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오노 요코,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대니 드 비토, 실베스터 스탤론,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마사 스튜어트, 뉴트 깅그리치. 이들의 공통점은? 외계인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지만.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맨 인 블랙’ 시리즈의 15년 전 1편부터 최근 3편까지 이들은 지구에서 정체를 숨기고 사는 외계인으로 나온다.
‘맨 인 블랙’은 외계인이 지구에 숨어들어 인간과 함께 산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다양한 모습을 한 외계인이 합법 혹은 불법으로 지구에 이민 와 있다는 얘기인데, 이들을 관리하는 미국 정부의 비밀조직 요원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5월 24일 개봉한 3편은 한국에서도 2주간 흥행 1위를 차지하며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굳이 ‘맨 인 블랙’을 들 것도 없이 외계인은 늘 우리 안에 있었다. 우리 안의 타자(他者)이거나 인간 내면의 괴물 말이다. ‘맨 인 블랙’ 3편에 이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연속으로 개봉한 ‘프로메테우스’와 ‘더 씽’ 등 2편의 외계인 영화는 지구 밖 생명체가 사실은 우리 안의 ‘괴물’을 표상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류 기원은 외계인?
할리우드 영화 속 외계인은 인류에게 적대적인지, 그리고 고도의 지능을 지녔는지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외계인은 인류에게 호의적이고 평화 지향적이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다. 반면 팀 버턴 감독의 ‘화성침공’에서 외계인은 발달한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지구에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이다. 시고니 위버의 여전사 리플리 연기로 유명한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끈적끈적한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은 하등동물이면서 인간에게 매우 공격적인 포식자다.
‘에일리언’을 비롯한 많은 공상과학(SF)영화에서 외계인은 ‘괴물’로 등장한다. 괴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몬스터(monster)’는 라틴어 ‘몬스트룸(monstrum)’에서 유래했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결과로 발생한 생물학적 오류나 신의 분노가 낳은 ‘변종’을 의미하는 단어다. ‘몬스트룸’의 어원은 ‘보여주다’라는 뜻의 동사 ‘몬스트로(monstro)’이거나 ‘경고하다’라는 의미의 ‘모네오(moneo)’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외계인은 인간을 위협하는 변종 생물체인 괴물로서 인류가 가진 불안과 공포, 비틀린 욕망과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타자이자 그것이 몰고 올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가 아닐까.
‘프로메테우스’는 가까운 미래인 2090년 전후가 배경이다.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 분)는 메소포타미아, 아스텍, 마야 등지에서 발견된 같은 유형의 별자리 지도가 한곳을 가리킨다고 추정한다. 인간은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생명체이며, 고대 유적에 남긴 그림은 인류 기원인 외계인의 행성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거대 첨단기업인 웨이랜드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인류 기원을 추적할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를 띄운다. 2년여의 오랜 여행 끝에 마침내 엘리자베스 쇼를 비롯한 대원들은 목표했던 행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미지의 행성에서 인류 ‘선발대’가 마주한 것은 외계인들의 거대한 무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다.
‘더 씽’에서는 외계 괴생물체와의 조우가 지구 안에서 이뤄진다. 남극이다. 역시 여성 과학자가 주인공이다. 젊은 고생물학자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는 비밀 연구를 위해 노르웨이 남극탐사 팀의 초청을 받고 현지에 도착한다. 그곳의 두꺼운 빙하 밑에는 수십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구조물과 비행선, 그리고 정체 모를 외계인의 사체가 있었다. 세상을 뒤흔들 위대한 발견이라며 탐사 팀은 파티를 벌여 자축하지만, 얼음 속에 갇혔던 ‘그놈’이 깨어나면서 연구기지는 살육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괴물이 우리 안의 존재라는 것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선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번식한다. ‘더 씽’에선 외계 우주선 속 괴생물체가 다른 유기체의 세포를 흡수해 완벽하게 모방하는 능력을 지녔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도 있으니 탐사대원은 누가 동료이고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다. 상황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밀실 추리극과 동일하다. ‘바깥세계와 완전히 두절된 공간,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연구대원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죽인다.
리들리 스콧의 자기표절
‘프로메테우스’나 ‘더 씽’이나 주인공은 모두 과학자다. ‘프로메테우스’에서 탐사대원들은 외계 행성을 발견한 후 “작은 한 걸음, 인류의 위대한 진보”라며 흥분한다. ‘더 씽’에선 연구대원들이 인류의 첫 발견이자 외계인과의 첫 만남이라며 축배를 든다. 영화 속에서 괴물이 무너뜨리는 것은 과학과 합리적인 이성으로 세계의 수수께끼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믿음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선 거대 첨단기업이 우주탐사선을 만들어 인류 기원을 찾고자 한 것이 사실은 생명의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불사(不死)’에 도전하려는 목적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탐사대원들이 맞닥뜨린 것은 조물주 무덤과 괴물 산란실이었다. 프로메테우스호가 도착한 곳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공격하려고 괴생명체를 개발하던 군사기지였으며, 자신들이 창조했던 인간을 절멸시키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나 ‘더 씽’이나 ‘강인한 여전사’가 외계 괴생명체와 맞서 싸우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공포와 스릴러에서 여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작품을 일러 ‘파이널 걸’ 영화라고 부른다. 여러모로 두 편에서 흡사한 설정이 보이고, 이는 1978년 나온 걸작이자 스콧 감독의 작품인 ‘에일리언’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스콧 감독의 ‘자기표절’에 가까운 영화다.
어쨌거나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인간이 불가해한 현상을 만났을 때 정서적 또는 이성적 불편함(인지부조화)을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초월적 존재를 만들어내거나 괴물을 빚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불가해한 것은 인간 자신의 욕망이 아닐까. 우리 안의 ‘괴물’, 그 에일리언 말이다.
‘맨 인 블랙’은 외계인이 지구에 숨어들어 인간과 함께 산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다양한 모습을 한 외계인이 합법 혹은 불법으로 지구에 이민 와 있다는 얘기인데, 이들을 관리하는 미국 정부의 비밀조직 요원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5월 24일 개봉한 3편은 한국에서도 2주간 흥행 1위를 차지하며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굳이 ‘맨 인 블랙’을 들 것도 없이 외계인은 늘 우리 안에 있었다. 우리 안의 타자(他者)이거나 인간 내면의 괴물 말이다. ‘맨 인 블랙’ 3편에 이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연속으로 개봉한 ‘프로메테우스’와 ‘더 씽’ 등 2편의 외계인 영화는 지구 밖 생명체가 사실은 우리 안의 ‘괴물’을 표상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류 기원은 외계인?
할리우드 영화 속 외계인은 인류에게 적대적인지, 그리고 고도의 지능을 지녔는지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외계인은 인류에게 호의적이고 평화 지향적이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다. 반면 팀 버턴 감독의 ‘화성침공’에서 외계인은 발달한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지구에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이다. 시고니 위버의 여전사 리플리 연기로 유명한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끈적끈적한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은 하등동물이면서 인간에게 매우 공격적인 포식자다.
‘에일리언’을 비롯한 많은 공상과학(SF)영화에서 외계인은 ‘괴물’로 등장한다. 괴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몬스터(monster)’는 라틴어 ‘몬스트룸(monstrum)’에서 유래했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결과로 발생한 생물학적 오류나 신의 분노가 낳은 ‘변종’을 의미하는 단어다. ‘몬스트룸’의 어원은 ‘보여주다’라는 뜻의 동사 ‘몬스트로(monstro)’이거나 ‘경고하다’라는 의미의 ‘모네오(moneo)’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외계인은 인간을 위협하는 변종 생물체인 괴물로서 인류가 가진 불안과 공포, 비틀린 욕망과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타자이자 그것이 몰고 올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가 아닐까.
‘프로메테우스’는 가까운 미래인 2090년 전후가 배경이다.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 분)는 메소포타미아, 아스텍, 마야 등지에서 발견된 같은 유형의 별자리 지도가 한곳을 가리킨다고 추정한다. 인간은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생명체이며, 고대 유적에 남긴 그림은 인류 기원인 외계인의 행성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거대 첨단기업인 웨이랜드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인류 기원을 추적할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를 띄운다. 2년여의 오랜 여행 끝에 마침내 엘리자베스 쇼를 비롯한 대원들은 목표했던 행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미지의 행성에서 인류 ‘선발대’가 마주한 것은 외계인들의 거대한 무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다.
‘더 씽’에서는 외계 괴생물체와의 조우가 지구 안에서 이뤄진다. 남극이다. 역시 여성 과학자가 주인공이다. 젊은 고생물학자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는 비밀 연구를 위해 노르웨이 남극탐사 팀의 초청을 받고 현지에 도착한다. 그곳의 두꺼운 빙하 밑에는 수십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구조물과 비행선, 그리고 정체 모를 외계인의 사체가 있었다. 세상을 뒤흔들 위대한 발견이라며 탐사 팀은 파티를 벌여 자축하지만, 얼음 속에 갇혔던 ‘그놈’이 깨어나면서 연구기지는 살육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괴물이 우리 안의 존재라는 것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선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번식한다. ‘더 씽’에선 외계 우주선 속 괴생물체가 다른 유기체의 세포를 흡수해 완벽하게 모방하는 능력을 지녔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도 있으니 탐사대원은 누가 동료이고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다. 상황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밀실 추리극과 동일하다. ‘바깥세계와 완전히 두절된 공간,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연구대원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죽인다.
리들리 스콧의 자기표절
‘프로메테우스’나 ‘더 씽’이나 주인공은 모두 과학자다. ‘프로메테우스’에서 탐사대원들은 외계 행성을 발견한 후 “작은 한 걸음, 인류의 위대한 진보”라며 흥분한다. ‘더 씽’에선 연구대원들이 인류의 첫 발견이자 외계인과의 첫 만남이라며 축배를 든다. 영화 속에서 괴물이 무너뜨리는 것은 과학과 합리적인 이성으로 세계의 수수께끼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믿음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선 거대 첨단기업이 우주탐사선을 만들어 인류 기원을 찾고자 한 것이 사실은 생명의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불사(不死)’에 도전하려는 목적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탐사대원들이 맞닥뜨린 것은 조물주 무덤과 괴물 산란실이었다. 프로메테우스호가 도착한 곳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공격하려고 괴생명체를 개발하던 군사기지였으며, 자신들이 창조했던 인간을 절멸시키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나 ‘더 씽’이나 ‘강인한 여전사’가 외계 괴생명체와 맞서 싸우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공포와 스릴러에서 여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작품을 일러 ‘파이널 걸’ 영화라고 부른다. 여러모로 두 편에서 흡사한 설정이 보이고, 이는 1978년 나온 걸작이자 스콧 감독의 작품인 ‘에일리언’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스콧 감독의 ‘자기표절’에 가까운 영화다.
어쨌거나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인간이 불가해한 현상을 만났을 때 정서적 또는 이성적 불편함(인지부조화)을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초월적 존재를 만들어내거나 괴물을 빚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불가해한 것은 인간 자신의 욕망이 아닐까. 우리 안의 ‘괴물’, 그 에일리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