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선후보 1위 자리를 지켜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세론이 최근 안철수 바람 때문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귀하는 다음 중 어느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10월 2일 ‘내일신문’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의 한 문항이다. 예시문장은 “①안철수 바람은 의미 있는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와 “②안철수 바람은 일시적 현상으로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로 제시했다.
대세론이 깨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①번 응답자는 38.5%였고, 대세론이 굳건하다고 생각하는 ②번 응답자는 54.8%였다. 정국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은 ‘안풍(安風)’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박근혜 대세론’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보는 셈이다. 다만 ‘안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169명)에서는 ①번(42.5%)과 ②번(52.2%)의 격차가 줄었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②번 응답이, 낮아질수록 ①번 응답이 많았다.
표의 결집력 vs 확장력의 향배
한나라당 전략통으로서 ‘비박(非朴·친박 이외의 진영)’으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회창 대세론이 두 번이나 깨진 경험이 있으면서도 아직도 ‘박근혜 대세론’을 믿느냐”며 “대세론은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만들어낸 허망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권은 결국 ‘49대 51’의 싸움이며, 누가 51%의 지지를 얻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의 박 전 대표가 수도권의 젊은 유권자를 흡수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소장파에 속하는 또 다른 한나라당 재선의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공은 여러 사람이 나누겠지만 패배의 쓴잔은 박 전 대표가 혼자 마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표의 결집력은 높을지 모르지만 확장력이 없다고 결론 날 경우 대세론 자체가 공중 분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한나라당 비박 진영의 말 가운데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유권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는 박 전 대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 사이에는 두 시각이 공존한다.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세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쪽에서는 박 전 대표의 ‘확장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승패가 서울 유권자, 특히 30~40대 유권자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의 준거라고 본다. 나 후보가 패배할 경우 ‘수도권을 잡지 못하면 대권도 없다’는 경험칙을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이 거센 도전에 직면하리라는 견해인 것.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박 전 대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영남과 충청에 이어 수도권에서의 지지도 확장 전략에 한계를 보이는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근혜 대세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특징을 결합하면, 선거 결과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상 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견해도 있다.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그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묻지 않으리라는 시각인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촉발된 만큼 ‘비박 보수’의 박근혜 흔들기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존 지지층의 결집과 조직화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보궐선거 특성상 박 전 대표에게 요구되는 구실은 새로운 지지자를 끌어 모아야 하는 ‘전도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확장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세론’은 비과학적 용어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은 ‘플러스알파’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바람을 잠재우는 조직표를 동원할 수 있느냐가 결정적 요소”라면서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서울시민 25.7%를 다시 투표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박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대세론’과 선거 결과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선거는 선거 시점에 유권자가 지난 기간을 평가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유권자 집단은 특정 후보를 꾸준히 지지해왔거나 특정 정당의 전통적 지지집단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할 유권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격돌한 한국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을 선거 승리와 결부하는 ‘대세론’이라는 용어는 비과학적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정치학에서는 ‘대세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박 전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로 박 전 대표의 대선 당선 가능성이 낮아졌다거나, 높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현 시점 유권자의 심리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박근혜 대선 플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바탕으로 2012년 12월까지 안정적이면서도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기존 전략은 당분간 테이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 정치지형이 크게 흔들리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가동’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면서 “친박계 스스로 ‘대세론’이라는 말을 쓴 적도 없고, 큰 변화도 없는데 비박 진영의 ‘박근혜 흔들기’때문에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10월 2일 ‘내일신문’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의 한 문항이다. 예시문장은 “①안철수 바람은 의미 있는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와 “②안철수 바람은 일시적 현상으로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로 제시했다.
대세론이 깨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①번 응답자는 38.5%였고, 대세론이 굳건하다고 생각하는 ②번 응답자는 54.8%였다. 정국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은 ‘안풍(安風)’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박근혜 대세론’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보는 셈이다. 다만 ‘안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169명)에서는 ①번(42.5%)과 ②번(52.2%)의 격차가 줄었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②번 응답이, 낮아질수록 ①번 응답이 많았다.
표의 결집력 vs 확장력의 향배
한나라당 전략통으로서 ‘비박(非朴·친박 이외의 진영)’으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회창 대세론이 두 번이나 깨진 경험이 있으면서도 아직도 ‘박근혜 대세론’을 믿느냐”며 “대세론은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만들어낸 허망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권은 결국 ‘49대 51’의 싸움이며, 누가 51%의 지지를 얻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의 박 전 대표가 수도권의 젊은 유권자를 흡수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소장파에 속하는 또 다른 한나라당 재선의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공은 여러 사람이 나누겠지만 패배의 쓴잔은 박 전 대표가 혼자 마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표의 결집력은 높을지 모르지만 확장력이 없다고 결론 날 경우 대세론 자체가 공중 분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한나라당 비박 진영의 말 가운데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유권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는 박 전 대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 사이에는 두 시각이 공존한다.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세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쪽에서는 박 전 대표의 ‘확장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승패가 서울 유권자, 특히 30~40대 유권자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의 준거라고 본다. 나 후보가 패배할 경우 ‘수도권을 잡지 못하면 대권도 없다’는 경험칙을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이 거센 도전에 직면하리라는 견해인 것.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박 전 대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영남과 충청에 이어 수도권에서의 지지도 확장 전략에 한계를 보이는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근혜 대세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특징을 결합하면, 선거 결과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상 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견해도 있다.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그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묻지 않으리라는 시각인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촉발된 만큼 ‘비박 보수’의 박근혜 흔들기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존 지지층의 결집과 조직화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보궐선거 특성상 박 전 대표에게 요구되는 구실은 새로운 지지자를 끌어 모아야 하는 ‘전도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확장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세론’은 비과학적 용어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은 ‘플러스알파’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바람을 잠재우는 조직표를 동원할 수 있느냐가 결정적 요소”라면서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서울시민 25.7%를 다시 투표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박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대세론’과 선거 결과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선거는 선거 시점에 유권자가 지난 기간을 평가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유권자 집단은 특정 후보를 꾸준히 지지해왔거나 특정 정당의 전통적 지지집단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할 유권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격돌한 한국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을 선거 승리와 결부하는 ‘대세론’이라는 용어는 비과학적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정치학에서는 ‘대세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박 전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로 박 전 대표의 대선 당선 가능성이 낮아졌다거나, 높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현 시점 유권자의 심리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박근혜 대선 플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바탕으로 2012년 12월까지 안정적이면서도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기존 전략은 당분간 테이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 정치지형이 크게 흔들리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가동’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면서 “친박계 스스로 ‘대세론’이라는 말을 쓴 적도 없고, 큰 변화도 없는데 비박 진영의 ‘박근혜 흔들기’때문에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