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X-mas n Happy new year 2010. God bless u all.’
크리스마스이브인 조금 전 문자메시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휴대전화엔 ‘마세블라 친구’라고 뜹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 성의 없게 저장해뒀는데, 안부인사를 보내온 겁니다.
그를 만난 건 지난 여름입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상가에 앉아 있던 그는 비디오카메라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콩고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와 ‘난민 인정’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날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마세블라를 돕기 위해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 사람들과 함께 캠페인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마세블라는 16개월째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는 콩고인입니다. 내전을 피해 브로커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는데, 10년이 지나도록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곧 콩고로 돌아갈 줄 알고 난민 신청을 미룬 게 빌미가 됐습니다. 다른 나라에 갈 돈도 없고, 그렇다고 콩고에 갈 처지도 안 되는 그는 법무부에서 불허 판정을 받자 궁여지책으로 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그러고는 살아가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적발되고 말았습니다. 일할 권리 없는 난민신청자가 일을 했으니 불법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2009년 6월20일부터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돼 ‘난민신청자도 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기긴 했습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들에게 이 법이 곧바로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2009년 6월20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야 비로소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차 난민심사에서 졸속으로 불허 판정을 받은 사람은 이 규정마저 적용되질 않아 전처럼 마음 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난민신청자는 10명도 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무시할 법도 하지만,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난민신청자들의 커지는 두려움을 생각하면 모른 척할 수가 없습니다. 2009년 4월 현재 우리나라 누적 난민신청자는 2262명이고, 그중 난민 인정자는 107명입니다. 저는 마세블라의 또 다른 친구입니다. 비록 취재하며 만난 사이지만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를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할 일 많은 법무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친구에게 크리스마스의 눈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조금 전 문자메시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휴대전화엔 ‘마세블라 친구’라고 뜹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 성의 없게 저장해뒀는데, 안부인사를 보내온 겁니다.
그를 만난 건 지난 여름입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상가에 앉아 있던 그는 비디오카메라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콩고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와 ‘난민 인정’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날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마세블라를 돕기 위해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 사람들과 함께 캠페인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마세블라는 16개월째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는 콩고인입니다. 내전을 피해 브로커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는데, 10년이 지나도록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곧 콩고로 돌아갈 줄 알고 난민 신청을 미룬 게 빌미가 됐습니다. 다른 나라에 갈 돈도 없고, 그렇다고 콩고에 갈 처지도 안 되는 그는 법무부에서 불허 판정을 받자 궁여지책으로 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그러고는 살아가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적발되고 말았습니다. 일할 권리 없는 난민신청자가 일을 했으니 불법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2009년 6월20일부터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돼 ‘난민신청자도 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기긴 했습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들에게 이 법이 곧바로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2009년 6월20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야 비로소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차 난민심사에서 졸속으로 불허 판정을 받은 사람은 이 규정마저 적용되질 않아 전처럼 마음 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난민신청자는 10명도 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무시할 법도 하지만,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난민신청자들의 커지는 두려움을 생각하면 모른 척할 수가 없습니다. 2009년 4월 현재 우리나라 누적 난민신청자는 2262명이고, 그중 난민 인정자는 107명입니다. 저는 마세블라의 또 다른 친구입니다. 비록 취재하며 만난 사이지만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를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할 일 많은 법무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친구에게 크리스마스의 눈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