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들이 취업박람회에서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당시 입주도우미의 채용 채널은 간단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를 통한 원시적인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입주도우미를 하던 소녀들은 점차 ‘여공’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는 젊은 여성 대신 나이 지긋한 주부층으로 채워졌다. 근무 형태도 가정생활을 해야 하는 주부 가사도우미들의 사정으로 일일 가사도우미(파출부) 형태로 바뀌었다. 가사도우미의 채용 채널도 ‘직업(인력)소개소’를 통한 중개 방식으로 발전했다.
대형화, 차별화되는 가사도우미 시장
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유·무료 직업소개소는 6500여 개. 대부분 영세업체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만만치 않다. YWCA 연합회에서 2007년 조사한 가사도우미 시장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사도우미 시장규모는 약 5.1조원이며, 매년 9.6%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독을 들일 만한 시장이다 보니 최근 들어 대형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2008년 1월, 홈메이드 전문업체인 ‘인터파크 HM’(www.interpark hm.com)을 자회사로 출범시키며 가사도우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 HM은 가사서비스를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차별화하는 것 외에 관련 자격증 완비, 유니폼 착용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인터파크 HM 홍보팀 박효경 대리는 “가사도우미는 책임감이 낮고 이직률이 높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가사도우미들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등 이직률을 낮추고 직업 안정성을 도모했다. 업무 또한 일반 가사서비스 외에 음식도우미, 베이비시터, 산후 매니저 등으로 차별화했다”고 밝혔다.
가사도우미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명문가 도우미 및 해외 입주도우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인재청’(www.injae chung.com)의 경우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때 인성 및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심층면접을 한다. 이를 통과하면 명문가의 가사도우미로 파견되거나 해외로 나가는데, 기본 급여도 월 250만~300만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목돈이 필요하거나 해외여행을 꿈꾸는 20, 30대 여성들의 문의도 빈번하다. 인재청 하성호 부장은 “외국인 가정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거주 한인가정에서 일하는 것이므로 언어나 문화적인 문제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해외로 파견되는 일이고, 나름 고임금이다 보니 비자 문제 같은 자격 요건과 기타 채용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사도우미의 실제 현황은 어떨까.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09년 12월 발표한 ‘2008년 산업·직업별 고용구조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청소·가사 관련 단순 종사자의 총원은 68만90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문 가사도우미 종사자는 10만600여 명이고, 평균연령은 54.2세였다. 산업화 초기 젊은 여성들이 주로 가사도우미 일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노령화됐다. 평균학력은 ‘10.0학년’으로 중졸 수준을 조금 웃돌았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직업별 종사자의 전체 평균학력이 ‘12.8학년’으로 ‘고졸 수준’임을 감안할 때, 가사도우미의 ‘10.0학년’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학력 가사도우미도 늘어나는 추세다. YWCA연합회 복지사업부 배정미 간사는 “가사도우미도 지역별로 학력차가 있는데 수도권의 경우 고졸 이상 출신이 많고 대학 나온 분들도 아이들 학비 마련이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해 이 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용산에 거주하는 민순영(가명·50) 씨도 자녀의 학비 마련을 위해 일일 가사도우미 업종에 발을 들여놓은 경우. 별다른 사회활동 없이 전업주부로 살아온 민씨는 대학생 자녀가 생기면서 등록금을 마련하러 1년 6개월 전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주5일 근무에 월 130만원 정도 번다는 민씨는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주위의 편견이 부담스럽긴 해도 스스로 틀을 깨고 당당해지려 노력한다”며 웃었다.
당당한 직업에도 선입견 여전
방송에 비치는 가사 도우미들의 모습은 현실과 다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오른쪽).
그렇다면 하루 종일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입주도우미 신세경에게 월급 60만원만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법적으로는 가능한 금액이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관계자는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사사용인의 급여에 대해 기준을 적용할 마땅한 법 규정이 없다”고 말한다. 소규모의 가족관계 사업이나 가정 내의 사용인에게 산업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법적 보호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
하지만 입주도우미 급여가 60만원밖에 안 되는 것은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강남지역 가사도우미 파견업체인 ‘신한국파출부’의 한 관계자는 “이 경우 월 150만원 이상은 돼야 맞다. 아무리 극중에서 신세경의 동생까지 함께 숙식하는 상황이라 해도, 월 60만원은 지나친 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부 노출을 꺼리는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입주도우미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재청’의 주선으로, 해외 입주도우미를 하다 지난 1월 말 잠시 귀국한 김영옥(가명·성남시 거주) 씨와 어렵사리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50대 중반인 김씨는 10년간 식당을 운영하다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뒤, 2년 전부터 해외도우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산후조리 도우미 일이 해외도우미 첫 업무였다는 김씨는 “캐나다, 일본, 동남아 지역 등을 돌며 입주도우미를 했고 최근까지는 미국에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해외 입주도우미의 장점에 대해 “집주인도 타국생활에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입주도우미를 고용인이라기보다 한 식구처럼 대하는 사람이 많아 좋다”면서 “급여도 높은 편이어서 많게는 월 320만원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가사도우미 또한 당당한 직업임에도 사회적 선입견으로 아직까지 떳떳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