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재해 유자녀 가정 초청 음악회.’
8월 27일 금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지하 대강당. 5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린나이팝스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연주가 울려 퍼졌다. 너무 잔잔하고 조금은 낯선 클래식 음악이라서일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미션’의 주제곡 연주가 끝날 무렵까지 관객은 그다지 음악에 심취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클래식이라고 부담 갖지 말고 박수 치면서 즐기면 돼요.”
지휘자 최선용 씨의 명쾌한 클래식 감상법이 제시되고 가수 정훈희의 ‘무인도’를 편곡한 연주가 이어졌다. 그러자 객석에선 약속이라도 한 듯 연주에 맞춰 리듬을 타더니 이후 곡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 것이다.
이날 공연은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의 일환으로 현대건설이 건설재해 유자녀 가정과 자사 임직원 가족을 초청해 펼친 무대였다. 특히 건설재해 유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클래식 공연을 통해 희망을 심어주고자 마련한 것이라 더욱 뜻깊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한 시간가량의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느새 관객들은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공연의 대미는 최선용 지휘자가 장식했다. 앙코르 연주 ‘배트맨’ 주제가에 이어 가요 ‘소양강 처녀’를 직접 부른 것. 관객들은 적잖이 놀라면서도 흥에 겨워 모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따라 불렀다. 함성이 공연장을 흔들더니 관객은 흡족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폭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즐기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공연은 바로 한여름 밤에 울려 퍼진 희망의 선율이었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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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해설 전문MC 윤정인 씨
“관객 호기심 자극 오페라 메신저 될래요”
| ‘클래식 해설 전문MC.’ 윤정인(29) 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하지만 그에게 MC는 사회자를 뜻하는 ‘마스터 오브 세리머니(Master of Ceremonies)’가 아닌 ‘메신저 오브 콘서트(Messenger of Concerts)’다.
“클래식이라 하면 왠지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잖아요. 관객과 클래식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 고심 끝에 만든 거예요. 클래식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죠. 그래서 전문지식을 전하기보다 곡을 소개하면서 에피소드를 곁들여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해요.”
이를 통해 많은 관객이 공연을 말랑말랑하게 느낀다고 귀띔했다.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 무대에서 여러 차례 주연을 한 윤씨는 케이블방송 아나운서와 지상파방송 리포터 등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야외무대, 하우스 콘서트 등에서 해설자로도 경력을 다졌다.
“오페라는 극이 있고 오케스트라, 성악, 무용 등 모든 게 갖춰진 종합선물세트예요. 그래서 오페라를 통해 클래식에 접근하는 게 좋아요. 저요? ‘오페라 전도사’라고 불러주세요.”
그는 나눔예술은 공연이기 전에 ‘사랑과 정’이라고 했다. 우연한 만남 속에 어느새 함께 호흡하게 되는 장이기 때문이란다.
“용혜원 님의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는 시처럼 지금보다 많고, 다양한 ‘너’인 관객을 만나 교감하는 멋진 무대가 풍성히 마련되길 바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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