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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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퍼레이드 웃음이 키득키득

연극 ‘웨딩 스캔들’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2-10-2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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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퍼레이드 웃음이 키득키득
    위기를 모면하려 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거기에 또 다른 거짓말이 보태지면서 상황이 꼬인다. 대학로에서 장수하는 연극 중 그런 내용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이 ‘라이어’ 시리즈다. 프랑스 희극 작가 제리드 비통과 미셸 민츠의 합동 극작으로 인기를 끈 연극 ‘웨딩 스캔들’ 역시 계속되는 거짓말로 꼬여가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앙리는 세상 모든 여성과 연애는 하고 싶지만 결혼은 절대 하기 싫은 천하의 바람둥이다. 그런 그에게 고모가 100만 유로(약 15억 원)를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기쁨도 잠시, 유언장을 살펴보던 그는 상속 조건에 좌절한다.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결혼을 하고 1년간 그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것. 고심 끝에 앙리는 20년지기 친구 도도와 위장결혼을 하지만 언제 결혼생활 감시관이 들이닥칠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앙리의 아버지 에드몽과 여자친구 엘자가 집으로 들이닥치자 위기를 모면하려는 앙리와 도도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배우의 개인기나 애드리브에 기대기보다 철저한 계산하에 치고받는 대본의 힘이 살아 있는 코미디다. 초반에는 주인공 앙리와 아버지인 목사 에드몽, 3류 배우 도도, 이혼 전문 변호사 노베르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로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앙리와 도도의 결혼식 이후부턴 누적된 거짓말과 캐릭터 특성이 겹치면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 게이가 아닌데도 남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동성애 연기를 하는 모습이나 ‘결혼생활’ 자체에 심취해 마치 이성 부부처럼 부부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너무 사실적인 배우들의 연기에 웃음이 터진다.

    3월 초연 당시 프랑스 원제(‘Le Gai Mariage’)에 따라 ‘게이 결혼식’이란 제목으로 막을 올린 작품은 이례적으로 공연이 한창이던 5월 공연 제목을 ‘웨딩 스캔들’로 바꿨다. 작품에서 ‘게이’는 단순히 소재에 불과했지만, 단어 자체나 동성애라는 소재 탓에 관람을 망설이는 관객을 위한 극단의 용단이었다. 당시에는 포스터에 ‘웨딩 스캔들-게이 결혼식’이라고 병기했으나 시즌2를 맞아 ‘웨딩 스캔들’로 제목을 확정했다.

    8월부터 시작한 시즌2에서는 초연에서 활약한 배우 대부분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주인공 앙리 역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출연했던 이희준이 빠지고 연극 ‘모범생들’에서 열연한 연극배우 이호영이 맡았다. 연출도 바뀌었다. 이번 시즌 연출을 맡은 류현미는 다년간 연극 ‘라이어’를 연출한 베테랑이다.



    프랑스 작가 라로슈푸코는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많이 하다 보면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했고,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한마디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려면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프랑스 문화를 알고 가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11월 30일까지, 서울 상명아트홀 1관, 문의 02-766-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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