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2개월 전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박진구(54·가명) 씨는 25년간의 직장생활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지금껏 그는 안간힘으로 버텼다. 직장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지시와 부조리한 현실에 가슴 한구석이 울컥할 때도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을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위기도 많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함께 입사한 동료 절반가량이 거리로 내몰렸다. 용케 구조조정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강도 높은 업무와 쪼그라든 월급봉투였다.
악착같이 버티던 박씨였지만,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를 넘기진 못했다. 회사 내 파워게임 탓에 자의 반, 타의 반 떠나게 됐던 것. 지긋지긋한 회사를 떠나면 몸과 마음이 다 편할 것 같았지만, 좋은 건 딱 일주일뿐이었다. 사실 그는 은퇴 이후 무엇을 할지, 또 집안 살림은 어떻게 꾸려나갈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채 직장을 떠났다. 그런 그에게 은퇴 이후 삶은 냉엄했다.
박씨의 일과는 아침에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 전 서둘러 동네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울분을 터뜨렸다.
악착같이 버텼지만 ‘오륙도’ 넘기지 못해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고려장돼야 하나….”
‘무위고(無爲苦)’, 즉 일이 없어 겪는 어려움은 박씨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다. 그 역시 당장 할 일이 없다. 간단한 소일거리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60세에 가까운 사람을 써줄 곳은 없었다. 사실 조그만 가게라도 운영하려고 했다. 외환위기 때 회사를 나간 한 직장동료가 체인 음식점을 차려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열심히 일한다면 금방 성공을 거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내가 완강히 반대했다.
“장사가 쉬운 줄 알아요? 그나마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다 날릴 거예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퇴직금만 줄어드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은퇴 후 박씨에게 남은 건 퇴직금과 경기 일산의 3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 그리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북 청도의 임야 5000여㎡가 전부다. 퇴직금을 제외하곤 당장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자신이 하나도 없다. 반면 돈 나갈 곳은 왜 그리 많은지….
집안 사정을 안 자녀들이 빨리 취업하겠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하지만 퇴직금을 다 써버리고 수입이 전혀 없을 미래를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자녀들을 결혼시키려면 지금 모아둔 자산으로는 벅차다.
50대 이상 10명 중 7명은 “노후준비 안 돼”
이런 고민은 비단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에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한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그동안 획기적으로 늘었다.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명표’에 따르면, 1960년 52.4세에서 2009년 80.5세로 50년 사이 28.1세가 늘어나 팔순 시대를 맞이했다(그래프 3 참조). 이런 추세로 간다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건강하고 풍족한 노후생활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재무적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비재무적 측면에서도 노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50대 이상 중·고령자 10명 가운데 7명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제3차(2009년도)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68.2%가 ‘노후에 대비해 생활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그래프 1 참조).
“내가 늙으면 자식들이 돌봐주겠지!”
베이비붐 이전 세대는 결혼 전 25년 동안 부모가 돌봐주고, 25년 동안 자기 가족을 부양하며, 은퇴 후 25년 동안 자식이 보살펴주는 삶을 살았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당연했다. 자식이 곧 노후에 대비한 보험이었기에 별다른 노후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낀 세대’다. 부모 세대를 부양하면서 자녀를 위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인 것이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부모 부양을 더는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효도를 기반으로 한 노후’는 끝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도 이와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2010년 9월 9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9 서울서베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서울의 베이비붐 세대, 도시의 미래를 변화시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베이비붐 세대는 77.8%에 달했다. 이는 1955년 이전에 태어난 고령세대(60.7%)와 1964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이후 세대(54.2%)보다 17∼23%포인트 높은 수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미래정책연구단 변미리 단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 사례에서 보듯 마음먹은 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위한 희생도 응당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교육비, 심지어 결혼자금 마련에 신경 쓰다 보니 자기를 위한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다. 그래서인지 노후준비가 안 되는 이유로 ‘준비 능력 없음’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통계청이 2010년 9월 30일 발표한 ‘201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54.4%는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이유로 ‘준비 능력 없음’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자녀에게 의탁’(39.5%), ‘앞으로 준비할 계획’(3.5%), ‘아직 생각 안 함’(2.6%)이 뒤를 이었다(그래프 2 참조).
노후에도 기본 생활비, 의료비 등 지출이 불가피하다. 흔히 은퇴 이후 삶은 ‘활동기-회고기-간병기-아내 홀로 생존기’ 등 4막으로 나눈다. 사회활동 중 못해봤던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활동기에는 기본 생활비 외에도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회고기는 거주지를 옮겨 조용히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로, 생활비 외에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 30대도 지금부터 은퇴 준비해야
문제는 치매 등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치료비와 간호비가 많이 발생하는 간병기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이 시기가 길어질 경우 은퇴 시기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성(76.9세)에 비해 여성(83.7세)의 평균수명이 7세가량 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편 사망 후 10여 년간 아내 혼자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9년 한국 노인가구 빈곤율은 35.1%로, 국내 전체 가구 빈곤율 14.1%와 비교할 때 2.5배 수준이다.
일단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노후준비 상황을 냉철히 분석한 뒤 과감히 지출을 줄이고 한정된 노후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높은데, 월세 수입 같은 현금 수입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큰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 30대 젊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2010년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체감 정년퇴직 연령’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피부로 느끼는 정년퇴직 평균연령은 만 48.2세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평균 52.2세로 가장 높았지만 대기업(47.8세), 중소·벤처기업(47.3세), 외국계 기업(47.2세) 등 대부분이 50세 이전에 퇴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수명이 80세라고 해도 50세에 은퇴하면 무려 30년간을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노후준비는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은퇴설계에서 시작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기간 이익’ 때문이다. 60세에 은퇴하고 이때 필요한 자금을 3억 원, 투자수익률을 6%로 가정할 경우, 30세부터 은퇴자금을 모으면 연 379만 원씩 저축하면 된다. 40세부터 시작한다면 연 816만 원, 50세에 시작한다면 연 2276만 원을 저축하면 된다. 그러나 40세 중반 이후에는 자녀 교육비, 주택 마련 비용 등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저축 여력이 감소해 연간 1000만 원 이상 모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비무환. 행복한 노후는 누구나 바라는 바다. 그러나 행복은 준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악착같이 버티던 박씨였지만,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를 넘기진 못했다. 회사 내 파워게임 탓에 자의 반, 타의 반 떠나게 됐던 것. 지긋지긋한 회사를 떠나면 몸과 마음이 다 편할 것 같았지만, 좋은 건 딱 일주일뿐이었다. 사실 그는 은퇴 이후 무엇을 할지, 또 집안 살림은 어떻게 꾸려나갈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채 직장을 떠났다. 그런 그에게 은퇴 이후 삶은 냉엄했다.
박씨의 일과는 아침에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 전 서둘러 동네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울분을 터뜨렸다.
악착같이 버텼지만 ‘오륙도’ 넘기지 못해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고려장돼야 하나….”
‘무위고(無爲苦)’, 즉 일이 없어 겪는 어려움은 박씨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다. 그 역시 당장 할 일이 없다. 간단한 소일거리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60세에 가까운 사람을 써줄 곳은 없었다. 사실 조그만 가게라도 운영하려고 했다. 외환위기 때 회사를 나간 한 직장동료가 체인 음식점을 차려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열심히 일한다면 금방 성공을 거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내가 완강히 반대했다.
“장사가 쉬운 줄 알아요? 그나마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다 날릴 거예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퇴직금만 줄어드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은퇴 후 박씨에게 남은 건 퇴직금과 경기 일산의 3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 그리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북 청도의 임야 5000여㎡가 전부다. 퇴직금을 제외하곤 당장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자신이 하나도 없다. 반면 돈 나갈 곳은 왜 그리 많은지….
집안 사정을 안 자녀들이 빨리 취업하겠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하지만 퇴직금을 다 써버리고 수입이 전혀 없을 미래를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자녀들을 결혼시키려면 지금 모아둔 자산으로는 벅차다.
50대 이상 10명 중 7명은 “노후준비 안 돼”
이런 고민은 비단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에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한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그동안 획기적으로 늘었다.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명표’에 따르면, 1960년 52.4세에서 2009년 80.5세로 50년 사이 28.1세가 늘어나 팔순 시대를 맞이했다(그래프 3 참조). 이런 추세로 간다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건강하고 풍족한 노후생활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재무적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비재무적 측면에서도 노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50대 이상 중·고령자 10명 가운데 7명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제3차(2009년도)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68.2%가 ‘노후에 대비해 생활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그래프 1 참조).
“내가 늙으면 자식들이 돌봐주겠지!”
베이비붐 이전 세대는 결혼 전 25년 동안 부모가 돌봐주고, 25년 동안 자기 가족을 부양하며, 은퇴 후 25년 동안 자식이 보살펴주는 삶을 살았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당연했다. 자식이 곧 노후에 대비한 보험이었기에 별다른 노후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낀 세대’다. 부모 세대를 부양하면서 자녀를 위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인 것이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부모 부양을 더는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효도를 기반으로 한 노후’는 끝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도 이와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2010년 9월 9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9 서울서베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서울의 베이비붐 세대, 도시의 미래를 변화시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베이비붐 세대는 77.8%에 달했다. 이는 1955년 이전에 태어난 고령세대(60.7%)와 1964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이후 세대(54.2%)보다 17∼23%포인트 높은 수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미래정책연구단 변미리 단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 사례에서 보듯 마음먹은 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위한 희생도 응당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교육비, 심지어 결혼자금 마련에 신경 쓰다 보니 자기를 위한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다. 그래서인지 노후준비가 안 되는 이유로 ‘준비 능력 없음’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통계청이 2010년 9월 30일 발표한 ‘201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54.4%는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이유로 ‘준비 능력 없음’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자녀에게 의탁’(39.5%), ‘앞으로 준비할 계획’(3.5%), ‘아직 생각 안 함’(2.6%)이 뒤를 이었다(그래프 2 참조).
노후에도 기본 생활비, 의료비 등 지출이 불가피하다. 흔히 은퇴 이후 삶은 ‘활동기-회고기-간병기-아내 홀로 생존기’ 등 4막으로 나눈다. 사회활동 중 못해봤던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활동기에는 기본 생활비 외에도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회고기는 거주지를 옮겨 조용히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로, 생활비 외에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 30대도 지금부터 은퇴 준비해야
문제는 치매 등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치료비와 간호비가 많이 발생하는 간병기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이 시기가 길어질 경우 은퇴 시기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성(76.9세)에 비해 여성(83.7세)의 평균수명이 7세가량 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편 사망 후 10여 년간 아내 혼자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9년 한국 노인가구 빈곤율은 35.1%로, 국내 전체 가구 빈곤율 14.1%와 비교할 때 2.5배 수준이다.
일단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노후준비 상황을 냉철히 분석한 뒤 과감히 지출을 줄이고 한정된 노후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높은데, 월세 수입 같은 현금 수입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큰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 30대 젊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2010년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체감 정년퇴직 연령’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피부로 느끼는 정년퇴직 평균연령은 만 48.2세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평균 52.2세로 가장 높았지만 대기업(47.8세), 중소·벤처기업(47.3세), 외국계 기업(47.2세) 등 대부분이 50세 이전에 퇴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수명이 80세라고 해도 50세에 은퇴하면 무려 30년간을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노후준비는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은퇴설계에서 시작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기간 이익’ 때문이다. 60세에 은퇴하고 이때 필요한 자금을 3억 원, 투자수익률을 6%로 가정할 경우, 30세부터 은퇴자금을 모으면 연 379만 원씩 저축하면 된다. 40세부터 시작한다면 연 816만 원, 50세에 시작한다면 연 2276만 원을 저축하면 된다. 그러나 40세 중반 이후에는 자녀 교육비, 주택 마련 비용 등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저축 여력이 감소해 연간 1000만 원 이상 모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비무환. 행복한 노후는 누구나 바라는 바다. 그러나 행복은 준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