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진하는 ‘떡볶이 세계화’에는 떡볶이의 본질이 빠져 있다.
흥미로운 일은 음식에 관해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음식으로서 ‘닭갈비’의 본질은 닭채소매운양념볶음이다. 닭의 갈비를 먹는 음식이 아니고, 고추장이 포함된 양념장에 토막 낸 닭고기와 양배추, 고구마 등 채소, 가래떡 등을 팬에 볶아서 먹는 음식인 것이다. 닭갈비라는 이름은 쇠갈비를 먹는 기분이 들게 그리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닭갈비에서는 닭의 갈비가 주재료가 아니니 그 음식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어렵지 않으나, 주재료가 이름에 붙은 경우 그 음식의 본질 파악에 자주 곤란을 겪는다. 예컨대 삼겹살은 ‘돼지 삼겹살을 구운 음식’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이를 먹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쌈’이 본질일 수도 있다. 우리 민족은 고기 종류는 뭐든 된장을 더해 쌈으로 먹기를 즐기는데, 삼겹살이라 부르는 음식은 이 쌈에 돼지 삼겹살을 구워 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떤 맛에 치중해 그 음식을 먹는가 하는 포인트를 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이런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그 음식을 소비하는 대중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음식의 확장(문화적 확장, 시장에서의 확장 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세계화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보고 있다. 떡볶이연구소까지 차려 떡볶이 맛을 세계화하겠다고 열심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떡볶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떡볶이는 일반적으로 가래떡을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조린 음식을 말한다. ‘볶이’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떡을 기름에 볶는 것은 아니다. 조리법에 맞춰 부르자면 가래떡고추장조림이 맞다. 떡볶이 맛의 핵심은 크게 떡과 고추장 양념으로 볼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우리가 먹는 떡볶이의 본질을 확인해줄 수 있을까.
음식의 본질은 재료나 조리 방법이 아닌 소비자의 먹는 행태에서 알 수 있다.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떡볶이 먹는 방식을 보면 그 본질을 알 수 있다. 떡볶이 소스에 어묵도 넣고 튀김도, 만두도, 삶은 달걀도 넣어 먹지 않는가. 즉석에서 끓이는 냄비 떡볶이를 보면 그 안에 어묵도 있고 만두도 들었으며 당면, 라면, 햄, 치즈도 있다. 자, 쉽지 않은가. 떡볶이의 본질은 뭘까. 바로 이것, 고추장 양념이다.
그런데 떡볶이를 세계화하려는 시도를 보면 이 고추장 양념을 버리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한 듯하다. 특히 간장을 기본으로 하는 궁중떡볶이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간장떡볶이는 고추장떡볶이가 나오기 오래전에 시장 가판 등에서 팔렸으나 고추장떡볶이에 밀려난 음식일 뿐이다.
세계화를 위해 개발했다는 떡볶이를 수시로 보게 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내 눈에는 가래떡을 각종 파스타 소스에 버무려놓은 것밖에는 안 보인다. 이게 세계시장에서 성공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떡볶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친숙하지 않은 엉뚱한 음식을 만들어놓고 떡볶이라며 판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