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발전, 국가 발전만을 생각하는 순수한 동기와 열정을 가진다면 호랑이의 늠름한 기상으로 당당하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신뢰하고 힘을 합쳐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발전하는 한 해를 만들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월4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신뢰와 화합’을 화두로 던졌다. 새해 덕담 차원의 원론적인 말로 들리지만,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예정일(11일)을 앞둔 시점이라 ‘신뢰와 화합’론은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번 신년교례회에는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포함해 TK지역의 친이-친박계,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신뢰와 화합’ 발언은 참석자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신뢰와 화합’ 발언 다양한 해석
일단 친박계 의원들은 “정치적 해석을 붙일 필요가 없는 원론적인 언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세종시 관련 입장이 바뀔 만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신년인사”라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부가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을 지키면, 즉 ‘신뢰’를 보이면 ‘화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후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수정안을 잠정 확정(5일)하고, 정운찬 총리가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6일)하는 과정에서 정부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친박계 의원들은 더욱 완고한 모습을 보였다.
6선인 친박계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원안+α’ 입장에서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부처 이전 백지화는 전면적인 위약으로, 국회에 오면 불문곡직하고 단칼에 부결 처리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2개월 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수정안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박 전 대표는 “원안을 배제한 수정안에는 반대한다.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이는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로서는 현시점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정부안의 수정이 확고해졌다고 원칙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박 전 대표가 지난 연말부터 ‘소극적’으로도 비칠 수 있는 자세를 보이고, 새해 들어 신뢰와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가 일각에서 나오는 점이 주목된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임기 전반에는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자임했지만, 임기 중반기를 맞아 정권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자 ‘대치’보다는 ‘조화’를 선택하는 과정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아 공격적인 국정운영에 나선 상태다. 특히 ‘G20 정상회의 유치’ ‘UAE 원전 프로젝트 수주’ 효과는 자신감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정 총리에게 ‘5대 원칙’을 지시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류 측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도 세종시 문제로 당이 분열하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 한 해에는 2012년 대권 가도의 초석이 다져지는 정치 이벤트가 적지 않다. 세종시 정국에 이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8월을 전후해 개헌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와 접점 찾기 통해 차기 전략 구상?
여기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5월 중순에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고, 7월 초에는 정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소장파와 친이-친박계 일각에서도 거론되듯 3월쯤에 앞당겨 열릴 수도 있다.
이처럼 곳곳에 화약고가 널려 있는 2010년 정국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적전분열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남은 임기를 이끌고 갈 이 대통령이나 차기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기반을 다져야 할 박 전 대표에게 모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인식 때문에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박 전 대표가 신뢰와 화합을 강조한 만큼 세종시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것은 물론, 당분간은 친이-친박계가 암묵적 휴전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이전에 친이-친박계가 모두 출구전략을 마련해 접점을 찾게 되리란 기대가 없지 않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종시 관련 법안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지방선거 전에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친이-친박계가 올 한 해 무사히 공생공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큰 고비를 넘겨야 한다.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이다.
지방선거 공천은 내부 갈등을 단번에 폭발시킬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만일 2008년 총선 때처럼 낙천한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친박’을 표방해 출마하면 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은 “공정한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한다. 그러나 이는 ‘불공정 공천’이라는 판단이 서면 모종의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아직 불씨가 살아 있는 조기 전당대회론은 지방선거에서의 ‘박근혜 역할론’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표직에 복귀해야 제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친이-친박계 모두 여당의 패배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이끌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을 감안해 ‘조화’와 ‘참여’ 모드로 돌아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올해 선택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큰 선택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그동안 친박계 내에서도 온건파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만이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지금은 정국 상황이 임기 전반과 많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차기 전략’을 구상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월4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신뢰와 화합’을 화두로 던졌다. 새해 덕담 차원의 원론적인 말로 들리지만,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예정일(11일)을 앞둔 시점이라 ‘신뢰와 화합’론은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번 신년교례회에는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포함해 TK지역의 친이-친박계,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신뢰와 화합’ 발언은 참석자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신뢰와 화합’ 발언 다양한 해석
일단 친박계 의원들은 “정치적 해석을 붙일 필요가 없는 원론적인 언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세종시 관련 입장이 바뀔 만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신년인사”라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부가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을 지키면, 즉 ‘신뢰’를 보이면 ‘화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후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수정안을 잠정 확정(5일)하고, 정운찬 총리가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6일)하는 과정에서 정부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친박계 의원들은 더욱 완고한 모습을 보였다.
6선인 친박계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원안+α’ 입장에서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부처 이전 백지화는 전면적인 위약으로, 국회에 오면 불문곡직하고 단칼에 부결 처리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2개월 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수정안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박 전 대표는 “원안을 배제한 수정안에는 반대한다.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이는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로서는 현시점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정부안의 수정이 확고해졌다고 원칙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박 전 대표가 지난 연말부터 ‘소극적’으로도 비칠 수 있는 자세를 보이고, 새해 들어 신뢰와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가 일각에서 나오는 점이 주목된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임기 전반에는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자임했지만, 임기 중반기를 맞아 정권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자 ‘대치’보다는 ‘조화’를 선택하는 과정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아 공격적인 국정운영에 나선 상태다. 특히 ‘G20 정상회의 유치’ ‘UAE 원전 프로젝트 수주’ 효과는 자신감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정 총리에게 ‘5대 원칙’을 지시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류 측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도 세종시 문제로 당이 분열하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 한 해에는 2012년 대권 가도의 초석이 다져지는 정치 이벤트가 적지 않다. 세종시 정국에 이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8월을 전후해 개헌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와 접점 찾기 통해 차기 전략 구상?
여기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5월 중순에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고, 7월 초에는 정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소장파와 친이-친박계 일각에서도 거론되듯 3월쯤에 앞당겨 열릴 수도 있다.
이처럼 곳곳에 화약고가 널려 있는 2010년 정국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적전분열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남은 임기를 이끌고 갈 이 대통령이나 차기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기반을 다져야 할 박 전 대표에게 모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인식 때문에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박 전 대표가 신뢰와 화합을 강조한 만큼 세종시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것은 물론, 당분간은 친이-친박계가 암묵적 휴전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이전에 친이-친박계가 모두 출구전략을 마련해 접점을 찾게 되리란 기대가 없지 않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종시 관련 법안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지방선거 전에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친이-친박계가 올 한 해 무사히 공생공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큰 고비를 넘겨야 한다.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이다.
지방선거 공천은 내부 갈등을 단번에 폭발시킬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만일 2008년 총선 때처럼 낙천한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친박’을 표방해 출마하면 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은 “공정한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한다. 그러나 이는 ‘불공정 공천’이라는 판단이 서면 모종의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아직 불씨가 살아 있는 조기 전당대회론은 지방선거에서의 ‘박근혜 역할론’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표직에 복귀해야 제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친이-친박계 모두 여당의 패배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이끌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을 감안해 ‘조화’와 ‘참여’ 모드로 돌아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올해 선택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큰 선택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그동안 친박계 내에서도 온건파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만이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지금은 정국 상황이 임기 전반과 많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차기 전략’을 구상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