임한 이유다. 그러나 항간에는 현역 유니폼에 강하게 집착하는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가려고 구단 윗선을 통해 ‘작업’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 의욕적인 행보, 그 밑에 깔린 불안감

    과정이야 어찌됐든 2004년 11월 이후 8년가량 현장 공백이 있음에도 김 감독의 경륜과 경험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그가 걸어온 길이 워낙 특별했던 이유다. 그러나 김 감독 부임 이후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을 비롯해 이종범, 김종모, 이대진 등 한때 해태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었던 주축 인물들이 코칭스태프로 속속 합류하면서 구단 안팎에서는 ‘한화 타이거즈’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말에는 타이거즈 신화를 이끌었던 감독과 당시 선수들이 한화 신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이 기존 한화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다분히 우려 섞인 시선도 깔렸다.

    이종범, 이대진은 초보 코치인 데다 김성한 전 KIA 감독 역시 2004시즌 뒤 현장을 떠나 그 공백기를 얼마나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과거 타이거즈 문화는 김응룡 감독의 ‘호랑이 카리스마’에 선수 간 응집력의 근간이었던 엄격한 선후배 관계 등 다분히 독특한 분위기에서 꽃을 피웠다. 이에 비해 한화 선수단은 자율적 분위기가 강하다. 자칫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타이거즈맨들이 송진우, 장종훈, 정민철 등 잔류 또는 복귀하는 기존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도 성패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우승 청부사, 독수리 조련 비책은?

    10월 29일 한화 구단과 ‘조건부 미국행’에 동의한 한화 에이스 류현진.

    #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김응룡 감독 선임 이후 미디어의 관심은 그가 ‘류현진 문제’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모아졌다. ‘대한민국 에이스’라고 부르는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7년차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류현진은 일찌감치 언론을 통해 “구단이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구단을 압박했다.

    과거 야인 시절, 류현진의 미국 진출 문제에 대해 “가능하다면 빨리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던 김 감독의 생각은 자연스레(?) 돌변했다. 류현진 없이 내년에 성적을 낼 수 없다는 한화 감독으로서의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여론에 밀린 구단은 10월 29일 결국 류현진의 ‘조건부 미국행’에 동의했다.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류현진이 합당한 가치를 받는다면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이 만약 본인 희망대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다면, 김 감독은 내년 시즌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부족한 전력에 류현진까지 빠져나간다면 김 감독은 2013시즌 전력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 ‘김응룡 스타일’ 지금 야구에 적응할까

    야구계는 김 감독의 현장 복귀에 대해 “큰 어른의 일선 복귀는 환영한다”면서도 적잖이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급격히 변했고, 선수들의 성향 역시 많이 달라졌다. 자칫 야구시계가 거꾸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더구나 그가 내년과 내후년 어느 정도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는다면 ‘한국 프로야구계는 큰 어른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김 감독은 과거 해태와 삼성에서 ‘스타군단’을 이끌었다. 해태에서는 선동열, 한대화, 김성한, 이종범 등 당대 레전드들을 거느렸고 삼성에서도 양준혁, 이승엽 같은 대선수들을 지휘했다.

    그러나 현재 한화는 당시 해태나 삼성과 많이 다르다. 류현진이 잔류한다고 해도, 내년 시즌 당장 4강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은 아니라는 게 객관적 시각이다. 김 감독은 주변의 이런 부정적 시각을 깨뜨리고 한화에서도 명사령탑으로서 자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새 시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여러 상황이 가변적이지만, 2013년이 한화에게나 김응룡 감독에게나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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