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뇌 발달 시기마다 적합한 학습방식이 달라진다. 적기 교육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조건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나이에 맞는 교육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공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뇌의 기능이 단연 핵심이다. 뇌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다. 필자의 일곱 살 이란성 쌍둥이 딸들도 성향이 정반대다. 한 아이는 채소를 좋아하고 수 개념이 발달한 반면, 다른 아이는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언어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뇌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결과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우리 아이의 뇌는 어떤 과정을 통해 발달하며, 어떻게 하면 그 발달을 도울 수 있을까.
1981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비셀은 뇌 발달 기제의 핵심을 밝혀냈다. 그들은 정상으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눈꺼풀을 바로 봉합했다가 3개월이 지난 뒤 복원했다. 그랬더니 그간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고양이는 영원히 앞을 보지 못했다.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뇌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그쪽 세포가 죽어버린 까닭이다.
‘결정적 시기’ 놓치면 기회는 없다
이처럼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금세 퇴화한다. 머리를 많이 쓸수록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는 얘기. 이를 위해서는 독서, 체험활동 등으로 뇌의 각 부분을 두루두루 활성화해야 한다.
많이 사용한 뇌를 들여다보면, 뇌세포를 중심으로 수많은 줄기가 뻗어 나와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이 줄기들은 뇌세포 간 연결 통로인데, 이를 시냅스라 부른다. 지능은 뇌세포 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시냅스 수로 결정된다. 논리수학 능력에서 천재인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결과, 뇌세포 수는 일반인과 비슷했지만 논리수학 능력을 관장하는 두정엽 시냅스의 부피가 남달리 컸음이 밝혀졌다.
이 시냅스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 바로 다양한 자료의 반복학습이다. 시냅스는 어떤 행위를 한 번 한다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견고한 시냅스를 만들려면 다양한 작용과 관련 있는 뇌세포들을 여러 번 사용해야 한다. 시냅스 하나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적어도 6개월. 새로운 것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 때마다 뇌가 쑥쑥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간의 뇌는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발달하지 않는다. 시기별로 발달하는 부위, 발달 속도가 다르다. 뇌의 성장에 따라 학습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때 뇌세포가 가장 큰 발전을 이루는 시기를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그에 맞는 학습을 하면 더 많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
기억과 감정은 뗄 수 없는 사이
갓 태어난 아이의 결정적 시기는 촉각에 좌우된다. 이때는 촉각에 해당하는 뇌가 발달하므로, 손을 자극하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왼쪽 측두엽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음소를 구분하게 된다. 언어와 관련이 있는 측두엽은 만 4세까지 발달하는데, 언어능력의 결정적 시기다. 이때 엄마가 말을 많이 하면 아이의 언어능력이 좋아지고 외국어도 훨씬 빨리 습득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젖먹이 때 버려져 개와 함께 자란 러시아 여성이 훈련을 거듭해도 언어와 사회적 행동을 되찾기 힘든 까닭 또한 ‘결정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 내용이나 아무 시기에 강제로 주입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 미분, 적분을 가르치고 조기 교육을 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적기 교육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무조건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나이에 맞는 교육자료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한 가지 더. 공부하는 데 중요한 능력인 기억력은 감정과 관련이 깊다. 기억은 인지 기능인데, 특이하게도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는 감정과 관련 깊은 변연계에 자리한다. 즉, 기억과 감정은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좋은 추억, 나쁜 기억 등 내용을 의미화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을 이용한 학습방법으로는 좋아하는 노래, TV 프로그램과 공부 내용을 연결하거나, 흥미를 느낄 만한 놀이공부를 하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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