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인터뷰를 상당히 많이 하는 것 같다.
“크게 실감은 안 난다. 물론 과거 이맘때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긴 하다. 배우라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연극할 때와 영화할 때가 확연히 다르다. 심지어 직업이 바뀐 것 같은 느낌도 들고.”
▼ 팬클럽도 있나.
“없다(웃음). ‘범죄와의 전쟁’ 이후 팬 카페가 생겼는데….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이다. 그냥 혼자 조용히 좋아해주는 분들이다.”
▼ ‘범죄와의 전쟁’에서 창우 역은 아무리 봐도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조용한 성격은 아니었다.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두루 잘 어울리며 지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생각하는 ‘박창우’ 같은 과거는 아니었다(웃음).”
아직 신인이지만, 그는 유난히 ‘센’ 배역만 맡았다. 보스의 오른팔을 맡더니 이번엔 연쇄살인마다. 빠져나오기 힘든 블랙홀 같다. 그래서 “어떤 행동이든 나 자신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타당성을 만들어야 연기하기가 편하다”고 한다.
“‘이웃사람’에서도 몇 번 큰 충격을 받았다.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살인을 저지르는 꿈을 꿀 정도로. 그런데 억지로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야지, 나는 저런 사람 아니야 하다 보면 오히려 더 얽매이게 되는 것 같다. 천천히, 일상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다. 악역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쓰기보다…. 내 본모습은 그렇지 않으니까. 영화를 본 분들이 일상에서 직접 만나면 깜짝 놀란다. ‘실제로는 수수해 보인다’ ‘착한 것 같다’ 이런 반응이다.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 그럼 배역 때문에 오해받는 일은 별로 없겠다.
“내 배역이 주로 그랬기 때문에 굉장히 겸손한 자세로 지낸다. 혹시나 옆에서 시비를 걸어올까 봐 조용히 다닌다(웃음).”
▼ 배우는 다중인격자여야 한다고 보나.
“다중인격자보다 여러 사람을 많이 관찰하는 일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범죄와의 전쟁’의 박창우 역도 학창 시절에 많이 봐왔던 주변 친구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 그럼 ‘창우’는 실존 인물인 셈인가.
“그 모든 행동이 실존은 아니고. 순간순간 그럴 것 같은 애들의 모습을 모은 것이다.”
“선배들 칭찬은 격려의 의미”

(위부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 영화 ‘이웃사람’.
“나보다 앞서서 이 길을 걸어가는 분들이지 않나. 칭찬은 격려의 의미인 것 같다. 같은 배우로서 시련을 겪어봤을 테니까. 평가하는 분위기보다 나를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잘못하면 이 칭찬이 어떻게 될까 하는 부담감보다는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릴 때부터 내가 사람 복이 좀 있었다(웃음). 주변에서 만나는 분들도 다 좋았고. ‘명품’ 선배들도 직접 만나 보면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도 훌륭하다.”
▼ 특히 하정우 씨와의 인연은 남다른 것 같다.
“친형 같다. 배울 점도 많고. 때론 무섭기도 하고.”
▼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이렇게 마초적인 성향을 가진 남자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웃음). 남성적이고 리더십 있고…. 사실 이렇게 가까워질 줄은 몰랐다. 원래 형이 주변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도 그 형한테 쑥 빨려 들어갔다.”
▼ 처음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배우도 많은데.
“그런 부담감도 있다. 요즘 워낙 영화배우들의 행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지금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는 느낌이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천천히 규정 속도에 맞춰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정성 있게.”
평소에는 바른 생활 사나이
▼ 올해 들었던 말 가운데 가장 기분 좋았던 것은.
“‘이 배우 악역을 많이 하는데, 평소에는 바른 생활일 것 같다.’”
▼ 악역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 보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보여줘야 할 모습에 대한 기대감과 다양한 배역에 대한 재미 같은 것을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 계속 악역만 하게 되면 어떡하나.
“아직까지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웃음). 개봉을 앞둔 작품들에선 전혀 다른 캐릭터라 그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리라고 믿는다.”
그는 특별하지 않은 배우이고 싶다. 길에서 만나도 호들갑스럽지 않고 그냥 ‘김성균이네’ 하고 지나갈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사람 같은 배우.
▼ 나중에 자식이 본인 같은 배우가 된다면 어떨 것 같나.
“그게 참 그렇다. 아이가 내 피를 이어받아 배우의 길을 간다고 하면 뿌듯하기도 하고 기쁠 것도 같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도 된다. 연기에 소질이 있다면 기쁘겠지만, 만약 재능이 없는데 아빠 하는 거 보고 자기도 하겠다고 하면 말릴 생각이다. 결론은 본인이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본다.”
▼ 아내와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잘된 건 아니니까, 허리띠 졸라매서 빨리 이사 가도록 노력하자. 아이가 둘인데, 방이 너무 작다. 지금 가전제품이 중요한 게 아니고(웃음), 이사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