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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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문화예술 결핍증

  • 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입력2011-03-14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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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CJ가 없다면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조차 없을 겁니다.”

    지난 호 커버스토리인 뮤지컬 산업을 취재하면서, 여러 명의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종합 콘텐츠 기업을 표방한 CJ E·M(이하 CJ)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거죠. 공연 투자자본 중 CJ의 비중은 50%를 넘나든다고 합니다. CJ와 여러 차례 작업했다는 한 뮤지컬 음악감독은 “CJ의 치밀함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첫 공연 후 앙코르 공연을 하게 됐는데, CJ 측 관계자가 그래프 하나를 보여줬다고 해요. 극 흐름에 따라 관객의 호응(웃음소리나 박수소리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한 것이니, 앙코르 때 참고하라는 ‘당부’와 함께.

    대기업인 CJ와는 창업투자회사보다 합리적인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손실이 있더라도 함께 나눈다고 합니다. 그러니 수많은 공연기획사가 CJ의 투자를 받으려고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실제로 CJ는 문화예술 산업(특히 투자라는 측면)에서 독과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독과점은 어떤 이유로든 위험할 수밖에 없죠. 단적인 예가 공연티켓 유통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절대권력’ 인터파크입니다. 뮤지컬계 관계자는 “인터파크가 독점판매권을 달라고 하는 등 전횡을 일삼지만, 티켓 유통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기업의 문화예술 결핍증
    독과점 지적에 대해 CJ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예술 산업을 독점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산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이 없다 보니 자신만 남았다는 거죠. CJ는 그동안 2000억 원 이상을 ‘투자’라는 이름으로 쏟아부었다고 해요. 즉, 문제는 CJ의 독점이라기보단 다른 대기업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죠.

    문화예술 산업이야말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창의적인 콘텐츠 그리고 자본과 유통망이 자유자재로 결합할 수 있어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이 ‘문화’라고 여기저기서 강조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대기업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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