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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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환수? 잔여수당이나 내놔라”

퇴직 보험설계사들 생보사에 집단소송 … 공정위서 약관 심사 불공정거래 조사 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4-14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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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모 씨는 미래에셋생명의 전신, SK생명 때인 2002년 7월에 위촉돼 만 5년을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다. 신씨는 보험계약 체결의 수당으로 2007년 3월에 180여만 원, 4월에 120여만 원을 받을 정도로 보험 모집 능력이 뛰어났다. 미처 지급되지 않은 수당만 수백만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보험사와의 계약이 해촉되면서 미지급분 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수당 환수라는 명목으로 107여만 원을 회사에 내놓으라는 청구를 받았다. 신씨가 강하게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신씨와 보험설계사 위촉계약 당시 맺은 개별약정에 의한 것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유지 관리 명목 vs 위험 부담 전가 행위”

    신씨의 경우에서 보듯, 미래에셋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이 퇴직하면 그동안 받았던 수당의 일부를 되돌려달라고 통보한다. 문제는 보험설계사들이 받은 수당을 초과하는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 예를 들면 A보험설계사가 100만큼의 수당을 받았지만, 계약이 해지되면 수당 환수 명목으로 130~170을 요구한다.

    2009년 5월부터 신씨를 비롯한 퇴직 보험설계사 1000여 명은 보험사를 상대로 수당 환수가 부당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에 보험설계사 개별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인원이 집단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보험설계사의 70%가 설계사 인원이 8000여 명에 불과한 중소 규모의 미래에셋생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보험설계사들 간의 갈등은 보험계약 체결과 동시에 발생하는 수당을 선지급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 생명보험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인 경우가 많아서 보험설계사들에게 전 보험기간에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아 통상 계약 성립 후 1~2년 안에 수당을 나눠 지급한다. 수당의 50% 정도를 선지급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를 기간별로 나눠서 지급하는 형식. 1~2년 보험계약이 유지돼 보험료가 납입된 이후에는 비록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이미 지급한 수당에 대해서는 환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이 계약기간을 1~2년 유지하지 못한 채 퇴직하는 일이 잦아지자 보험사들은 선지급한 수당의 환수를 요구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선지급 수당이라는 것도 보험설계사가 해당 보험사를 위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험모집 업무를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고 인센티브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다. 환수 사유가 생겨 실적 이상의 수당을 환수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을 보더라도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보험설계사가 퇴직한 이후에는 새로운 설계사를 뽑고 이들을 교육하며, 기존의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유지·관리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남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설계사들도 선지급 수당제도를 운영하는 보험사의 관행상, 공정하며 합리적인 범위에서 미리 지급한 수당 중 일부를 환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은 타 보험사들이 해왔던 수당 환수와 달리 전례 없이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며, 금액 산정에서도 모든 위험부담을 보험설계사들에게 전가시키는 등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준 것 이상을 가져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미래에셋생명 측은 “설계사들이 그만두면 다시 설계사를 모집해야 하고, 수당 환수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며 보험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미래에셋생명 법무팀 박준우 팀장은 “계약을 허위로 맺고, 서너 차례 대납을 한 뒤 수당을 챙기고 계약을 해지하는 ‘먹튀’가 있다. 최소한의 제어조치가 없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보험회사와 위촉계약을 맺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내용을 보험설계사 위촉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험사환수대책카페 오진협 대표는 “보험사가 수당 환수의 구체적 내용 및 산정 근거 등은 밝히지 않은 채 일방 통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당 환수? 잔여수당이나 내놔라”

    보험사들이 퇴직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수당 환수를 통보하자, 이에 반발한 퇴직 설계사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설계사 측은 기존의 수당 환수 소송과 별개로, 보험사가 유지·관리 명목으로 퇴사 이후에 지급을 거부하는 수당 잔여 부분에 대해 ‘잔여수당 반환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이 해지된 것을 이유로 수당을 환수했다면, 퇴직한 설계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이 계약기간에 유지됐을 경우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잔여 수당이 정산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영업 지침이 약관이 아니라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간의 개별 약정에 불과하다는 보험사의 주장도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한다. 소송을 제기한 퇴직 설계사들은 “위촉계약서에 첨부된 수당 환수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는 보험영업 지침은 위촉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약관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오 대표는 “약관이라면 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소정의 명시 및 설명 의무가 필요하지만, 사측은 이미 만들어진 위촉계약서 양식을 교부하면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단순히 지급한 수당을 환수할 수 있다’는 개략적인 설명만 했을 뿐, 보험영업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사 회사의 설명대로 충분히 명시하고 설명했을지라도 보험사에만 유리한 불공정한 약관인 만큼 무효라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미래에셋생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접수돼 약관심사 및 불공정거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상장 앞둔 생보사들에 불똥 튀나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집단소송이 봇물처럼 제기되자 미래에셋생명은 그 의도에 의혹을 제기한다. 수당 환수가 들어가면 보증보험회사가 보험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구상금을 청구한다. 이를 갚지 못하는 보험설계사들은 신용불량자로 등재된다. 소송이 제기되는 동안 보증보험회사가 보험사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기 때문에 일련의 절차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 여기에 수익을 노리는 중소 규모 법무법인들이 위임장만 쓰면 된다고 부추긴 것도 한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지금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설계사는 대부분 여러 보험사를 옮겨다닌 경력자다. 그들이 잔여수당, 수당 환수 등 수당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러한 사측의 음모론에 반발하며 3월 11일 동양생명과 뉴욕생명의 보험영업 지침에 대해 공정위 불공정거래신고 집단민원을 제출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또한 대한생명, 교보생명, 뉴욕생명 3개사를 대상으로 잔여수당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한 뒤, 추후 소송을 지켜보면서 다른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로까지 집단소송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퇴직 보험설계사들의 집단소송에 상장을 앞둔 생보사들은 혹시 불통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상장이 논의 중인 한 생보사 관계자는 “설마 소송에서 (보험사가) 지진 않겠지만, 이를 계기로 보험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계속 발생하면 상장을 준비 중인 생보사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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