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영웅이다. …디도스 공격으로 우리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디도스 테러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론 누군가가 넷버스와 해킹툴 같은 해킹 프로그램으로 테러를 감행할 것이다!”(닉네임 ykk98xx)
“여성부를 테러할 수 있게 지원 요청합니다. 도와주세여.”(닉네임 Zyrusxxx)
3월 6일 A군(11) 등 초등학생 3명을 포함한 10대 7명이 2월 26~29일 네 차례에 걸쳐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여성부 안티카페’ 게시판엔 이런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내용은 여성가족부를 향한 비난 일색.
A군 등이 경찰에 밝힌 범행 동기는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시행, 비스트 등 유명 가수의 음반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같은 일련의 여성가족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비록 디도스 공격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초·중·고교생이 연합한 10대가 정부부처에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건 전례 없는 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병덕 대장은 “7명 모두 본인 혹은 부모 명의로 여성부 안티카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여성가족부 의뢰로 수사했으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19대 총선 등 중요한 국가 행사를 앞둔 시점에 미성년자끼리 사전 모의해 벌인 일이라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개설한 여성부 안티카페 회원은 3월 14일 현재 2384명. 대다수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흥미로운 건 이 카페가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논리가 2008년 3월 온라인상에서 결성돼 지난해 3월 국내 유일의 남성 시민단체로 발족한 ‘남성연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남성연대’에 공격 지지 글 쇄도
실제로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남성연대 사이트(www.manofkorea.com) 자유게시판엔 디도스 공격을 가한 10대를 동조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어린아이들도 저런 거사를 거행하는데… 우리도 여성부 폐지 오프라인 집회라도 벌여야 되는 거 아닙니까?” “(여성가족부가) 얼마나 못났으면… 어린애들이 다 공격을 할까” “이들의 의거에 기뻐하며 기립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리라” “어른들이 하지도 못한 일을 애들이 작심하고 해내다니,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다음 차례는 여성부다!”….
남성연대는 이미 1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여성가족부 명칭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주장하는 명칭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함으로써 여성가족부에 한껏 각을 세운 바 있다. 부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남성이나 노인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여성가족부가 ‘가족’을 운위하는 건 아버지 없는 ‘가족’을 장려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사용할 자격이 없으며, 정식 명칭을 사용하려면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해당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게 남성연대 측 주장. 따라서 여성가족부 명칭에서 가족을 빼고 가족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한편, ‘여성부’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위안부 문제 등 본연 임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 1월 여성부로 출범해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여성가족부로 확대됐으며, 2008년 2월 현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가족 및 보육정책 기능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하고 여성부로 명칭을 바꿨다가, 2010년 3월 당시 보건복지가족부의 청소년 보호 및 다문화가족 지원 등의 기능을 이관받아 다시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남성연대의 전력(前歷)은 화려하다. 지난해 11월 영화 ‘너는 펫’의 ‘여성 주인, 남성 펫’ 설정이 남성비하적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2월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공익서비스로 기부 커뮤니티인 ‘해피빈’을 운영하면서 ‘해피빈 그녀, 해피빈 그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이 역시 남성비하적이므로 ‘해피빈 그녀’를 ‘해피빈 그년’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해, 결국 네이버 측이 ‘해피빈 그놈’이라는 제목의 게시판을 아예 삭제하게 만들었다.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남성연대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할 아무런 명분이 없으며, 해당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디도스 공격을 한 10대가 가입한 여성부 안티카페와 남성연대 간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걸까. 취재 결과, 여성부 안티카페는 남성연대 사이트에서 파생한 카페 중 하나로 확인됐다. 성재기(45) 남성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10대들은 한때 남성연대 사이트에서 활동하다 독립해 여성부 안티카페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일부”라면서 “디도스 공격이 이들의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남성연대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털어놨다. 결국 여성부 안티카페의 모태가 남성연대인 셈이다.
성 대표에 따르면, 남성연대는 직접 운영하는 자체 사이트 외에도 ‘여성부 폐지 운동본부’ 카페와 ‘남성해방연대’ 카페를 직간접적으로 관리한다. 회비를 내는 남성연대 정회원 수는 3월 12일 현재 178명. 그러나 회비 납부 의무가 없는 준회원은 미성년자를 포함해 1만여 명에 이른다. 남성연대 측은 활동(로그인, 출석 체크, 댓글, 게시글 등)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미성년 학생 회원도 모집 중이다.
개인사업을 하던 성 대표가 남성연대 활동을 시작한 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당시 ‘여성부’ 폐지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 그는 “한명숙 초대 장관을 필두로 역대 여성가족부 장관 대다수가 여성단체 출신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전체를 위한다기보다 일부 여성단체의 페미니스트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부처로 전락했다”며 “남녀 모두에게 책임과 의무에 비례한 권리 및 혜택을 부여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남성연대의 활동 목표”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남성연대 활동이 이번 사건에서 보듯 ‘여성가족부 무용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뛰어넘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무감(無感)’한 10대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주부(42)는 “아들이 여성부 안티카페 활동을 하는 것을 최근 알았는데, 어린 나이인데도 여성가족부에 적대적인 글을 수시로 인터넷에 올리는 걸 보고 놀랐다”며 “자라면서 자칫 이분법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련 정책 불신 여전
하지만 여성가족부에게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송년모임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남성에게 회식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가 국제적 망신까지 당한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처럼 어설픈 정책을 내놓아 사회적 논란과 함께 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불러온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우리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 국제교류 등 여성가족부의 다른 정책에 호응하는 10대도 많다”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2010년 한국행정연구원(KIPA)의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가족 정책은 공무원이 정부 정책에서 축소돼야 할 분야로 꼽은 정책(전체 10개) 가운데 토목·건설 정책, 국정관리 정책, 지방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이어 네 번째에 올랐다.
“여성부를 테러할 수 있게 지원 요청합니다. 도와주세여.”(닉네임 Zyrusxxx)
3월 6일 A군(11) 등 초등학생 3명을 포함한 10대 7명이 2월 26~29일 네 차례에 걸쳐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여성부 안티카페’ 게시판엔 이런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내용은 여성가족부를 향한 비난 일색.
A군 등이 경찰에 밝힌 범행 동기는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시행, 비스트 등 유명 가수의 음반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같은 일련의 여성가족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비록 디도스 공격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초·중·고교생이 연합한 10대가 정부부처에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건 전례 없는 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병덕 대장은 “7명 모두 본인 혹은 부모 명의로 여성부 안티카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여성가족부 의뢰로 수사했으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19대 총선 등 중요한 국가 행사를 앞둔 시점에 미성년자끼리 사전 모의해 벌인 일이라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개설한 여성부 안티카페 회원은 3월 14일 현재 2384명. 대다수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흥미로운 건 이 카페가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논리가 2008년 3월 온라인상에서 결성돼 지난해 3월 국내 유일의 남성 시민단체로 발족한 ‘남성연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남성연대’에 공격 지지 글 쇄도
실제로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남성연대 사이트(www.manofkorea.com) 자유게시판엔 디도스 공격을 가한 10대를 동조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어린아이들도 저런 거사를 거행하는데… 우리도 여성부 폐지 오프라인 집회라도 벌여야 되는 거 아닙니까?” “(여성가족부가) 얼마나 못났으면… 어린애들이 다 공격을 할까” “이들의 의거에 기뻐하며 기립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리라” “어른들이 하지도 못한 일을 애들이 작심하고 해내다니,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다음 차례는 여성부다!”….
남성연대는 이미 1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여성가족부 명칭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주장하는 명칭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함으로써 여성가족부에 한껏 각을 세운 바 있다. 부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남성이나 노인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여성가족부가 ‘가족’을 운위하는 건 아버지 없는 ‘가족’을 장려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사용할 자격이 없으며, 정식 명칭을 사용하려면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해당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게 남성연대 측 주장. 따라서 여성가족부 명칭에서 가족을 빼고 가족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한편, ‘여성부’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위안부 문제 등 본연 임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 1월 여성부로 출범해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여성가족부로 확대됐으며, 2008년 2월 현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가족 및 보육정책 기능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하고 여성부로 명칭을 바꿨다가, 2010년 3월 당시 보건복지가족부의 청소년 보호 및 다문화가족 지원 등의 기능을 이관받아 다시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남성연대의 전력(前歷)은 화려하다. 지난해 11월 영화 ‘너는 펫’의 ‘여성 주인, 남성 펫’ 설정이 남성비하적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2월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공익서비스로 기부 커뮤니티인 ‘해피빈’을 운영하면서 ‘해피빈 그녀, 해피빈 그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이 역시 남성비하적이므로 ‘해피빈 그녀’를 ‘해피빈 그년’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해, 결국 네이버 측이 ‘해피빈 그놈’이라는 제목의 게시판을 아예 삭제하게 만들었다.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남성연대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할 아무런 명분이 없으며, 해당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디도스 공격을 한 10대가 가입한 여성부 안티카페와 남성연대 간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걸까. 취재 결과, 여성부 안티카페는 남성연대 사이트에서 파생한 카페 중 하나로 확인됐다. 성재기(45) 남성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10대들은 한때 남성연대 사이트에서 활동하다 독립해 여성부 안티카페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일부”라면서 “디도스 공격이 이들의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남성연대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털어놨다. 결국 여성부 안티카페의 모태가 남성연대인 셈이다.
성 대표에 따르면, 남성연대는 직접 운영하는 자체 사이트 외에도 ‘여성부 폐지 운동본부’ 카페와 ‘남성해방연대’ 카페를 직간접적으로 관리한다. 회비를 내는 남성연대 정회원 수는 3월 12일 현재 178명. 그러나 회비 납부 의무가 없는 준회원은 미성년자를 포함해 1만여 명에 이른다. 남성연대 측은 활동(로그인, 출석 체크, 댓글, 게시글 등)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미성년 학생 회원도 모집 중이다.
개인사업을 하던 성 대표가 남성연대 활동을 시작한 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당시 ‘여성부’ 폐지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 그는 “한명숙 초대 장관을 필두로 역대 여성가족부 장관 대다수가 여성단체 출신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전체를 위한다기보다 일부 여성단체의 페미니스트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부처로 전락했다”며 “남녀 모두에게 책임과 의무에 비례한 권리 및 혜택을 부여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남성연대의 활동 목표”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남성연대 활동이 이번 사건에서 보듯 ‘여성가족부 무용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뛰어넘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무감(無感)’한 10대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주부(42)는 “아들이 여성부 안티카페 활동을 하는 것을 최근 알았는데, 어린 나이인데도 여성가족부에 적대적인 글을 수시로 인터넷에 올리는 걸 보고 놀랐다”며 “자라면서 자칫 이분법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련 정책 불신 여전
하지만 여성가족부에게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송년모임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남성에게 회식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가 국제적 망신까지 당한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처럼 어설픈 정책을 내놓아 사회적 논란과 함께 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불러온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우리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 국제교류 등 여성가족부의 다른 정책에 호응하는 10대도 많다”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2010년 한국행정연구원(KIPA)의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가족 정책은 공무원이 정부 정책에서 축소돼야 할 분야로 꼽은 정책(전체 10개) 가운데 토목·건설 정책, 국정관리 정책, 지방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이어 네 번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