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그는 “앞으로 많이 험난할 것 같다”는 말로 적지 않은 고충이 있음을 털어놨다. 그는 대표팀 코치를 해본 경험은 있지만 사령탑에는 처음 올랐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K리그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한편,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일부는 제외했다. 열흘이라는 짧은 훈련 기간을 감안해 최대한의 경기력을 뽑아내려는 특단의 조치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리는 일은 최 감독이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쿠웨이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와 전반전은 완패에 가까웠다. 먼저 실점하지 않은 덕분에 후반에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며 2골을 넣어 승리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열흘의 훈련 기간을 가졌는데도 우리가 훈련한 대로, 의도한 대로 안 된 부분이 나타났다. 앞으로도 훈련할 기간이 길지 않다”며 “짧은 훈련 기간으로 전력 극대화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최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능력 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언제나 올 수 있어야 한다. 문을 열어놓고 앞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여러 각도로 대표팀 운영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시방편으로 대표팀을 구성해 쿠웨이트전을 치른 것과 달리 최종예선은 팀을 다시 꾸려 나서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쿠웨이트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김상식(36·전북) 등 몇몇 선수는 최 감독이 이번 한 경기를 위해 뽑았다. 이들이 최종예선에서 다시 대표팀에 뽑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들의 자리를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나 올림픽대표팀에서 성장하는 기대주가 메울 가능성이 크다.
짧은 훈련 기간 전력 극대화 고민
최 감독은 “8월에 올림픽 본선이 끝나면 올림픽호의 젊은 선수까지 총망라해 대표팀을 뽑을 수 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더 점검해야 한다. 여러 각도로 생각해봤을 때 좋은 선수가 많다. 그런 선수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차두리(32·셀틱),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21·선덜랜드), 정조국(28·낭시), 박주호(25·FC바젤), 손흥민(20·함부르크) 등을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에서는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남태희(21·레퀴야), 서정진(23·수원), 윤빛가람(22·성남),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선수 구성뿐 아니라 훈련 기간 부족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최 감독은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프로 16개 구단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 열흘간의 훈련 기간을 보장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규정대로 하면 훈련 기간은 사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나서서 프로구단을 설득해 대표팀은 훈련 기간을 일주일 이상 얻어낼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까지 소화하는 등 쿠웨이트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간이 더 부족하다. FIFA가 정한 2012년 국제경기 일정을 보면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리는 6월 초까지 앞으로 3개월간 단 한 차례도 A매치를 가질 시간이 없다. 이는 곧 최 감독이 직접 선수를 불러서 컨디션과 기량을 점검하고 최종예선에 나설 태극전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만나서 대화를 해본 뒤 최종예선에 나설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대표팀 조직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해나갈 시간도 없다. 쿠웨이트전에서 대표팀은 조직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막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내려면 선수를 모아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으로는 해결책이 마땅히 없다. 이럴 경우 최종예선 초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표팀이 최종예선을 치르기까지 3개월 남았다.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최종예선 초반 대표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긴밀히 협조해 이 기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해외파 점검이다.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기성용은 “최종예선에서는 해외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물론 선수의 말 한마디에 감독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기본 능력을 인정받는다. 이들이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대표팀에 합류하면 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출전 시간이 적어 고민하는 해외파 선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꾸준히 이들의 클럽을 방문해 몸 상태와 경기력을 확인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발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월 29일 쿠웨이트를 2대 0으로 꺾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응원해준 관중에게 인사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대표팀 소집 훈련을 위한 시간도 마련해야 한다. 국내파 위주로 정할 것이 아니라 해외파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을 잡아야 한다. 유럽 대부분의 리그는 5월 중순 정도면 마무리된다. 6월 초 열리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길게는 열흘에서 짧게는 사나흘 정도 훈련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위원회를 통해 훈련 일자를 정하고, 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해외파 선수의 소속팀과 차출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대표팀이 최소한 며칠이라도 더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차출을 위해 최 감독이 직접 나서서 해외파 소속팀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만날 상대팀을 분석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상대팀이 그동안 예선을 치르면서 어떤 경기력을 선보였는지를 분석하고 맞춤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많은 사람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 예선은 무난히 통과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아시아축구가 성장했고, 한국을 위협하는 팀도 늘었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려면 앞으로 최종예선까지 남은 3개월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 감독. 그는 중상위권에 머물던 전북의 지휘봉을 잡아 팀을 명실상부한 명문으로 변신시켰다. 또한 어려움을 겪던 이동국(33·전북), 김상식 같은 선수를 전북으로 데려와 리그 최고의 선수로 탈바꿈시켰다. K리그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한 최 감독이 이번엔 어떤 처방으로 대표팀을 변화시킬지 축구팬의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