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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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도심 곳곳 사람의 꽃 피우기

공간에 흐르는 편집력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2-01-09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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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량한 도심 곳곳 사람의 꽃 피우기
    #서점에 왜 가는가. 단순히 책을 구입하려고? 아니다. 책을 펼쳐 책의 숲 속을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부지런히 서가의 책을 훑는 독자는 시대를 조망하고 인간 사회를 탐색하는 사람이다. 지식을 편집한 ‘책의 광장’ 서점은 지혜의 통섭 현장이다. 2011년 개점 30주년을 맞아 재개장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구성 콘셉트는 ‘꿈꾸는 사람의 광장’이다. 이 콘셉트가 압축된 특별한 공간이 바로 ‘테마 편집매장’인 ‘구서재(九書齋)’와 ‘삼환재(三患齋)’다.

    구서재는 핫이슈로 떠오른 주제를 중심으로 책을 진열하고, 삼환재는 지식인에게 추천받은 책으로 꾸민다. 2011년 12월엔 여성 편집인들이 책을 추천했다. 책을 주제에 따라 재분류한 뒤 동일한 주제로 묶어 함께 배치한다. 책을 주제에 따라 묶음 배치하니, 나온 지 오래된 책이나 영세 출판사에서 낸 책까지도 독자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북마스터의 각별한 편집력이 돋보인다.

    구서재나 삼환재에 진열해놓은 책만 일람해도 시대 트렌드를 일별할 수 있다. 의미심장한 주제를 지닌 책들을 어깨를 나란히 해 진열하니 독자의 관심은 증폭되고 집중된다. ‘맹목적 신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편 가르기와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일터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등 북마스터의 시기적절한 ‘벗어나고 싶을 때’ 기획전시는 서점에 들른 독자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황량한 도심 곳곳 사람의 꽃 피우기
    #대중교통 노선안내도가 바뀐다. 기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는 대부분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정거장 표시만 단선적으로 이어놓은 그림이 붙어 있었다. 즉, 승하차하는 정거장 정보만 수록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대중교통 노선안내도에 혁신이 일기 시작했다. 실용정보를 추가해 정보의 부가가치를 강화한 것이다. 동서남북을 가늠하는 실제 지도를 바탕에 깔았고 큰 산과 큰 강도 표시해 지금 버스가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노선의 도로망을 굵게 그려 그 위에 정거장과 주요 공공시설, 유명 관광지를 표시했다. 교차하는 다른 도로망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정거장에서 환승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와 한자 설명을 옆에 달아놓았다. 이렇듯 단일 정보와 관련된 고급정보를 추가하면 정보의 시너지효과가 배가된다. 편집력은 정보를 입체화한다.



    황량한 도심 곳곳 사람의 꽃 피우기
    #청계광장 꽃집 여사장은 늘 싱그러운 꽃 화분을 진열해 지나가는 시민을 즐겁게 해준다. 작은 칠판에 아름다운 글도 추가한다. 그가 분필로 직접 쓴 문구는 청계광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초가을엔 ‘호랑이는 배고프다고 풀을 뜯지 않는다! 외로운 가을이라고 불장난 같은 연애는 하지 말자!’ 지난 세밑엔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쫄지 말고 당당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선보였다.

    그는 행인과 말없이 감정을 교감하는 거리의 편집자다. 은근히 다음 문구가 기다려진다. 이는 황량한 서울을 낭만적인 도시로 가꾸는 귀한 편집력이다. 우리 삶에 조그만 은유와 비유가 흘러 낭만의 샘에 서정이 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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