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작가 박완서는 ‘위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확실한 미래 탓에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박완서 선생은 나이 마흔에 등단해서도 그 많은 소설을 썼잖아” 하고 되뇌었다. 지금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자전소설집을 읽는다. 담담한 어투로 생생하게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회상한 책을 읽다 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고민이 하찮게 느껴진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요즘은 빈약한 밥상을 들이밀며 소설 ‘그 남자네 집’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유세를 떤다.
“중인 집안이나 음식 까다롭지, 나는 양반이라 먹는 거 안 따지니까 괜찮아!”
지난해 1월 박완서 선생이 작고했다. 입가에 굵게 팬 주름과 소년 같은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믿기지 않았다. 평생 부지런하던 선생답게, 슬퍼할 독자들을 위해 차곡차곡 선물을 쟁여놓았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도 수필집이 두 권이나 나왔고 작고 후에도 그림책, 에세이 등이 새로이 빛을 봤다. 2월 28일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선보인 입체낭독공연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는 박완서 선생을 그리워하는 독자에게 큰 선물이다.
입체낭독공연이라는 형식이 새롭다. 단순히 책을 읽거나 소설 속 이야기를 각색해 무대화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식이다. 연극배우가 감정을 실어 소설을 읽으면서 장면마다 연기를 곁들인다. 소박하지만 재치 있는 소품도 활용한다. 그와 어울리는 음악과 배경화면이 오감을 자극한다. 김연진, 강애심, 천정하, 전경자, 이엘리 등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가 차례로 출연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8시에 공연한다. 화요일에는 노년의 자매가 나누는 즐거운 수다를 통해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수요일에는 여공과 명문대생 부부의 이야기 ‘티타임의 모녀’, 목요일에는 병상에 누운 남편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금요일에는 두 노파의 생명력을 그린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이 무대에 오른다. 모두 박완서 선생 특유의 친근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소극장에 들어서면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을 받는다. 소박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배우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소설 한 편이 머리를 거쳐 가슴속에 들어차는 느낌이다.
오전 공연의 관객 대부분은 중년 여성이다. 오랜만에 하는 공연장 나들이에 들떠 포스터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이내 훌쩍훌쩍 소리가 객석을 채운다. 끄덕끄덕 공감하다 이내 우하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단돈 1만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라 확신한다. 4월 27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문의 02-747-3226.
“중인 집안이나 음식 까다롭지, 나는 양반이라 먹는 거 안 따지니까 괜찮아!”
지난해 1월 박완서 선생이 작고했다. 입가에 굵게 팬 주름과 소년 같은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믿기지 않았다. 평생 부지런하던 선생답게, 슬퍼할 독자들을 위해 차곡차곡 선물을 쟁여놓았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도 수필집이 두 권이나 나왔고 작고 후에도 그림책, 에세이 등이 새로이 빛을 봤다. 2월 28일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선보인 입체낭독공연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는 박완서 선생을 그리워하는 독자에게 큰 선물이다.
입체낭독공연이라는 형식이 새롭다. 단순히 책을 읽거나 소설 속 이야기를 각색해 무대화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식이다. 연극배우가 감정을 실어 소설을 읽으면서 장면마다 연기를 곁들인다. 소박하지만 재치 있는 소품도 활용한다. 그와 어울리는 음악과 배경화면이 오감을 자극한다. 김연진, 강애심, 천정하, 전경자, 이엘리 등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가 차례로 출연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8시에 공연한다. 화요일에는 노년의 자매가 나누는 즐거운 수다를 통해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수요일에는 여공과 명문대생 부부의 이야기 ‘티타임의 모녀’, 목요일에는 병상에 누운 남편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금요일에는 두 노파의 생명력을 그린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이 무대에 오른다. 모두 박완서 선생 특유의 친근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소극장에 들어서면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을 받는다. 소박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배우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소설 한 편이 머리를 거쳐 가슴속에 들어차는 느낌이다.
오전 공연의 관객 대부분은 중년 여성이다. 오랜만에 하는 공연장 나들이에 들떠 포스터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이내 훌쩍훌쩍 소리가 객석을 채운다. 끄덕끄덕 공감하다 이내 우하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단돈 1만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라 확신한다. 4월 27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문의 02-747-3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