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이유 모두 애플 마니아를 비롯한 IT인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세상은 다시 한 번 애플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한 듯 이날 나스닥에서 애플 주식은 2달러81센트(0.80%) 오른 352달러12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예전보다 다소 야위었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아이패드2를 소개한 잡스를 향한 청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는 끝날 줄 몰랐다.
잡스 “올해는 아이패드2의 해”
한편 아이폰 국내 출시의 주역인 이석채 KT 회장이 이날 발표회장에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참관객 중간에서 잡스의 발표 내용을 신중하게 들었다. 이번 초청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여준 KT에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2는 3월 11일 미국을 시작으로 25일부터 뉴질랜드, 멕시코, 영국, 일본 등 26개 시장에서 판매한다. 아이패드의 경우 1월에 발표해 4월에야 출시했지만 이번에는 발표 후 고작 9일이 지난 11일 출시했다. 그동안 애플이 소리 소문 없이 준비작업을 해왔다는 증거다. 잡스는 2일 아이패드2 발표장에서 “아이패드보다 빠르고 가볍고 얇아진 아이패드2는 놀라운 제품”이라며 “2011년은 아이패드2의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잡스의 말처럼 ‘더 빠르고 가볍고 얇아진 것’이 아이패드2의 특징이다. 여기에 카메라 2대를 전면부와 후면부에 장착해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띈다. 별다른 특징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아이패드가 휴대하기엔 무겁다 또는 두껍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다.
더 빨라진 것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한 덕이다. 아이패드2에는 1GHz 듀얼코어 애플 A5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무게는 601g(와이파이), 607g(버라이즌), 613g(AT·T)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패드는 와이파이 모델이 680g이었으며, 3G까지 겸한 모델은 730g이었다. 화면이 7인치로 작은 삼성 갤럭시 탭의 무게가 599g이란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감량이다.
두께는 기존 아이패드 13.4mm보다 훨씬 얇아진 8.8mm다. 스마트폰인 아이폰4의 두께가 9.3mm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얇아졌는지 알 수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도 뛰어나다. 아이패드2 역시 1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대기모드(standby) 상태에서는 무려 한 달간 배터리가 지속된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도 파격적이다. 외신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빌려 “태블릿 PC(스마트패드)의 가격에 관한 한 애플의 적수가 될 경쟁자는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32GB 용량에 와이파이와 3G를 지원하는 아이패드2는 729달러로 책정했다. 모토로라 줌보다 70달러 저렴한 가격이다. 줌은 구글의 태블릿 전용 운영체계(OS) ‘허니컴’을 채택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패드의 대표 상품이다.
또한 499달러부터 시작하는 와이파이 모델도 내놨다. 고기능 제품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은 애플의 특징이다. 물론 비결이 있다. 여타 기업과 달리 출시 모델을 몇 종류로 단순화해 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지난해 아이패드(16G)의 부품가격을 229.35달러로 계산했다.
지난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아트센터에서 열린 애플 키노트의 최대 관심사는 새로워진 아이패드2와 더불어 시한부 소문이 나돌던 스티브 잡스의 등장이었다.
아이패드2는 아이패드와 달리 SKT, KT 두 사업자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정식 발매보다 일주일 앞선 4월 23일 예약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출시 가격은 환율 변동으로 아이패드 첫 모델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밝혀진 아이패드2의 예약판매일과 출시일은 SKT와 KT가 애플과 협의한 것으로, 이보다 앞서 진행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스마트패드 주도권 잡기 전쟁
SKT와 KT가 아이패드2 출시를 위해 애플과 기본 협상을 완료했다는 것은 두 통신사 관계자를 통해 공개됐으나, 출시 가격이나 물량, AS 방식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SKT와 KT가 적용하는 환율이 달라 양사 출시 가격이 유동적이다. 출시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양사가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패드2의 출현으로 스마트패드 시장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4월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스마트패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쓸모가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기기 최대 향연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상당수 업체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선보였다. 시장컨설팅 업체인 PRTM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이거나 출시를 대기하는 스마트패드가 무려 102종이나 된다.
PRTM은 2014년까지 2억 대의 태블릿 PC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스마트패드 판매규모는 1700만 대였으며 이 중 1480만 대가 애플의 아이패드였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는 2015년까지 미국에서 온라인 고객 3명 가운데 1명은 스마트패드를 소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껏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승자는 단연 애플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아시아 기술기기 조사부문 책임자인 커크 씨는 “애플 아이패드2가 올해도 약 70%의 점유율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비록 잡스가 삼성, HP, RIM, 모토로라 제품을 거론하며 ‘모방품(copycats)’이라고 혹평했지만, 삼성전자만 해도 갤럭시 탭으로 아이패드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인치 갤럭시 탭에 이어 10.1인치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HP, 림도 부랴부랴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만큼 올해 다양한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2의 출시로 달아오른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누가 ‘최후의 종결자’가 될지, 흥미진진한 싸움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