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십’ 우승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에서 FC서울은 제주 유나이티드를 2대 1로 역전승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경기는 결승전답게 두 팀이 막상막하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5만6000여 관중을 환호하게 만들었지만 심판의 경기 운영은 아쉬움을 남겼다.
FC서울이 피죽지세로 공격하던 전반 10분,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29)의 골이 어쩐 일인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데얀은 김치우의 슈팅 때 수비 라인과 동일선상에 있다가 골문으로 전력 질주했고 다시 튀어나온 공을 골로 연결했으니 오프사이드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한 판정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전반 27분, 제주 유나이티드가 한 골을 넣고 기쁨에 차 기세를 올리던 즈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의 정조국과 제주의 마철준이 서울의 공격 진영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정조국이 넘어지자 주심이 휘슬을 분 것. 페널티킥 휘슬이었다. 제주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화면상으로 보았을 때 넘어지는 원인의 제공자는 분명히 정조국이었고, 마철준은 걷어차이면서 넘어졌다.
이번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6심제를 도입하고도 이처럼 판정 시비가 나는 것은 왜일까. 심판은 축구경기에서 게임을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한 명의 플레이어다. 그가 가진 절대적 권위는 원만한 경기 흐름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심판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반칙에 대해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정확히 판정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거의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심판으로서 권위를 유지하며 경기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중단시킨 후 권위 있는 표정으로 경고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심판이 되려면 50m를 7.5초 안에 연속 두 번 뛸 수 있고, 12분 안에 2700m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빠른 판단력과 훌륭한 인성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 150년간 심판의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시그널 빕’ 방식이 도입됐지만 2명의 주심제를 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전자칩을 내장한 축구공과 컴퓨터 리플레이어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계속되는 걸 보면 오심은 축구경기의 친숙한 동반자라는 생각마저 든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주심을 맡아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의 피에르루이기 콜리나(50)는 정확한 판정 때문에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도 1999~2000시즌 세리아A의 마지막 경기 때 유벤투스 팬들에게 항의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벤투스는 약체로 평가되는 페루자와의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면 바로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콜리나 주심이 비로 중단된 경기를 속개하는 바람에 양상은 바뀌었다.
페루자는 젖은 그라운드를 잘 알고 있었고, 유벤투스는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흥분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을 때 용감하고 냉철하게 인터뷰하는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당시 유벤투스의 지네딘 지단이었다.
그런데 지단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 스물한 살 어린 선수가 한국에도 있었다.
“심판 판정에 뭐라고 안 하기로 했다. 심판의 도움을 받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것이 축구다. 심판 판정을 두고 뭐라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찬스가 있었다. 찬스 때 골을 넣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제주 구자철의 말에서 우리는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FC서울이 피죽지세로 공격하던 전반 10분,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29)의 골이 어쩐 일인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데얀은 김치우의 슈팅 때 수비 라인과 동일선상에 있다가 골문으로 전력 질주했고 다시 튀어나온 공을 골로 연결했으니 오프사이드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한 판정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전반 27분, 제주 유나이티드가 한 골을 넣고 기쁨에 차 기세를 올리던 즈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의 정조국과 제주의 마철준이 서울의 공격 진영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정조국이 넘어지자 주심이 휘슬을 분 것. 페널티킥 휘슬이었다. 제주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화면상으로 보았을 때 넘어지는 원인의 제공자는 분명히 정조국이었고, 마철준은 걷어차이면서 넘어졌다.
이번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6심제를 도입하고도 이처럼 판정 시비가 나는 것은 왜일까. 심판은 축구경기에서 게임을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한 명의 플레이어다. 그가 가진 절대적 권위는 원만한 경기 흐름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심판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반칙에 대해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정확히 판정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거의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심판으로서 권위를 유지하며 경기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중단시킨 후 권위 있는 표정으로 경고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심판이 되려면 50m를 7.5초 안에 연속 두 번 뛸 수 있고, 12분 안에 2700m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빠른 판단력과 훌륭한 인성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 150년간 심판의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시그널 빕’ 방식이 도입됐지만 2명의 주심제를 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전자칩을 내장한 축구공과 컴퓨터 리플레이어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계속되는 걸 보면 오심은 축구경기의 친숙한 동반자라는 생각마저 든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주심을 맡아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의 피에르루이기 콜리나(50)는 정확한 판정 때문에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도 1999~2000시즌 세리아A의 마지막 경기 때 유벤투스 팬들에게 항의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벤투스는 약체로 평가되는 페루자와의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면 바로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콜리나 주심이 비로 중단된 경기를 속개하는 바람에 양상은 바뀌었다.
페루자는 젖은 그라운드를 잘 알고 있었고, 유벤투스는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흥분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을 때 용감하고 냉철하게 인터뷰하는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당시 유벤투스의 지네딘 지단이었다.
그런데 지단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 스물한 살 어린 선수가 한국에도 있었다.
“심판 판정에 뭐라고 안 하기로 했다. 심판의 도움을 받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것이 축구다. 심판 판정을 두고 뭐라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찬스가 있었다. 찬스 때 골을 넣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제주 구자철의 말에서 우리는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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