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정비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의 뉴타운 수습대책을 발표했다.
물론 이번 구상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정든 지역을 강제로 떠나야 했던 원주민과 세입자들이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 뉴타운 예정지의 지분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을 당한 꼴이다. 안 그래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구입가 이하로 떨어진 집값이 서울시 발표 이후 더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 팔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주민과 세입자 위한 정책
뉴타운·정비사업 예정지에 지분을 사두는 것은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하기에 유용한 방법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개발이익도 취할 수 있는 데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마련하는 유일한 기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약저축 총액이 적거나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 적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지자 서민은 불안해했다. 그런 와중에 박 시장이 뉴타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및 재개발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서울에 내 집을 장만하려던 서민들만 애가 탄다.
박 시장의 새로운 뉴타운 정책은 원주민과 세입자를 위한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비구역 내에 낡은 집을 구입한 서민의 고충은 헤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는 매도냐 보유냐를 잘 판단해야 할 때다.
현재 서울의 정비(예정)구역은 1300여 곳에 달한다. 그중 690곳은 사업시행 인가가 났고, 610곳은 아직 인가를 받지 못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곳은 추진위원회가 없는 317개 구역으로,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원하면 정비(예정)구역 지정이 해제된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293개 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과반이 동의하고 추진위원회가 요청하면 정비(예정)구역 해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추진위원회가 없는 구역의 동의율 30%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뉴타운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이 과반수인데도 반대자가 30%만 넘으면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을 설립한 지역의 경우 설령 주민 50% 이상이 동의해 원칙적으로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해도,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설립에서부터 구역 지정 해제 시까지 드는 막대한 매몰비용 탓에 실제 해제를 요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추진위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
2011년 11월 뉴타운 정책에 반대하는 서울 은평, 상계 등 뉴타운지역 시민 200여 명이 서울시청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아직까지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은 곳은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주민 반대가 거세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지역일 개연성이 높다. 정비(예정)구역은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 차원에서 노후 불량 요건 등을 충족하는 곳에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나 준비위원회를 설립한 경우에는 사업 추진 의사가 있는 것이므로 준비위원회 측으로부터 사업 진행에 대한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소나 주민을 통해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열의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는데 아직 조합을 만들지 않은 지역은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 한다. 조합 설립 인가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이 75%이므로, 적어도 60%가 넘어야 희망적이다. 정확한 주민 동의율을 파악하기 곤란하다면 주민 의견이라도 수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 있다. 슈퍼마켓, 약국, 세탁소, 노인정 등에 음료를 사들고 가서 “이 지역에 집을 사려고 하는데, 정비 사업이 잘 진행되겠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주민 동의율이 높다고 해도 추가부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일반분양 물량은 많은지, 예상 건립세대 수에 비해 조합원 수는 많은지 등 사업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변수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업시행 인가가 난 690곳 가운데 준공 단계에 이른 434곳을 제외한 256곳은 인가 및 사업시행 단계에 있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 인가가 나면 사업 추진이 원활한 편이지만 관리처분계획 인가, 추가부담금 등 수익률과 관련된 주요 변수가 남아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시공사 브랜드가 7대 건설회사 가운데 하나인지, 추가부담금이 얼마인지, 조합원이 1∼4층을 분양받을 가능성은 없는지, 이주비와 이사비는 얼마인지,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추가부담금 지급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통상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의 조건이지만 사업성이 좋은 구역은 잔금 100%인 경우도 있다), 3-베이 발코니 확장 등의 무료 옵션 수준은 어떠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주비와 이사비를 비롯한 시공사 조건은 사업시행 인가 이후 공개되며,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 추가부담금, 조합원 층 배정은 분양 신청기간 만료일 이후 조합원의 감정평가금액이 공개되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시공사 브랜드, 추가부담금 관건
박 시장의 뉴타운 옥석 가리기는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퇴출 대상의 지분값은 폭락할 테지만, 사업 추진이 확실한 지역의 지분값은 오히려 크게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시행 인가가 난 지역에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지분 구입 의사가 있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지분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추가부담금이다. 낡은 주택을 2억 원에 구입하더라도 향후 추가부담금이 3억 원이라면 총투자 금액은 5억 원인 셈이다. 반면 3억 원을 주고 사더라도 추가부담금이 1억 원이면 4억 원만 투자하는 셈이다. 정확한 추가부담금은 분양 신청기간 만료일 이후에나 알 수 있지만, 그 이전에라도 추가부담금이 적은 매물을 구입하는 방법은 있다. 예상 건립세대 수(임대주택이나 소형주택을 제외한 수)에 대한 조합원 수의 비율이 75% 이하여야 하고, 주택공시가격과 공시지가가 높은 매물이어야 한다. 사업 추진에 대한 지역 주민의 열의도 있어야 하며, 시공사 브랜드가 7대 건설회사면 더 유리하다. 역세권 500m 이내로 향후 시프트 지역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면 건립세대가 크게 늘어나 사업성도 매우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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