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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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웅숭깊은 국물에 풍덩 빠지다

애끓는 속 달래주는 다슬기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7-05-15 15: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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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헤치고, 황사와 미세먼지를 이겨내며, 그토록 기다리던 5월이 왔건만 정작 눈부신 계절 앞에서 삶의 팍팍함만 더욱 도드라지는 기분이다. 어수선한 시국과 5월에 부쩍 늘어날 카드대금 탓일까. 이처럼 스스로 바꿀 수 없는 변화의 시기를 이겨내려면 정갈한 보양식이 필요하다. 애끓고 속 끓이는 일에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다슬기 해장국이 그만이다.

    다슬기는 간과 위를 보호하고 숙취 해소 및 해독 효과가 좋으며 빈혈과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즉 입에 쓰지 않은 명약이다. 다슬기는 강원 · 충청 · 전라도의 큰 강줄기를 낀 지역에서 채취한다. 서식지가 넓은 만큼 이름도 여러 가지다. 충청도는 올갱이(올뱅이), 전라도는 대수리, 강원도는 꼴부리, 경상도는 사고둥 또는 고둥(고디)이 그것이다. 모양에 따라서도 염주알다슬기, 주름다슬기, 곳체다슬기, 참다슬기 등으로 다양하다.

    다슬기는 ‘청정하다’는 수식어가 붙는 깨끗한 물에 산다. 채취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손질이 만만치 않다. 다슬기의 제맛을 보려면 채취한 다음 맑은 물에 2~3일 동안 담가 잔모래를 빼야 한다. 깨끗하게 헹군 다슬기는 끓는 물에 20~30분간 삶아 일일이 살을 뺀다. 그 좁고 작은 껍데기에서 부드러운 살을 끊어지지 않게 빼내는 일은 시간뿐 아니라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슬기를 끓인 물은 조개류나 재첩을 우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난다. 달착지근함 대신 쌉싸래한 맛이 살금살금 퍼지며 웅숭깊은 맛을 낸다. 다슬기를 푹 끓인 국물에 부추를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그대로 훌륭한 해장국이 된다. 된장을 푼 뒤 아욱이나 시래기, 우거지 등을 넣고 끓이면 시원한 토장국이 된다. 다슬기살에 밀가루나 콩가루를 입힌 뒤 다진 마늘, 고추, 고춧가루처럼 칼칼하고 알싸한 양념을 풀어 얼큰하고 걸쭉하게 끓여 먹기도 한다. 여기에 호박, 두부, 감자, 배추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육수를 더 부으면 전골이 되고, 당연히 수제비나 칼국수 면을 넣고 쫄깃쫄깃하게 삶아 먹어야 한다.

    강원 영월의 ‘성호식당’에 가면 탱탱함이 살아 있는 다슬기를 듬뿍 올린 비빔밥과 다슬기, 부추, 쪽파, 달걀, 밀가루를 버무려 바삭바삭하게 지진 전, 매콤새콤한 다슬기무침을 맛볼 수 있다.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삼손짜장’은 다슬기를 한 움큼 넣은 짬뽕으로 유명하다. 연간 약 60 t 의 다슬기를 생산하는 충북 괴산에는 ‘올갱이마을’이 있는데, 여름마다 ‘올갱이 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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