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反亂)은 반역(反逆)과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반란이 반역으로 이어져 대업(大業)을 이루면 영웅이 되기도 한다. 성즉군왕이요, 패즉역적인 것이다. 모든 국가는 반역범을 최고 중형으로 처벌한다. 수십 명을 죽인 연쇄살인범보다 더 극형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왕조시대에는 반역한 당사자 외에도 3족, 즉 부계와 모계, 처계까지 몰사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정됐으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공표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그런데 근세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전개돼왔다. 해괴한 일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 안에서 반역세력이 끈질기게 존재해온 것이다. 국가 전복세력이다. 엄연한 적국인 북한과 동조해, 50년간 대를 이어 통치하면서 인민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인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이다.
친북세력은 민주화를 가장해 결국 정권까지 잡았으니 국가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지역, 이념, 빈부, 세대 갈등이 끊임없이 분출되면서 반역세력이 기반을 굳혔다. 세계 최빈국에서 4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시킨 대다수의 산업화 세대는 폄하됐다. 이때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했던 것이다.
이제 2011년, 이명박은 대한연방(임시) 대통령이 됐고, 남북한의 예비통치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2011년 8월 20일 오후 2시 반, 파주의 대한연방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명박이 손님을 맞는다. 손님은 방금 북한 개성을 거쳐 온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된 최용해와 같이 왔는데 둘 다 북한 실세다. 대한민국 측에서는 국무총리 이회창과 국방부 장관 김관진, 그리고 외교부 장관 김성환, 대통령 비서실장 조순형이 배석했다. 인사를 마친 장성택이 입을 열었다.
“어제 중국 측이 중국대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통보해왔습니다.”
이명박의 시선을 받은 장성택이 말을 잇는다.
“핵을 폐기하면 대한연방 체제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덮였다. 이명박은 눈만 두어 번 깜박였고 부스럭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시 장성택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체제가 다른 국가가 핵을 보유한 채 국경을 맞대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 생각은?”
마침내 이명박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표정도 어둡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장성택이 심호흡부터 했다.
“위원장 동지께선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십니다.”
그 순간 이명박이 눈을 치켜떴다. 얼굴도 굳어졌다.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니, 어떻단 말입니까?”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그렇게 말했던 장성택이 격정을 누르려는 듯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똑바로 이명박을 보았다.
“하지만 이 과업은 끝까지 해결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입만 꾹 다물고 있던 최용해가 헛기침을 했다.
“위원장 동지께서 불은 불로 끄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그 말씀을 전해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 그 시간에 일본 아베 신조 자민당 의원도 도쿄 시부야에 있는 안가에서 손님과 마주앉았다. 앞쪽에 앉은 세 사내는 중국 대사 청융화,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의 특사 공위와 통역이다. 아베는 일본 총리를 역임한 정계 거물이다. 그는 오늘 노다 총리를 대신해 공위를 맞는 것이다. 아베 옆에는 관방 장관 후지무라와 통역이 앉았다. 먼저 공위가 정색하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북통일은 핵이 폐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침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본국이 이해를 같이하리라고 믿습니다.”
통역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공위가 말을 잇는다.
“이것은 핵확산 방지 정책을 주도하는 미국도 동조하리라고 중국 정부는 믿습니다. 따라서 일본이 미국 정부를 설득해 3국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제안합니다.”
중국 측이 데려온 통역은 일본어가 유창했다. 일본어 억양까지 더욱 강조해 원문(原文)보다 더 나았다. 그러자 아베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공감합니다. 우리 정부의 방침과 맞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오셨는지?”
일본 측 통역이 중국어로 묻자 공위가 똑바로 아베를 보았다. 공위는 당 조직 비서로 알려졌지만 후진타오의 심복이다. 중국 실력자인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난 공위가 입을 열었다.
“이심전심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아시지요?”
통역의 말을 들은 아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압니다.”
“제가 좀 전에 다 말씀드렸습니다. 3국의 공동보조 제안 말씀입니다. 이것을 이심전심으로 이해하시기를.”
“알겠습니다.”
마침내 아베가 정색하고 말했다.
“더는 말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러자 공위도 얼굴을 펴고 웃는다. 58세인 공위는 철도원이던 20세 때 중국공산당에 입당해 38년 만에 13억 인구의 2인자가 됐다. 공위가 혼잣소리처럼 대화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 남북은 고려시를 건설했을 때부터 평화 공존 상태가 됐고 남북연합, 대한연방 단계에 이르러서는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뒤덮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암세포같이 박혀 있던 종북·친북 무리는 햇볕을 받은 균처럼 소멸했다. 추종할 대상이 없어진 터라 머리 잃은 뱀 꼴이 됐다. 민주화만 내걸었다가는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종북이 민주화로 위장하고 나댔던 것이다.
# 2011년 11월 2일, 원산 근교의 원산초대소에서 김정일이 박기술 상장을 맞는다. 박기술은 최용해의 측근으로 방금 평양에서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초대소 집무실 안에 장성택까지 셋이 둘러앉았다.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박기술이 입을 열었다.
“호위총국을 중심으로 친중파가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수는 모두 67명입니다.”
박기술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김정일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군단장급 3명, 사단장 7명, 그리고 무력부와 보위부, 후방총국, 각 군부대에 배치된 장군급이 모두 22명, 소좌 이상 대좌급이 35명입니다.”
김정일이 서류를 훑어본 뒤 테이블 위로 던졌다.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볼의 버짐도 넓어졌고 눈동자는 흐려졌다. 머리숱도 엉성한 데다 흰머리가 반 이상 섞였다.
지금 김정일은 원산초대소에서 두 달이 넘도록 은신한 채 두문불출했다. 그러니 세상에 온갖 소문이 떠도는 것은 당연했다. 서울에서도 지난달에 김정일이 급사했다는 뉴스 특보가 떴다가 다섯 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 나는 소동이 일어났다. 그 다섯 시간 동안 세계 매스컴이 들썩인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김정일이 깊게 잠수했던 것이다. 김정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평양 분위기는?”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박기술이 긴장했다. 주름진 얼굴을 든 박기술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 행사에 나오시지 않은 후부터 반역자들이 급격히 규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은 흐린 눈동자로 박기술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숨도 쉬지 않는 것 같다. 박기술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중국대사관에 반역자들의 출입이 빈번해졌고, 이제는 국방위원장 동지께서 평양으로 돌아오시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입니다.”
“하긴 그렇다.”
의자에 깊숙이 등을 붙이면서 김정일이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이제 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놀란 박기술이 눈을 치켜떴다. 금방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악문 입술이 푸들거린다. 다시 김정일이 말을 잇는다.
“아마 이 초대소 안에도 리영호의 정보원이 깔려 있겠지. 아마 평양의 반역자들은 내가 걷기도 힘들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이명박에게도 평양 정보원이 있다. 대한연방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평양 측에서 선발한 연방의원, 행정요원, 그리고 한국에서 북한으로 파견한 연방준비단 실무자도 수백 명이다. 이제는 ‘간첩’이란 단어가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다. 오직 ‘현지상황정보’가 보고된다.
# 2011년 11월 3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안은 무거운 정적으로 뒤덮었다. 방금 국정원장 장세동이 북한의 ‘현지상황보고’를 마친 것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위독한 건 사실인 듯하군요.”
이명박의 목소리는 낮고 어둡다. 습기가 밴 것 같은 목소리다. 주관적인 ‘현지상황보고’뿐 아니라 김정일의 직접 전갈도 함께 온 것이다.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만 했는데 이것은 최악의 상황을 기를 써서 미화(?)한 것이다. 이제 김정일은 ‘재기불능’이다. 보고서를 든 이명박이 장세동을 보았다.
“북한의 쿠데타 가능성이 거의 100%라면 이미 미국이나 일본도 알고 있겠지요?”
“그건 따로 보고할 계획이었습니다만.”
몸을 세운 장세동이 말을 잇는다.
“중·미·일이 서로 협조해 북한의 쿠데타를 방조 내지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무실에 둘러앉은 참석자 가운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장세동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중국의 선양군구(軍區)가 지난주부터 비상출동 대기상태에 돌입했고 북해함대는 이미 서해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장세동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명박을 보았다.
“일본 해상자위대 역시 지난주부터 미7함대와 함께 동해상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북해함대 훈련에 대응한 ‘위력훈련’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북한의 ‘친중 쿠데타’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시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였다. 장방형 원탁에 둘러앉은 면면은 국무총리 이회창, 국방부 장관 김관진, 외교부 장관 김성환과 국정원장, 그리고 기무사령관과 3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다. 그때 이명박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조선 말기와는 다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것은 말석에 앉은 비서실장 조순형이다. 어깨를 편 조순형이 말을 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열강이 경계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순형의 표정은 말과 달리 어둡다. 100여 년 전, 미·일·중·러가 각축을 벌였던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이명박 머리에 떠오른 것도 일리가 있다. 한반도를 속국으로 만들려고 청·일, 러·일 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했다.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필리핀을 미국령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 한반도를 일본령이라고 인정해주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미·일·중의 목표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경계, 견제 대상인 것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현재의 동북아 판도가 바뀐다. 열강은 그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때 이명박이 말했다.
“우리가 다시 꺾일 수는 없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고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모두 눈을 치켜뜨고 있었는데 감개가 서린 표정들이다.
# 2011년 11월 8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 근처 안가에서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중국인민해방군 군사위 부주석 왕양의 보고를 듣고 있다. 오후 3시 반, 나른한 햇살이 정원을 비치는 맑은 가을날이다.
“이제 북한 군부는 재정립됐습니다. 총참모장에서 호위총국장으로 밀려난 리영호가 군단장들을 규합해 어젯밤 충성서약서를 받아냈습니다.”
70대 중반의 왕양이 두꺼운 눈시울을 치켜 올리며 열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내일 신(新) 군 지도부는 원산에서 와병 중인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북조선을 새로운 체제로 재정립할 것입니다.”
왕양이 살찐 얼굴을 펴며 웃었다.
“따라서 남북연방은 무산될 것이며 연방대통령은 허깨비가 됩니다. 고려시와 신의주특구는 취소되고 다시 옛 분단체제로 복귀됩니다.”
“군은 확실하게 장악했지요?”
시진핑이 확인하듯 묻자 왕양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확실합니다. 리영호가 최용해를 중용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배신감을 가짐으로써 반란에 가속이 붙었습니다. 내일 쿠데타가 일어나면 최용해와 그 일당은 완전히 소탕될 것입니다.”
그러고는 왕양이 덧붙였다.
“원산의 김정일은 이미 허수아비입니다. 한 달쯤 전부터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 2011년 11월 9일 오전 11시 10분, 평양 창광거리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 벤츠 수십 대가 몰려들었다. 이곳은 북한 정권의 핵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건물이다. 그런데 벤츠에서 내리는 것은 모두 군 장성이다. 경비병 수백 명이 도열한 사이로 어깨를 편 장군들이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당복이나 양복 차림의 노동당 간부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군이 당을 장악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오늘 신체제에 가담한 군 지도부가 당사에 모여 새로운 지도체제를 결성할 것이다. 이틀 전 합의한 대로 리영호 대장이 당 국방위원장을 대행함으로써 새로운 통치체제가 시작된다.
“자, 이리로.”
이층 계단으로 올라선 2군단장 오경복 대장은 안내하는 대좌를 따라 옆쪽 방으로 들어섰다.
“총국장 동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머리를 끄덕인 오경복이 대좌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그때 뒤쪽 문이 안에서 닫혔으므로 오경복이 머리를 돌렸다.
“어?”
놀란 외침이 오경복의 입에서 터졌지만 그것뿐이다.
“퍽!”
소음기를 낀 권총이 발사됐고 머리가 부서진 오경복이 쓰러졌다. 그러자 대좌가 총을 쏜 사내에게 말했다.
“머리는 쏘지 말라우. 뇌가 튀어나온단 말이다!”
이미 방 안에는 시체가 세 구나 누워 있다. 상의 끝을 당긴 대좌가 다시 방을 나가면서 말했다.
“향수 뿌려라. 비린내 난다.”
금방 죽은 오경복은 친중(親中) 군세력의 핵심이다. 대좌가 방을 나가자 한 군관이 그중 한 명에게 말했다.
“동무, 그놈 롤렉스 풀어 가지라우.”
# ‘노동당사 대학살’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장군을 처형한 사건이다. 당사에서만 한 시간도 안 된 사이 장군 22명이 처형됐고, 그날 오후까지 평양과 북한 각지에서도 처형이 이어졌다. 모두 리영호의 쿠데타에 가담하기로 서명한 장군과 지휘관급 장교들이다. 물론 처형 집행관은 리영호다. 리영호가 위장 반역을 통해 친중 군세력을 흡수한 뒤 모두 처형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11년 11월 10일 오전 10시 정각, 평양방송의 아줌마 아나운서가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한복 차림의 아줌마 아나운서는 정중하고 장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하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께서는 금일, 2011년 11월 10일 오전 9시를 기하여 조선인민군 체제를 개편하아시었다.”
그러고는 리영호를 다시 총참모장, 최용해를 총정치국장에 기용한다는 발표에 이어 군단장급 인사를 줄줄이 발표했다. 모두 새 이름이었고 구관(舊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 “끝났습니다.”
힐러리가 소파에 앉자마자 말했다. 미국 워싱턴 시각 오후 8시 반, 힐러리는 방금 평양방송의 아줌마 아나운서 발표를 통역을 통해 듣고 온 참이다. 오바마의 시선이 힐러리 옆에 앉는 국가안보보좌관 도닐런에게로 옮겨졌다. 도닐런이 말했다.
“아시아 방어선을 한국으로 옮기시지요, 대통령 각하.”
이미 여러 번 논의한 터라 도닐런이 말을 잇는다.
“그러면 한국은 중국의 턱밑에 붙은 암 덩어리가 될 테니까요.”
그러자 오바마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그럼 그 라인을 ‘힐러리 라인’이라고 합시다, 힐러리 장관.”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힐러리가 사양도 않고 활짝 웃더니 바로 말을 잇는다.
“즉시 훈련 중인 7함대를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빼지요. 그럼 이명박과 김정일이 눈치를 챌 테니까요.”
# 2011년 12월 17일 오전 10시 반, 원산초대소 내실로 들어선 이명박이 김정일이 누운 침대 옆에 앉는다. 침대 옆에는 김정남과 정은, 정철 형제, 장성택 부부, 그리고 리영호와 최용해 등 군 고위층이 모두 둘러서 있다. 그리고 바깥 응접실에는 이명박을 수행한 한국 고위층이 모여 있다. 김정일이 이명박의 시선을 받더니 희미하게 웃는다. 얼굴에는 이미 사색(死色)이 덮였다. 몸은 뼈만 남아 앙상하다. 이명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미국이 ‘힐러리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김정일이 마른 손을 내밀었으므로 이명박이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김정일의 손이 뜨겁다. 그때 김정일이 말했다.
“대한민국.”
그러고는 눈을 감더니 입도 다물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운명했다. 김정일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정됐으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공표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그런데 근세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전개돼왔다. 해괴한 일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 안에서 반역세력이 끈질기게 존재해온 것이다. 국가 전복세력이다. 엄연한 적국인 북한과 동조해, 50년간 대를 이어 통치하면서 인민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인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이다.
친북세력은 민주화를 가장해 결국 정권까지 잡았으니 국가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지역, 이념, 빈부, 세대 갈등이 끊임없이 분출되면서 반역세력이 기반을 굳혔다. 세계 최빈국에서 4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시킨 대다수의 산업화 세대는 폄하됐다. 이때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했던 것이다.
이제 2011년, 이명박은 대한연방(임시) 대통령이 됐고, 남북한의 예비통치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2011년 8월 20일 오후 2시 반, 파주의 대한연방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명박이 손님을 맞는다. 손님은 방금 북한 개성을 거쳐 온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된 최용해와 같이 왔는데 둘 다 북한 실세다. 대한민국 측에서는 국무총리 이회창과 국방부 장관 김관진, 그리고 외교부 장관 김성환, 대통령 비서실장 조순형이 배석했다. 인사를 마친 장성택이 입을 열었다.
“어제 중국 측이 중국대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통보해왔습니다.”
이명박의 시선을 받은 장성택이 말을 잇는다.
“핵을 폐기하면 대한연방 체제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덮였다. 이명박은 눈만 두어 번 깜박였고 부스럭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시 장성택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체제가 다른 국가가 핵을 보유한 채 국경을 맞대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 생각은?”
마침내 이명박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표정도 어둡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장성택이 심호흡부터 했다.
“위원장 동지께선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십니다.”
그 순간 이명박이 눈을 치켜떴다. 얼굴도 굳어졌다.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니, 어떻단 말입니까?”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그렇게 말했던 장성택이 격정을 누르려는 듯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똑바로 이명박을 보았다.
“하지만 이 과업은 끝까지 해결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입만 꾹 다물고 있던 최용해가 헛기침을 했다.
“위원장 동지께서 불은 불로 끄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그 말씀을 전해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 그 시간에 일본 아베 신조 자민당 의원도 도쿄 시부야에 있는 안가에서 손님과 마주앉았다. 앞쪽에 앉은 세 사내는 중국 대사 청융화,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의 특사 공위와 통역이다. 아베는 일본 총리를 역임한 정계 거물이다. 그는 오늘 노다 총리를 대신해 공위를 맞는 것이다. 아베 옆에는 관방 장관 후지무라와 통역이 앉았다. 먼저 공위가 정색하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북통일은 핵이 폐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침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본국이 이해를 같이하리라고 믿습니다.”
통역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공위가 말을 잇는다.
“이것은 핵확산 방지 정책을 주도하는 미국도 동조하리라고 중국 정부는 믿습니다. 따라서 일본이 미국 정부를 설득해 3국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제안합니다.”
중국 측이 데려온 통역은 일본어가 유창했다. 일본어 억양까지 더욱 강조해 원문(原文)보다 더 나았다. 그러자 아베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공감합니다. 우리 정부의 방침과 맞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오셨는지?”
일본 측 통역이 중국어로 묻자 공위가 똑바로 아베를 보았다. 공위는 당 조직 비서로 알려졌지만 후진타오의 심복이다. 중국 실력자인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난 공위가 입을 열었다.
“이심전심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아시지요?”
통역의 말을 들은 아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압니다.”
“제가 좀 전에 다 말씀드렸습니다. 3국의 공동보조 제안 말씀입니다. 이것을 이심전심으로 이해하시기를.”
“알겠습니다.”
마침내 아베가 정색하고 말했다.
“더는 말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러자 공위도 얼굴을 펴고 웃는다. 58세인 공위는 철도원이던 20세 때 중국공산당에 입당해 38년 만에 13억 인구의 2인자가 됐다. 공위가 혼잣소리처럼 대화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 남북은 고려시를 건설했을 때부터 평화 공존 상태가 됐고 남북연합, 대한연방 단계에 이르러서는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뒤덮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암세포같이 박혀 있던 종북·친북 무리는 햇볕을 받은 균처럼 소멸했다. 추종할 대상이 없어진 터라 머리 잃은 뱀 꼴이 됐다. 민주화만 내걸었다가는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종북이 민주화로 위장하고 나댔던 것이다.
# 2011년 11월 2일, 원산 근교의 원산초대소에서 김정일이 박기술 상장을 맞는다. 박기술은 최용해의 측근으로 방금 평양에서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초대소 집무실 안에 장성택까지 셋이 둘러앉았다.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박기술이 입을 열었다.
“호위총국을 중심으로 친중파가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수는 모두 67명입니다.”
박기술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김정일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군단장급 3명, 사단장 7명, 그리고 무력부와 보위부, 후방총국, 각 군부대에 배치된 장군급이 모두 22명, 소좌 이상 대좌급이 35명입니다.”
김정일이 서류를 훑어본 뒤 테이블 위로 던졌다.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볼의 버짐도 넓어졌고 눈동자는 흐려졌다. 머리숱도 엉성한 데다 흰머리가 반 이상 섞였다.
지금 김정일은 원산초대소에서 두 달이 넘도록 은신한 채 두문불출했다. 그러니 세상에 온갖 소문이 떠도는 것은 당연했다. 서울에서도 지난달에 김정일이 급사했다는 뉴스 특보가 떴다가 다섯 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 나는 소동이 일어났다. 그 다섯 시간 동안 세계 매스컴이 들썩인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김정일이 깊게 잠수했던 것이다. 김정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평양 분위기는?”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박기술이 긴장했다. 주름진 얼굴을 든 박기술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 행사에 나오시지 않은 후부터 반역자들이 급격히 규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은 흐린 눈동자로 박기술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숨도 쉬지 않는 것 같다. 박기술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중국대사관에 반역자들의 출입이 빈번해졌고, 이제는 국방위원장 동지께서 평양으로 돌아오시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입니다.”
“하긴 그렇다.”
의자에 깊숙이 등을 붙이면서 김정일이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이제 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놀란 박기술이 눈을 치켜떴다. 금방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악문 입술이 푸들거린다. 다시 김정일이 말을 잇는다.
“아마 이 초대소 안에도 리영호의 정보원이 깔려 있겠지. 아마 평양의 반역자들은 내가 걷기도 힘들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이명박에게도 평양 정보원이 있다. 대한연방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평양 측에서 선발한 연방의원, 행정요원, 그리고 한국에서 북한으로 파견한 연방준비단 실무자도 수백 명이다. 이제는 ‘간첩’이란 단어가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다. 오직 ‘현지상황정보’가 보고된다.
# 2011년 11월 3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안은 무거운 정적으로 뒤덮었다. 방금 국정원장 장세동이 북한의 ‘현지상황보고’를 마친 것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위독한 건 사실인 듯하군요.”
이명박의 목소리는 낮고 어둡다. 습기가 밴 것 같은 목소리다. 주관적인 ‘현지상황보고’뿐 아니라 김정일의 직접 전갈도 함께 온 것이다.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만 했는데 이것은 최악의 상황을 기를 써서 미화(?)한 것이다. 이제 김정일은 ‘재기불능’이다. 보고서를 든 이명박이 장세동을 보았다.
“북한의 쿠데타 가능성이 거의 100%라면 이미 미국이나 일본도 알고 있겠지요?”
“그건 따로 보고할 계획이었습니다만.”
몸을 세운 장세동이 말을 잇는다.
“중·미·일이 서로 협조해 북한의 쿠데타를 방조 내지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무실에 둘러앉은 참석자 가운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장세동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중국의 선양군구(軍區)가 지난주부터 비상출동 대기상태에 돌입했고 북해함대는 이미 서해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장세동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명박을 보았다.
“일본 해상자위대 역시 지난주부터 미7함대와 함께 동해상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북해함대 훈련에 대응한 ‘위력훈련’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북한의 ‘친중 쿠데타’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시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였다. 장방형 원탁에 둘러앉은 면면은 국무총리 이회창, 국방부 장관 김관진, 외교부 장관 김성환과 국정원장, 그리고 기무사령관과 3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다. 그때 이명박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조선 말기와는 다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것은 말석에 앉은 비서실장 조순형이다. 어깨를 편 조순형이 말을 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열강이 경계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순형의 표정은 말과 달리 어둡다. 100여 년 전, 미·일·중·러가 각축을 벌였던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이명박 머리에 떠오른 것도 일리가 있다. 한반도를 속국으로 만들려고 청·일, 러·일 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했다.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필리핀을 미국령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 한반도를 일본령이라고 인정해주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미·일·중의 목표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경계, 견제 대상인 것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현재의 동북아 판도가 바뀐다. 열강은 그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때 이명박이 말했다.
“우리가 다시 꺾일 수는 없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고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모두 눈을 치켜뜨고 있었는데 감개가 서린 표정들이다.
# 2011년 11월 8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 근처 안가에서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중국인민해방군 군사위 부주석 왕양의 보고를 듣고 있다. 오후 3시 반, 나른한 햇살이 정원을 비치는 맑은 가을날이다.
“이제 북한 군부는 재정립됐습니다. 총참모장에서 호위총국장으로 밀려난 리영호가 군단장들을 규합해 어젯밤 충성서약서를 받아냈습니다.”
70대 중반의 왕양이 두꺼운 눈시울을 치켜 올리며 열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내일 신(新) 군 지도부는 원산에서 와병 중인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북조선을 새로운 체제로 재정립할 것입니다.”
왕양이 살찐 얼굴을 펴며 웃었다.
“따라서 남북연방은 무산될 것이며 연방대통령은 허깨비가 됩니다. 고려시와 신의주특구는 취소되고 다시 옛 분단체제로 복귀됩니다.”
“군은 확실하게 장악했지요?”
시진핑이 확인하듯 묻자 왕양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확실합니다. 리영호가 최용해를 중용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배신감을 가짐으로써 반란에 가속이 붙었습니다. 내일 쿠데타가 일어나면 최용해와 그 일당은 완전히 소탕될 것입니다.”
그러고는 왕양이 덧붙였다.
“원산의 김정일은 이미 허수아비입니다. 한 달쯤 전부터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 2011년 11월 9일 오전 11시 10분, 평양 창광거리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 벤츠 수십 대가 몰려들었다. 이곳은 북한 정권의 핵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건물이다. 그런데 벤츠에서 내리는 것은 모두 군 장성이다. 경비병 수백 명이 도열한 사이로 어깨를 편 장군들이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당복이나 양복 차림의 노동당 간부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군이 당을 장악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오늘 신체제에 가담한 군 지도부가 당사에 모여 새로운 지도체제를 결성할 것이다. 이틀 전 합의한 대로 리영호 대장이 당 국방위원장을 대행함으로써 새로운 통치체제가 시작된다.
“자, 이리로.”
이층 계단으로 올라선 2군단장 오경복 대장은 안내하는 대좌를 따라 옆쪽 방으로 들어섰다.
“총국장 동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머리를 끄덕인 오경복이 대좌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그때 뒤쪽 문이 안에서 닫혔으므로 오경복이 머리를 돌렸다.
“어?”
놀란 외침이 오경복의 입에서 터졌지만 그것뿐이다.
“퍽!”
소음기를 낀 권총이 발사됐고 머리가 부서진 오경복이 쓰러졌다. 그러자 대좌가 총을 쏜 사내에게 말했다.
“머리는 쏘지 말라우. 뇌가 튀어나온단 말이다!”
이미 방 안에는 시체가 세 구나 누워 있다. 상의 끝을 당긴 대좌가 다시 방을 나가면서 말했다.
“향수 뿌려라. 비린내 난다.”
금방 죽은 오경복은 친중(親中) 군세력의 핵심이다. 대좌가 방을 나가자 한 군관이 그중 한 명에게 말했다.
“동무, 그놈 롤렉스 풀어 가지라우.”
# ‘노동당사 대학살’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장군을 처형한 사건이다. 당사에서만 한 시간도 안 된 사이 장군 22명이 처형됐고, 그날 오후까지 평양과 북한 각지에서도 처형이 이어졌다. 모두 리영호의 쿠데타에 가담하기로 서명한 장군과 지휘관급 장교들이다. 물론 처형 집행관은 리영호다. 리영호가 위장 반역을 통해 친중 군세력을 흡수한 뒤 모두 처형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11년 11월 10일 오전 10시 정각, 평양방송의 아줌마 아나운서가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한복 차림의 아줌마 아나운서는 정중하고 장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하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께서는 금일, 2011년 11월 10일 오전 9시를 기하여 조선인민군 체제를 개편하아시었다.”
그러고는 리영호를 다시 총참모장, 최용해를 총정치국장에 기용한다는 발표에 이어 군단장급 인사를 줄줄이 발표했다. 모두 새 이름이었고 구관(舊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 “끝났습니다.”
힐러리가 소파에 앉자마자 말했다. 미국 워싱턴 시각 오후 8시 반, 힐러리는 방금 평양방송의 아줌마 아나운서 발표를 통역을 통해 듣고 온 참이다. 오바마의 시선이 힐러리 옆에 앉는 국가안보보좌관 도닐런에게로 옮겨졌다. 도닐런이 말했다.
“아시아 방어선을 한국으로 옮기시지요, 대통령 각하.”
이미 여러 번 논의한 터라 도닐런이 말을 잇는다.
“그러면 한국은 중국의 턱밑에 붙은 암 덩어리가 될 테니까요.”
그러자 오바마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그럼 그 라인을 ‘힐러리 라인’이라고 합시다, 힐러리 장관.”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힐러리가 사양도 않고 활짝 웃더니 바로 말을 잇는다.
“즉시 훈련 중인 7함대를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빼지요. 그럼 이명박과 김정일이 눈치를 챌 테니까요.”
# 2011년 12월 17일 오전 10시 반, 원산초대소 내실로 들어선 이명박이 김정일이 누운 침대 옆에 앉는다. 침대 옆에는 김정남과 정은, 정철 형제, 장성택 부부, 그리고 리영호와 최용해 등 군 고위층이 모두 둘러서 있다. 그리고 바깥 응접실에는 이명박을 수행한 한국 고위층이 모여 있다. 김정일이 이명박의 시선을 받더니 희미하게 웃는다. 얼굴에는 이미 사색(死色)이 덮였다. 몸은 뼈만 남아 앙상하다. 이명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미국이 ‘힐러리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김정일이 마른 손을 내밀었으므로 이명박이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김정일의 손이 뜨겁다. 그때 김정일이 말했다.
“대한민국.”
그러고는 눈을 감더니 입도 다물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운명했다. 김정일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이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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