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기도 한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는 자연의 정취가 넘쳤다. 소나무와 바위의 멋진 조화가 고풍스럽고, 본관 옆에 우뚝 솟은 붉은 벽돌의 종탑은 유럽풍이다. 지붕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꽂혔고 그 아래에 커다란 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교회를 이끄는 손인웅(70) 목사는 한국 기독교계의 어른으로 부를 만큼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교단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다.
3월 6일 오후 덕수교회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개신교 개혁 및 언론과의 건강한 교류를 지향하는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하 포럼)이 출범한 것이다. 손 목사는 이 포럼의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이사회는 17명으로 구성됐는데 목사가 13명, 언론인과 기업인이 각 2명이다. 행사는 창립총회와 감사예배, 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뷔페 식사가 끝난 후 손 목사를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 포럼의 창립 목적을 한마디로 말씀하신다면.
“언론은 기독교와 사회의 다리 노릇을 한다. 포럼을 통해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도록 하자는 게 창립 목적이다.”
▼ 소통이 안 된다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예전엔 기독교인이 소수였다. 세력은 작았지만 사회에 끼친 영향은 긍정적이었고 교회에 대한 사회의 기대도 컸다. 최근엔 교인 수도 많아지고 큰 교회가 많이 생겼다. 너무 커지다 보니 공격과 비판 대상이 됐다. 잘하는 것도 많은데 기삿거리가 안 된다. 으레 잘해야 하는 걸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반면 잘못한 건 지나치게 부각된다.”
“십자군식 선교하면 안 돼”
손 목사는 소통이 안 된 대표적인 사례로 샘물교회 사건을 꼽았다.
“샘물교회 사건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때 나도 그 교회에 가서 40여 일간 교인과 함께 금식기도를 하고 예배를 봤다. 그런데 언론이 애초 잘못된 방향으로 보도했다.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간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선교단이라기보다 봉사단으로 간 것이다. 그 사건이 해외선교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된 건 맞다. 하지만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선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박은조 샘물교회 목사는 포럼의 공동대표 여섯 명 중 한 명이다.
▼ 타 종교인에 대한 선교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알리는 방법과 태도가 문제다. 어느 종교든 도그마가 있다. 제국주의적으로 혹은 십자군식으로 선교해선 안 된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삶을 통해 자신이 믿는 종교를 알려야 한다. 내가 예수 믿어 좋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게 가장 효과적인 선교 수단이다. 또 시혜적 태도는 역효과를 낸다. 섬김과 나눔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와 성장 지상주의가 비판을 받는다.
“그건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성장은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한다. 건강한 교회와 성숙한 교회는 저절로 자라게 돼 있다. 그런데 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나중에 오히려 진정한 성장을 방해한다. 로마시대 교회가 그랬다. 남미와 아프리카에 세운 제국주의적 교회는 오늘날 현지 주민의 반기독교 정서에 부딪혀 쇠락하고 있다. 지금은 성장 이후의 문제를 논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복지와 사회봉사, 섬김 실천으로 교회의 건강성을 강화해야 한다. 성장주의의 배경에는 세속적 자본주의, 물량주의가 있다. 유사유물주의라는 표현이 나오는 실정이다. 교회가 이런 잘못된 풍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교인이 대형 교회로 몰릴수록 작은 교회는 죽어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이 아니라 이동이다. 오히려 침체되고 있다.”
▼ 대형 마트가 영세한 가게를 잡아먹는 이치 같다.
“그렇다. 큰 교회가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 중산층이 많아야 건강한 사회이듯 교회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 복음주의가 성장주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음주의는 좋은 것이다. 교회는 예수의 복음으로 삶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폐쇄적, 독선적 복음주의와 분리주의는 성장주의로 치닫는다. 교회는 복음으로 연대해야 한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가 연대해야 한다. 복음주의적 열정으로 사랑과 평화를 실천해야 교회가 갈라지지 않는다.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는 연대할 수 있다. 양 극단을 다스려야 한다.”
▼ 일부 교회와 목사의 선거 개입이 논란을 빚었다. 정부의 수쿠크(이슬람 채권) 법안에 반대하며 대통령 하야운동을 거론한 목사도 있다.
“그분들의 잘못된 신앙 행태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 본다. 기독교왕국을 건설하자는 건데 그건 서양에서도 실패했다. 지상에서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다.”
▼ 기독교 정당이 출범한다고 해서 시끄러웠는데.
“교회와 국가는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교권과 국권이 서로 침해하지 않으면서 보완해야 한다. 미국은 정교(政敎)가 분리됐다. 우리도 헌법에 그렇게 명시했다.”
“기독교 정당 창당엔 반대”
▼ 기독교 정당 창당을 어떻게 보는가.
“안 하면 좋겠다. 시기상조다. 잘한다는 게 어렵고 잘 못 하면 피해가 크다. 신도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을 가진 만큼 양심적으로 판단하도록 교회가 도울 수는 있지만 강요해선 안 된다.”
▼ 예배시간에 특정 정치인을 소개하기도 한다.
“크게 잘못된 일이다. 지난번에 목사들이 모여 ‘앞으로 교회에서 총선이나 대선 후보를 인사시키는 일을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기독교인의 어법을 언론이 이해하지 못한 탓에 빚어진 오해다. 그런 게 바로 소통의 문제다. 세상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길자연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기도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했다. 이 일에 대해 묻자 손 목사는 “양쪽 다 잘못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내가 설교를 했다. 설교 끝나고 길 목사가 앞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하더라. 대통령이 당황해 쩔쩔 맸다. 그런데 교회 장로니 안 꿇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길 목사가 오버한 것이다. 그 바람에 경호팀과 의전팀이 혼났다고 들었다.”
▼ 예수 대신 새로운 메시아를 내세우는 유사기독교 단체가 한국에서 범람하는 건 그만큼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크다는 뜻 아닐까.
“이단은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2000년 넘게 존재해왔다. 특히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일수록 이단이 힘을 얻는다. 교회가 제 기능을 못할 때 이단이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건강해야 한다. 큰 교회가 많다고 건강한 게 아니다. 신자들이 단단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결집된 힘을 보여야 한다.”
손 목사는 표정도 목소리도 차분했다. 어떤 질문에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안색이 바뀌는 법이 없었다. 교계 원로로서의 혜안과 균형감이 돋보였다. 그는 만 70세가 되는 7월에 은퇴할 예정이다. 덕수교회는 노인보호시설과 청소년 봉사학교로 유명하다. 불교, 천주교 등 타 종교와의 연대도 적극 실천해왔다.
3월 6일 오후 덕수교회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개신교 개혁 및 언론과의 건강한 교류를 지향하는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하 포럼)이 출범한 것이다. 손 목사는 이 포럼의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이사회는 17명으로 구성됐는데 목사가 13명, 언론인과 기업인이 각 2명이다. 행사는 창립총회와 감사예배, 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뷔페 식사가 끝난 후 손 목사를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 포럼의 창립 목적을 한마디로 말씀하신다면.
“언론은 기독교와 사회의 다리 노릇을 한다. 포럼을 통해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도록 하자는 게 창립 목적이다.”
▼ 소통이 안 된다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예전엔 기독교인이 소수였다. 세력은 작았지만 사회에 끼친 영향은 긍정적이었고 교회에 대한 사회의 기대도 컸다. 최근엔 교인 수도 많아지고 큰 교회가 많이 생겼다. 너무 커지다 보니 공격과 비판 대상이 됐다. 잘하는 것도 많은데 기삿거리가 안 된다. 으레 잘해야 하는 걸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반면 잘못한 건 지나치게 부각된다.”
“십자군식 선교하면 안 돼”
손 목사는 소통이 안 된 대표적인 사례로 샘물교회 사건을 꼽았다.
“샘물교회 사건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때 나도 그 교회에 가서 40여 일간 교인과 함께 금식기도를 하고 예배를 봤다. 그런데 언론이 애초 잘못된 방향으로 보도했다.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간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선교단이라기보다 봉사단으로 간 것이다. 그 사건이 해외선교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된 건 맞다. 하지만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선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박은조 샘물교회 목사는 포럼의 공동대표 여섯 명 중 한 명이다.
▼ 타 종교인에 대한 선교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알리는 방법과 태도가 문제다. 어느 종교든 도그마가 있다. 제국주의적으로 혹은 십자군식으로 선교해선 안 된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삶을 통해 자신이 믿는 종교를 알려야 한다. 내가 예수 믿어 좋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게 가장 효과적인 선교 수단이다. 또 시혜적 태도는 역효과를 낸다. 섬김과 나눔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와 성장 지상주의가 비판을 받는다.
“그건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성장은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한다. 건강한 교회와 성숙한 교회는 저절로 자라게 돼 있다. 그런데 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나중에 오히려 진정한 성장을 방해한다. 로마시대 교회가 그랬다. 남미와 아프리카에 세운 제국주의적 교회는 오늘날 현지 주민의 반기독교 정서에 부딪혀 쇠락하고 있다. 지금은 성장 이후의 문제를 논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복지와 사회봉사, 섬김 실천으로 교회의 건강성을 강화해야 한다. 성장주의의 배경에는 세속적 자본주의, 물량주의가 있다. 유사유물주의라는 표현이 나오는 실정이다. 교회가 이런 잘못된 풍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교인이 대형 교회로 몰릴수록 작은 교회는 죽어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이 아니라 이동이다. 오히려 침체되고 있다.”
▼ 대형 마트가 영세한 가게를 잡아먹는 이치 같다.
“그렇다. 큰 교회가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 중산층이 많아야 건강한 사회이듯 교회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 복음주의가 성장주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음주의는 좋은 것이다. 교회는 예수의 복음으로 삶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폐쇄적, 독선적 복음주의와 분리주의는 성장주의로 치닫는다. 교회는 복음으로 연대해야 한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가 연대해야 한다. 복음주의적 열정으로 사랑과 평화를 실천해야 교회가 갈라지지 않는다.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는 연대할 수 있다. 양 극단을 다스려야 한다.”
▼ 일부 교회와 목사의 선거 개입이 논란을 빚었다. 정부의 수쿠크(이슬람 채권) 법안에 반대하며 대통령 하야운동을 거론한 목사도 있다.
“그분들의 잘못된 신앙 행태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 본다. 기독교왕국을 건설하자는 건데 그건 서양에서도 실패했다. 지상에서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다.”
▼ 기독교 정당이 출범한다고 해서 시끄러웠는데.
“교회와 국가는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교권과 국권이 서로 침해하지 않으면서 보완해야 한다. 미국은 정교(政敎)가 분리됐다. 우리도 헌법에 그렇게 명시했다.”
“기독교 정당 창당엔 반대”
3월 6일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창립식.
“안 하면 좋겠다. 시기상조다. 잘한다는 게 어렵고 잘 못 하면 피해가 크다. 신도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을 가진 만큼 양심적으로 판단하도록 교회가 도울 수는 있지만 강요해선 안 된다.”
▼ 예배시간에 특정 정치인을 소개하기도 한다.
“크게 잘못된 일이다. 지난번에 목사들이 모여 ‘앞으로 교회에서 총선이나 대선 후보를 인사시키는 일을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기독교인의 어법을 언론이 이해하지 못한 탓에 빚어진 오해다. 그런 게 바로 소통의 문제다. 세상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길자연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기도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했다. 이 일에 대해 묻자 손 목사는 “양쪽 다 잘못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내가 설교를 했다. 설교 끝나고 길 목사가 앞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하더라. 대통령이 당황해 쩔쩔 맸다. 그런데 교회 장로니 안 꿇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길 목사가 오버한 것이다. 그 바람에 경호팀과 의전팀이 혼났다고 들었다.”
▼ 예수 대신 새로운 메시아를 내세우는 유사기독교 단체가 한국에서 범람하는 건 그만큼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크다는 뜻 아닐까.
“이단은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2000년 넘게 존재해왔다. 특히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일수록 이단이 힘을 얻는다. 교회가 제 기능을 못할 때 이단이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건강해야 한다. 큰 교회가 많다고 건강한 게 아니다. 신자들이 단단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결집된 힘을 보여야 한다.”
손 목사는 표정도 목소리도 차분했다. 어떤 질문에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안색이 바뀌는 법이 없었다. 교계 원로로서의 혜안과 균형감이 돋보였다. 그는 만 70세가 되는 7월에 은퇴할 예정이다. 덕수교회는 노인보호시설과 청소년 봉사학교로 유명하다. 불교, 천주교 등 타 종교와의 연대도 적극 실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