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워크’ 제작진. 위에서부터 박관웅, 이동이, 한완희, 노용호.
세계 최초로 탄생한 이 걷기 기부 앱은 한완희(남·29)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SK텔레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디자인 재능기부 활동을 하던 중에 선천성 무형성 장애인 친구를 만났다. 그때 처음으로 “걷는 일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꿈’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동참할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동이(28), 노용호(24), 박관웅(24) 씨와 함께 1년간 준비 끝에 ‘빅워크’를 개발해 출시했다.
노용호 씨는 “처음엔 한 사용자가 한 번 걸을 때마다 1500m 정도를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는 더 긴 거리를 걸어 한 번에 약 2500m, 25원씩 ‘걷기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용자는 이메일 등으로 앱 개선 방법 등에 대한 의견도 개진한다고.
노씨는 “하루에 1만4000원 정도의 걷기 기부금이 모이는데, 한 번은 2만 원이 모여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놀랐다”고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날씨가 유난히 화창해 많은 사람이 외출을 하고 산책에 나선 것이었다. 반면 비가 오는 날엔 기부금 액수가 크게 줄지만,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노씨는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일요일, 평균 기부금의 3분의 1인 5000원 정도가 모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 오는 일요일에 사람들이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는 데다 우산을 들고 비를 피하기도 벅찼을 텐데 ‘빅워크’를 켤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출시 후 3개월간 총 10만km의 걷기 기부로 약 100만 원이 모였다. 하지만 한 아동에게 의족을 지원하는 데 400만 원이 필요해 아직 실제 의족을 기부하지 못했다. 빅워크는 해결책으로 ‘걷는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씨의 설명이다.
“지난달에 사용자 가운데 신청을 받아, 함께 남산과 서울 여행길을 산책하는 ‘걷기 여행’을 기획했어요. 남산에 올라 밤하늘도 올려다보고 수다도 떨면서 특별한 날을 보냈죠.”
기부금 400만 원이 모이면 김도영(남·9) 어린이가 첫 수혜자로 맞춤제작 의족을 받을 예정이다. 빅워크는 ‘절단장애인협회’로부터 절단장애 아동을 수혜자로 소개받는데, 특히 성장기 절단장애 아동의 경우 매년 의족을 교체해야 해 현재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씨는 “빅워크로 하루 10만 명이 1km씩만 걸어도 기부금 100만 원이 모이고, 한 달에 3000만 원이 쌓인다”고 말했다.
“사용자 한 명이 내딛는 1000걸음보다 1000명이 내딛는 한 걸음이 모여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