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전경.
“양쪽 다 신빙성이 없어요. 소박하고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을 두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군수가 없으니까 밖에서 흔들자는 거요, 뭐요.”
임실군 군민은 복지부와 통계청 모두에 섭섭한 감정을 나타냈다. 한 임실군 군청 직원은 “술, 담배를 적게 한다는 결과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바꿔 생각하면 임실군 지역경제가 활성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난의 화살은 통계청에 돌아간다. 임실군 애향운동본부 이태현(64) 본부장은 “임실군민이 자살한 게 아니다. 외지 사람들이 운암대교에 와서 자살한 것을 임실군 기록으로 잡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임실군의 반응에 통계청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자살 통계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잡는다. 사망진단서가 첨부된 사망신고를 집계하고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자료를 보완한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이지연 사무관은 “통계청이 자살률 1위로 임실군을 적시해 보도자료를 돌린 적도 없고, 따로 순위를 매기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군 단위는 표본집단이 작아서 자살자가 한두 명만 늘어도 비율이 확 높아지기에 시·도 단위까지만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자살률과 자살 생각률은 달라
그런데도 임실군이 자살률 1위로 보도된 데는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가 3월 24일 발표한 ‘종교지도자 자살예방 대국민 성명’ 탓이 크다. 복지부는 2008년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시·군·구 중 임실군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76.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자살현황을 첨부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통계청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 일부 도에서 군 단위까지 궁금해해서 제공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논란이 생긴 부분은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결국 복지부 내 2개 부서가 전혀 다른 통계를 인용한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던 것. 여기에 사람들이 자살률과 자살 생각률을 오해한 탓도 있다. 자살 생각률은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로 실제 자살률과는 엄연히 다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률과 자살 생각률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한국 청소년의 자살 생각률이 미국보다 높지만 실제 자살률은 미국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정작 이들 통계에서 눈여겨 봐야할 사실은 노인 자살률이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는 점이다. 2008년 임실군 자살자 24명 중 65세 이상이 16명(66.7%)에 이른다. 시·군·구별 자살현황에서도 상위 10위는 모두 군 단위 지역이 차지했다. 군 단위 지역 자살자 중 42%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특히 85~89세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24.5명에 달했다. 이는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 자살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은정 박사는 “경제적, 건강상 문제가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농촌 노인은 수입이 적고, 의료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 않아 자살 문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