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1주년 간담회가 10월 24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렸다.
요즘 서울시에서는 마을공동체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민간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 운동이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되고 특히 서울시장의 특별 관심 사업이 되면서 예산과 행정력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칫 관제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현장의 시민운동 역량이 정책 기획과 집행에 직접 참여하면서 오히려 시민운동 역량이 약화하는 측면도 있다. 마을공동체 운동이 말 그대로 ‘예산 사업’으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예산을 빌미로 행해지는 관료들의 부당한 간섭과 규제가 운동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행정과 시민운동의 경계에 선 시민사회
트위터를 통해 시민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박원순 시장.
# 트위터 시장이 남긴 것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 폴로 수는 60만 명에 육박한다. 현직 정치인으로는 가장 많다. 밤늦게까지 직접 답글을 달아주는 ‘트위터 친구’ 시장에게 시민은 환호한다. 사소한 민원과 제안도 직접 챙기고 지시한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공무원 조직은 24시간 온라인 대기상태다. 서울시민이 직접 민원을 제기할 방법이 이렇게 없었나 싶을 정도다. 아니, 어쩌면 기존의 정상적인 민원 해결 방식이 제대로 작동할 시간도 없이 무력화돼 버리지 않았나 싶다. 서울시장 개인과 시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시와 시민의 소통 시스템이다. 여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부채 7조 감축 공약 수정해야
1년 전 기고에서 재정정책의 공백 없는 부채 감소 방안을 주문했다.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건설과 부채 7조 원 감축이라는 박 시장의 대표 공약이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전히 박 시장의 두 가지 공약을 고수하느라 재정정책을 희생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민복지 기준선을 충족하기 위한 내년 예산만 5000억가량이 늘었지만 부채를 줄이느라 재원 전망은 회의적인 상황이다. 단언컨대, 서울시민복지 기준선, 공공임대주택 공약 실천과 서울시 재정건전성 개선 측면에서 임기 내 부채 7조 원 감축은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서울시의회가 부채를 지적한 것은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과도한 토건 사업에 투자하느라 ‘짧은 시간에 부채가 급증’했고, 이 기간에 재정위기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부채 감축 방안을 보면, 2013년 발행할 1조 원 규모의 SH공사 회사채 발행 시기를 2014년 이후로 미뤄놓고 이를 부채 감축 규모에 포함했다. 현존하는 부채를 갚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질 부채를 시기만 미뤄놓은 것이다. 양립하기 어려운 공약을 고수하다 보니 이런 꼼수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시민에게 현재보다 더 나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공공임대주택 8만 호 정책을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 시의회와 협력 절실
박 시장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먼저 ‘박원순표 예산’을 내년에야 처음 집행하고,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이기에 정치적 평가까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취임 6개월 즈음, 박 시장은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50대 시정 핵심사업’은 서울시와 서울시민이 당면한 주거, 환경, 복지, 일자리 등의 현안을 제대로 다루고 있다. 청계천이나 한강르네상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 삶과 직결돼 있다. 더구나 전임 시장과 대비되는 큰 특징은 관료주의와 토건족의 발호를 차단하고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대의제 기구인 시의회의 기능과 임무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의제와 주민참여는 상호 대립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지만, 의회의 최종적인 권한에 대한 존중 역시 필요하다. 의회와의 파트너십을 강화, 발전시키는 방안도 각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