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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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죄와 불편한 현실 고발

연극 ‘OK, Story’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1-07-1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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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없는 죄와 불편한 현실 고발

    연극 ‘OK, Story’는 몸개그나 말장난이 아닌 상황과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요즘 ‘등에 빨대 꽂힌 것 같다’고 말하는 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주부는 껑충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마트에 가기 무섭고, 직장인은 제자리걸음인 월급과 늘어나는 세금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브레히트의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를 보면 위스키값과 담뱃값을 지불하지 못한 일이 살인보다 더 극악무도한 중죄로 처벌된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를 극단적으로 풍자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는 상황은 ‘죄’를 부르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크고 작은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 다름 아닌 ‘돈’이기 때문이다.

    연극 ‘OK, Story’(민복기 작, 민성욱 연출)는 돈 때문에 벌어진 한 가족의 패륜 현장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이 공교롭게도 ‘OK’라고 불리는 동일한 해결사를 통해 자기 몸을 상해하거나 친족을 살해하길 원하는 극단적 거래를 한다.

    시계공인 남편은 손님이 별로 없어 가게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둘도 없는 친구에게 보증 사기까지 당해 사채를 빌려 쓴 상황이다. 사채업자들의 무서운 채근을 견디지 못한 그는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해결사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시계방에 강도가 들어, 격렬한 싸움 끝에 다리가 잘린’ 시나리오를 연출하고자 한다. 시계공의 아내는 해결사를 찾아가 애절한 목소리로 목 놓아 울면서 남편을 살해해달라고 한다. 생명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다. 딸은 한술 더 떠 해결사와 남자친구에게 부모를 살해해달라고 주문한다.

    이 작품은 극단적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부각한다. 이들의 행동은 기상천외해 보이지만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접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연극이 초점을 맞춘 지점은 ‘돈’ 때문에 팔아넘겨지는 존엄성과 인간애다. 특히 자기 몸을 대상으로, 그리고 남편 혹은 부모의 생명을 대상으로 ‘흥정’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낙관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이 연극은 사회비판적 소재를 블랙유머를 통해 재치 있게 다루며, 몸 개그나 말장난이 아닌 상황과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전체적인 시놉시스와 콘셉트 외에 디테일한 구성과 연출 측면에서는 미완성 느낌을 준다. 극단적 설정과 풍자적 내용을 부각할 수 있는 ‘소극’의 특성을 좀 더 보여주면 좋겠다. 섬세하고 교묘한 타이밍의 미학을 잘 살리면 작품의 매력을 배가할 수 있다.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도 조명과 동선을 통해 무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해결사를 중심으로 3개의 에피소드가 숨 가쁘게 몽타주 되면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한데, 특히 해결사 역의 이중옥은 안정적이면서도 생기를 돋우는 연기로 작품을 탄력적으로 이끈다. 신영옥, 류제승, 김영경, 한상우, 황성현, 정용규가 출연한다. 7월 31일까지, 대학로 PMC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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