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시밀러는 이 지역에서 관심이 많아… 특별히 (세종시 투자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해 제외하도록 했다.”
1월20일 대구·경북지역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차기 신성장 동력산업 진출 분야로 지목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된 회사. 최소 5000억원의 투자액과 100만㎡(약 30만 평)의 공장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혁신도시와 행복중심복합도시(세종시) 사이에서 이 회사가 어디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렸다. 더욱이 대구 신서지역과 충북 오송지역이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로 지정된 이후 두 지역이 서로 “우리에게 와야 한다”며 다툼이 일었다.
이런 경쟁 양상은 1월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고 삼성의 세종시에 대한 투자계획이 발표되면서 오히려 더 격화됐다. 삼성의 세종시 투자계획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벌어진 대구·경북과 충북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첨복단지 입주에 대한 구애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두 지역은 모두 이 업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복단지의 기업 유치가 물거품이 될 것처럼 격앙된 상태.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정부에 건의문을 내고, 각 광역의회는 비장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삼성 측 “확정된 게 전혀 없다”
정 총리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관련 발언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세종시가 모든 대기업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설’,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상대적 역차별설’,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사면 대가설’ 등 온갖 가설과 의혹이 나도는 가운데, 그것도 이해 당사 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을 찾아 “이 지역에서 관심이 많아 특별히 빼달라고 요청해 제외하도록 했다”고 말했던 것. 이날 총리를 수행한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총리가 그런 말을 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정 총리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나오자 야당인 민주당에선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특히 민주당 충북도당과 지역 국회의원은 “세종시에 갈 것을 강제로 빼앗더니, 충북 오송지역을 무시하고 대구·경북지역에 바이오시밀러가 들어가도록 삼성에 압력을 넣었다”며 발끈했다. 정 총리의 발언에서 “빼달라”와 “제외하도록 했다”는 표현의 주체를 정 총리로 상정해서 나온 말이다.
반면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은 “빼달라”고 말한 주체를 대구시와 경북도, 또는 각 광역시의회로 해석한다. 실제 이들은 줄기차게 정부와 여당에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대구행을 요청해왔다. 일각에서는 주호영 특임장관(한나라당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주 장관은 최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 첨복단지를 지키기 위해 삼성 바이오시밀러를 세종시로 보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해 관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빼달라”는 말의 주체를 어느 쪽으로 해석한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지만, 정 총리의 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정 총리 또는 정부가 삼성에 어떤 식으로든 바이오시밀러를 세종시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협조를 구했다’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를 곱지 않게 해석하는 측에서 보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문제는 정 총리와 정부가 과연 삼성에 이런 부탁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삼성 측은 “정 총리의 말처럼 정부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펄쩍 뛰며 난색을 표했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과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 모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거기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다”고 말하든 “그렇다”고 말하든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아니다”고 말하면 총리의 말이 거짓이 되고, “그렇다”고 말하면 총리나 정부가 삼성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
그래서 이번에는 “삼성이 세종시에 들어갈 계획이 실제 있었는가. 정 총리 말에 의하면 바이오시밀러가 대구로 간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들에게서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아직 파트너사 선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의 공장 부지가 필요할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등 전혀 확정된 사항이 없다. 대구로 갈지, 충북 오송으로 갈지, 아니면 경기도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답변은 세종시에 삼성 바이오시밀러가 가지 않은 것은 사업계획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지, 정 총리나 정부의 요청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말로 해석된다. 즉, 정 총리의 “요청해 제외하도록 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셈.
지난해 화성 입주 소문 파다
여기서 잠깐, 삼성 관계자의 말 중에서 “경기도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투자 주체는 삼성전자. 그런데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 인근에 970만㎡(29만3000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조성하고 있다. ‘화성일반산업단지’라고 명명된 이 공장 부지의 사업기간 완료시점은 2009년 12월, 사업비는 1500억원이다. 화성시를 취재한 결과, 이 산업단지의 사업기간은 연장됐지만 올 상반기 중에 부지 조성이 완료 예정이라는 것, 그리고 사업발주 당시 입주 업종은 플래시메모리 등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으로 돼 있지만, 경기도의 업종변경 허가가 있으면 언제든지 첨단 바이오공장도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말 한때 삼성 바이오시밀러가 화성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돈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화성일반산업단지는 같은 화성시 안에 향남제약산업단지가 있어 연관 산업 간 협업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 제보자는 “삼성 고위 임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삼성의 세종시 투자계획이 발표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이 부지를 바이오시밀러 부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 정부 관리들도 방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플래시메모리 등의 공장 부지가 모자라서 지은 것으로, 바이오시밀러가 그곳으로 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해진 바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삼성 바이오시밀러 입주지역이 충북 오송으로 기울었다”는 설이 돌고 있다. 1월27일 정 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첨복단지위원회에서 나온 특성화 방안 때문. 이 방안에 따르면,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정보기술(I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충북 오송은 생명공학기술(B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로 각각 특성화하기로 결정됐는데,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B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사이기 때문에 오송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와 대구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IT나 BT 기반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두 기술이 융·복합돼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특성화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를 교수 시절부터 지켜봤던 지인들이나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들은 “요청해서 뺐다”는 말을 정치적 복선이 없는 단순한 ‘말실수’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정 총리는 1월21일 이용삼 민주당 국회의원(강원 철원-회천-양구-인제)의 빈소에서 갖은 말실수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어떻게 해석하든 지역 대결의 민감한 상황에서 총리로서 해선 안 될 적절치 못한 말”이라는 것이다.
1월20일 대구·경북지역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차기 신성장 동력산업 진출 분야로 지목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된 회사. 최소 5000억원의 투자액과 100만㎡(약 30만 평)의 공장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혁신도시와 행복중심복합도시(세종시) 사이에서 이 회사가 어디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렸다. 더욱이 대구 신서지역과 충북 오송지역이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로 지정된 이후 두 지역이 서로 “우리에게 와야 한다”며 다툼이 일었다.
이런 경쟁 양상은 1월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고 삼성의 세종시에 대한 투자계획이 발표되면서 오히려 더 격화됐다. 삼성의 세종시 투자계획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벌어진 대구·경북과 충북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첨복단지 입주에 대한 구애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두 지역은 모두 이 업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복단지의 기업 유치가 물거품이 될 것처럼 격앙된 상태.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정부에 건의문을 내고, 각 광역의회는 비장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삼성 측 “확정된 게 전혀 없다”
정 총리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관련 발언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세종시가 모든 대기업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설’,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상대적 역차별설’,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사면 대가설’ 등 온갖 가설과 의혹이 나도는 가운데, 그것도 이해 당사 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을 찾아 “이 지역에서 관심이 많아 특별히 빼달라고 요청해 제외하도록 했다”고 말했던 것. 이날 총리를 수행한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총리가 그런 말을 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정 총리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나오자 야당인 민주당에선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특히 민주당 충북도당과 지역 국회의원은 “세종시에 갈 것을 강제로 빼앗더니, 충북 오송지역을 무시하고 대구·경북지역에 바이오시밀러가 들어가도록 삼성에 압력을 넣었다”며 발끈했다. 정 총리의 발언에서 “빼달라”와 “제외하도록 했다”는 표현의 주체를 정 총리로 상정해서 나온 말이다.
반면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은 “빼달라”고 말한 주체를 대구시와 경북도, 또는 각 광역시의회로 해석한다. 실제 이들은 줄기차게 정부와 여당에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대구행을 요청해왔다. 일각에서는 주호영 특임장관(한나라당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주 장관은 최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 첨복단지를 지키기 위해 삼성 바이오시밀러를 세종시로 보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해 관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빼달라”는 말의 주체를 어느 쪽으로 해석한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지만, 정 총리의 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정 총리 또는 정부가 삼성에 어떤 식으로든 바이오시밀러를 세종시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협조를 구했다’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를 곱지 않게 해석하는 측에서 보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문제는 정 총리와 정부가 과연 삼성에 이런 부탁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삼성 측은 “정 총리의 말처럼 정부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펄쩍 뛰며 난색을 표했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과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 모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거기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다”고 말하든 “그렇다”고 말하든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아니다”고 말하면 총리의 말이 거짓이 되고, “그렇다”고 말하면 총리나 정부가 삼성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
그래서 이번에는 “삼성이 세종시에 들어갈 계획이 실제 있었는가. 정 총리 말에 의하면 바이오시밀러가 대구로 간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들에게서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아직 파트너사 선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의 공장 부지가 필요할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등 전혀 확정된 사항이 없다. 대구로 갈지, 충북 오송으로 갈지, 아니면 경기도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답변은 세종시에 삼성 바이오시밀러가 가지 않은 것은 사업계획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지, 정 총리나 정부의 요청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말로 해석된다. 즉, 정 총리의 “요청해 제외하도록 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셈.
세종시 대기업 투자대상에서 삼성 바이오시밀러가 빠진 진짜 이유는 뭘까.
여기서 잠깐, 삼성 관계자의 말 중에서 “경기도로 갈지 알 수 없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투자 주체는 삼성전자. 그런데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 인근에 970만㎡(29만3000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조성하고 있다. ‘화성일반산업단지’라고 명명된 이 공장 부지의 사업기간 완료시점은 2009년 12월, 사업비는 1500억원이다. 화성시를 취재한 결과, 이 산업단지의 사업기간은 연장됐지만 올 상반기 중에 부지 조성이 완료 예정이라는 것, 그리고 사업발주 당시 입주 업종은 플래시메모리 등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으로 돼 있지만, 경기도의 업종변경 허가가 있으면 언제든지 첨단 바이오공장도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말 한때 삼성 바이오시밀러가 화성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돈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화성일반산업단지는 같은 화성시 안에 향남제약산업단지가 있어 연관 산업 간 협업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 제보자는 “삼성 고위 임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삼성의 세종시 투자계획이 발표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이 부지를 바이오시밀러 부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 정부 관리들도 방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플래시메모리 등의 공장 부지가 모자라서 지은 것으로, 바이오시밀러가 그곳으로 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해진 바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삼성 바이오시밀러 입주지역이 충북 오송으로 기울었다”는 설이 돌고 있다. 1월27일 정 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첨복단지위원회에서 나온 특성화 방안 때문. 이 방안에 따르면,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정보기술(I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충북 오송은 생명공학기술(B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로 각각 특성화하기로 결정됐는데, 삼성 바이오시밀러는 BT 기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사이기 때문에 오송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와 대구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IT나 BT 기반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두 기술이 융·복합돼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특성화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를 교수 시절부터 지켜봤던 지인들이나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들은 “요청해서 뺐다”는 말을 정치적 복선이 없는 단순한 ‘말실수’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정 총리는 1월21일 이용삼 민주당 국회의원(강원 철원-회천-양구-인제)의 빈소에서 갖은 말실수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어떻게 해석하든 지역 대결의 민감한 상황에서 총리로서 해선 안 될 적절치 못한 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