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12-1차 맥스 선더’ 훈련에서 F-15K(앞쪽 4대), 좌우측 KF-16, 뒤쪽 F-4E로 구성된 대규모 공격편대군이 서해상에서 진행된 적 도발원점에 대한 정밀폭격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무사히 기지로 귀환하고 있다.
전쟁은 적기의 내습(來襲)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고 초계비행하는 전투기들은 공대공 무기만 탑재한다. 그날 연평도 상공에 떠 있던 아군기들이 그랬다. 이 때문에 포격을 가하는 인민군 4군단 포병대를 공격하지 못했다.
공대지 미사일은 공대공 미사일에 비해 훨씬 크다. 안에는 주변 환경에 민감한 화학물질과 전자부품이 즐비하기 때문에 항온항습 공간에 보관하다 작전 명령이 떨어지면 전투기에 장착한다. 미사일이 큰 만큼 제법 시간이 걸린다. 가장 빠른 준비가 ‘30분 대기’고 다음이 ‘1시간 대기’ ‘2시간 대기’다.
북한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은 함포보다 사거리가 길기에 북한이 공격을 시작하면 우리 함정은 서해 5도 뒤로 물러난다. 아군은 서해 5도에 전개해놓은 화력만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넓고 넓은 육지에서 쏘아대는 화력을 조막만 한 섬의 화력으로 대응케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합참은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면 공대지 무기를 탑재한 아군기를 띄워 북한군을 박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그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합참의 모 장성은 이렇게 변명했다. “우리 전투기가 공대지 미사일을 쏘면 북한이 전면전으로 대응할 위험성이 높은데, 그에 대비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F-15K에 출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이 처절한 경험이 약이 됐다. 지난해 말을 목표로 우리 군은 미군과 함께 머리를 쥐어짜가며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작계(作計)’를 세웠다. 이를 완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5월 7~18일 서해의 광대한 공역(空域)에서 펼쳐진 ‘맥스 선더(Max Thunder)’ 한미연합 공중전투훈련에서 그 일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훈련은 세계 최대의 공중훈련으로 꼽히는 미 공군의 ‘레드 플래그(Red Flag)’를 축소 모방한 것이다.
적을 제압하는 대규모 편대군 공격
레드 플래그는 공군 작전 가운데 가장 강력한 ‘패키지 스트라이크(Package Strike)’, 일명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을 포함한다. 이 공격에는 많은 경우의 전투기 100여 대가 참여한다. 전투기는 적기를 잡는 제공기와 적진을 폭격하는 전폭기로 나누는데, 제공기와 전투기 수는 작전 목적에 따라 적절히 배분한다. 이들을 지휘통제하면서 지원하려고 에이왁스(AWACS)라 부르는 경보기와 공중급유기도 이륙한다.
아군이 많은 항공기를 띄우면 적은 전투기는 물론이고 대공(對空)미사일을 가동해 저항한다. 이에 대한 응전으로 아군은 대공제압기 ‘프라울러’나 ‘와일드 위즐’을 띄운다. 대공미사일을 쏘려면 대공레이더부터 가동해야 하는데, 대공제압기는 이 레이더파를 포착해 따라 들어가는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한다.
대공제압기가 대공미사일 기지를 박살내면 경보기의 지원을 받은 제공기가 적기를 격추하고, 그사이 전폭기가 적진을 누비며 전략시설을 초토화한다. 적이 아군기를 격추하면 함께 들어간 탐색구조전대가 신속히 강하해 비상탈출한 조종사를 구출해낸다. 이런 식으로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펼치면 2~3개 도(道) 면적에 있는 적의 전략시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은 항공력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결전(決戰)인 것이다.
레드 플래그에서는 ‘청군’과 ‘홍군’으로 나눠 양쪽 모두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주고 자유공방전을 펼치게 한다. 이 훈련을 본떠 7~8개국 공군이 축소된 훈련을 하는데, 지난해부터 한국은 경보기를 확보함으로써 그런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급유기와 대공제압기는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군 것을 빌려서 한다.
기종별로 항공기를 가장 잘 모는 조종사들이 모인 공군 부대가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이하 29전대)다. 29전대는 북한 공군 전술을 많이 분석하므로 맥스 선더 훈련에서는 홍군의 선봉이 된다. 기량이 좋은 29전대 조종사들이 기습과 매복에 능한 북한 공군기 식으로 공격을 해오면, 여러 비행단에서 차출된 청군기들이 이륙해 서해 상공에서 대규모 가상 공중전을 벌이는 것이다.
지상에 있는 판정관들은 누가 먼저 피격됐는지를 판단한다. 피격된 조종사들은 아웃돼 ‘자아비판’을 하는 보고서를 써야 한다. 많은 공군기가 혼전을 벌이기에 아군기가 아군기를 맞히는 사태도 발생한다. ‘이 짓’을 한 조종사는 격추한 아군기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써야 한다. 야간에도 훈련하기 때문에 바다를 하늘로 알고 돌진하는 버티고(vertigo)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복잡하게 진행되는 이 훈련을 한미 장교가 공동으로 기획했다는 점이다. 이 훈련은 ‘맥스’라는 호출부호를 쓰는 미군 장교와 한국 공군의 박모 중령이 구성했다. 미국 측은 입안자를 기리려고 맥스라는 이름을 내놓았으나, 한국은 특정인 대신 ‘선더(천둥)’를 선택했기 때문에 맥스 선더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한국 장교가 맥스 선더 기획에 참여했다는 것은 한국도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 훈련기간 GPS 교란 시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취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10배로 보복하라”고 말했다. 10배 보복을 하고도 전면전을 억제하려면 공군이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능력을 올해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이 훈련에서 흥미를 끈 것은 한국 공군이 주 공격수를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에 있는 7공군 전력이 참여했는데 7공군의 주력은 F-16이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KF-16은 미 7공군의 F-16보다 성능이 좋다. 그리고 F-16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F-15K도 참여시켰다. 그러니 연합 편대를 짜면 한국 공군기들이 리더인 ‘주기(主機)’를 하고 미 공군기들이 따라가는 ‘요기(僚機)’를 하게 됐다. 미국은 경보기와 급유기 등 지원기 분야에서 우세한 전력을 제공했다.
맥스 선더 훈련을 집행하는 한 대령은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을 10배 이상 때리고도 전면전을 억제할 수 있느냐. 그 작전에 참여한 우리 공군기들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변은 ‘해봐야 안다’와 더불어 ‘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명령하면 우리는 무조건 한다’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맥스 선더 훈련은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서해상에서 펼쳐졌다. 공군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도 그들의 레이더를 통해 이 훈련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되도록 훈련 규모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이 훈련을 하는 사이 북한은 서해안에서 지피에스(GPS) 교란을 시도했다. 왜 북한은 그런 행동을 했을까.
5월 15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한국 공군의 최신예 F-15K 전투기들이 가상공중전을 펼치기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