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태블릿PC ‘넥서스7’.
누구나 구매 태블릿PC 대중화 시대
시장조사업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1740만 대였다.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점이다. 업체들이 각자 쌓아온 장점을 기반으로 이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과연 태블릿PC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연말을 앞두고 출시할 태블릿PC의 공통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앞서 아이패드로 ‘태블릿PC는 499달러’(16GB 와이파이 모델)라는 표준가가 형성됐지만 이제는 199달러로 내려앉았다. 199달러 불을 댕긴 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99달러짜리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9달러면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199달러 제품은 대부분 7인치 크기에 와이파이만 지원한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특권층만이 아닌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태블릿PC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존은 199달러 제품을 통해 단숨에 미국 태블릿PC 시장 2위에 올라섰다. 현재 킨들파이어의 미국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은 22%. 아마존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9월 6일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킨들 파이어HD’ 등 새로운 시리즈 3종을 공개했다. 고(高)사양 제품은 499달러까지 나가지만 비슷한 규격의 아이패드보다 훨씬 싸다.
MS 태블릿PC ‘서피스’.
구글도 6월에 199달러(와이파이 모델)짜리 7인치 태블릿PC ‘넥서스7’을 공개하고 7월에 출시했다. 넥서스7은 엔비디아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테그라3, 메모리 1GB를 탑재했으며 카메라를 앞쪽 화면에 배치했다. 동영상 가동은 9시간 정도까지 가능하다. 넥서스7을 위해 새로운 운영체제(OS)도 내놓았다. ‘젤리 빈(Jelly bean)’은 갤럭시 넥서스, 넥서스S, 모토로라 줌 등에 사용된다. 젤리 빈은 구글 데이터를 활용해 질문에 대한 응답을 신속히 찾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 사이트에 직접 질문하면 전화로 질문자에게 응답 내용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넥서스7이 연말까지 800만 대가량 팔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초 구글이 예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이다. 넥서스7이 LTE는 고사하고 3G도 지원하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판매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런 시장 반응을 고려해 3G 넥서스7을 조기에 공급하기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3G 통신망을 지원하는 넥서스7 태블릿PC를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1000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던 MS의 ‘서피스’ 가격도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엔가제트는 최근 “MS 태블릿PC의 최저 가격이 199달러(윈도 RT·32GB)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서피스는 10월 26일 출시할 예정이다. 서피스는 개인용 컴퓨터(PC)와 호환 가능하고, MS오피스를 비롯한 각종 윈도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다. 그뿐 아니라 199달러 가격에도 구글의 넥서스7,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보다 저장 용량이 크고 화면도 넓다. 경쟁 제품보다 우위에 선 점이 많다. 업계에서는 서피스를 이 가격에 판매한다면 애플의 아이패드나 구글의 넥서스7 판매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볼 정도다.
콘텐츠와 비즈니스모델로 수익
넥서스7(왼쪽)은 아이패드의 약 2/3 크기이다.
499달러짜리 9.7인치 태블릿PC를 만든 애플조차 7인치 저가 제품을 준비 중이다. 애플은 7인치 ‘아이패드 미니’(가칭)를 10월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통상 어린이는 아이팟터치, 일반 이용자는 아이폰, 나이 든 사람은 액정 사이즈가 큰 아이패드를 선호한다. 아이패드 미니는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크기를 원하는 여성층을 공략하기에 걸맞은 제품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전자책단말기였던 킨들을 스마트패드 킨들파이어로 업그레이드해 기존 전자책 이용자와 태블릿PC 이용자를 모두 끌어안았다. 태블리PC의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저렴한 가격은 콘텐츠로 보상받기에 가능하다. 킨들파이어 플랫폼은 아마존 생태계 및 콘텐츠와 연결된다. 새로운 모델도 마찬가지다. 킨들파이어 사용자는 아마존 클라우드 플레이어로 음악을 감상하고, 프라임 가입자는 영화나 킨들북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수익으로 저렴한 하드웨어 가격을 보상받는 식이다. 통합된 이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 모델에 G메일, 핫메일, 야후, 페이스북 등의 이메일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탑재했다. 구글이나 애플에 밀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부분을 강화한 결과다.
구글이 저가 태블릿PC 경쟁에 가세한 이유는 간단하다. 넥서스7에 구글 플러스, G메일 등 모든 것을 넣어 모바일에서도 구글 웹서비스를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이는 검색광고 단가를 높이는 것과 직결된다.
MS는 직접 유통망까지 확보할 만큼 서피스에 사활을 걸었다. MS는 지금껏 특정 제품을 판매하려고 직접 매장을 연 적이 없다. 터치를 기반으로 한 윈도8에 대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PC에 이어 태블릿PC 시장도 장악하려는 MS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99달러면 원가 이하라고 할 만하다”며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하려고 무리한 가격을 책정한 업체들은 콘텐츠와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보상받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