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회색빛 도로에 오렌지색 택시가 등장했다. 승객 문 쪽으로는 ‘International’이라는 글자와 전화번호, 그리고 흰색 해치가 그려져 있다.
‘저건 무슨 택시지?’ 시민들의 눈에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이제 길에서 오렌지색 택시를 보거든 의아해하지 말자. 외국인 관광택시인 ‘인터내셔널 택시’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관광택시로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친절한 택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이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12월 현재 총 187대의 인터내셔널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외관은 진한 오렌지색으로 보이지만, 정확히는 ‘꽃담황토색’으로 지칭된다. 옛 서울인 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건축물 색인 황톳빛을 따왔다. 남산 초록색, 서울 하늘색 등과 더불어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을 대표하는 10가지 색 중 하나다. 재앙을 막는 수호 동물 해치 또한 서울의 상징 디자인이다.
택시 외관 못지않게 기사들의 옷매무새도 남다르다.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와이셔츠, 노란 넥타이, 황금빛 명찰로 멋스러운 코디네이션을 완성한다. 택시 색상과 무늬, 기사 복장 모두 예사롭지 않다. 한국 전통색인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오방색이 그 안에 모두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의 외국어 실력이다. 이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중 1개 이상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최근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관광정보 사이트 ‘서울나비’(www.seoulnavi.com/miru/1369)나 ‘코네스트’(http://www.konest.com)에서 인터내셔널 택시가 자주 언급되면서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 ‘운전기사가 매우 친절했고 미소로 응대해줘 첫 서울 방문이었지만 불안감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ID lala33),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고 요금 걱정도 없어 안심하고 이용했다’(ID Jungsangtae)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정해진 표준가격이 있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택시는 바가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5만5000원에서 11만원까지 구간에 따른 정액요금제, 3·5·8·10시간의 시간별 요금제, 맞춤 관광을 위한 20만원 일일 장거리 대절 요금제 등 요금 종류가 다양하다. 전용 콜센터(1644-2255), 홈페이지(international.co.kr)를 통해 예약제로 운영된다. 시행 7개월째인 요즘 하루 평균 외국인 이용건수는 200건, 월평균 6000건에 이른다.
특히 일본인들은 인터넷에 자신들의 이용후기를 많이 올려 일본인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이 아니어도 탈 수 있고, 내국인도 도심에서 탑승할 수 있다. 이때는 일반 택시와 동일한 요금이 적용된다.
성공한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관련 색깔이나 문양이 바로 떠오르게 마련. 미국 뉴욕의 노란 택시, 영국 런던의 검은 택시처럼 서울의 꽃담황토색 택시가 서울 관광의 아이콘, 성공적인 도시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운행을 시작해 7개월째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로 활약하는 ‘1기’ 출신 강승철(40), 박필수(64), 홍석표(53) 씨의 경험담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택시에 대한 궁금증을 O, X로 풀어보았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는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다?
3개월 이상 서울시 운행 경력을 지닌 법인·개인·대형 택시 사업자 중 외국어 인터뷰와 인성 면접에 합격하면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4차례의 시험을 통해 분기마다 200여 명의 회원을 선발했다. 현재 3기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4기는 교육을 받고 있다. 외국어 시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어로 진행된다.
일본어와 영어, 2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박필수 씨는 9년 동안 괌에서 산 경력을 활용했다. “우리나라가 힘든 시절에 해외에 나가 달러를 벌어왔는데, 지금도 국내에서 외화 획득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손자에게 영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니 뿌듯하다”고 했다.
일상 영어회화를 꾸준히 사용해온 홍석표 씨는 나비콜(NaviCall) 회보에서 시험 소식을 보고 응시했다. “외국 사장님들 수행 기사로 일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웠다”는 그는 수월하게 면접을 치를 수 있었다. 강승철 씨도 영문학 전공을 살려 무난히 합격했다. 면접은 간단한 회화부터 시사 이슈까지 다양한 문항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출범 당시 영어, 일어를 쓰는 기사들만 뽑았지만, 가을부터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기사도 선발할 계획이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차별화된 친절 서비스가 생명이다?
‘친절하고 깨끗한 택시’는 이들의 확고한 구호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은 볼거리는 물론, 맛집이나 숙박시설 등 여러 정보를 익혀 승객에게 친절을 베푼다. 비즈니스 출장 고객인지, 관광 고객인지 구분해 적절히 손님을 대하고, 한국인들이 흔히 묻는 나이·직업·결혼 여부 등 사적 질문은 하지 않는다.
박씨는 “한국 택시문화를 선도하고 국가 브랜드를 고양한다는 기분으로 일한다”며 “프랑스인 가족의 템플스테이를 가이드하면서 묵이나 두릅, 오미자차 등에 대해 설명하니 그 자리에서 구입하더라. 한국 관광산업에 일조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강승철 씨는 지난 6개월 동안 70~80명의 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인 승객이 중국 비자가 늦게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것을 보고는 발 벗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홍씨는 한남동, 이태원 일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친절 기사’로 칭찬받은 바 있다. 외국인들은 한번 만족스럽게 택시를 이용하면 지인들에게 추천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세간에는 ‘한 달에 700만원을 번다’거나, ‘연봉 5000만원이 보장된다’는 등의 얘기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직 고정 고객이 많지 않은 데다 시행 초기인 까닭에 기존 택시 수입을 밑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존 수입에서 3분의 1이 줄어들었다는 기사도 있다.
특히 인터내셔널 택시는 공항의 외국인 승객이 전체 이용자의 77.3%를 차지하므로 공항에서의 수입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항 안에는 인터내셔널 택시 안내 데스크, 고객 전용 승강장이 있지만 공항 밖으로는 택시 대기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존 콜밴 등의 차량과 마찰을 빚으면서 영업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공항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을 겨냥한 바가지요금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씨는 “인터내셔널 택시는 공항에서 쉐라톤 워커힐까지 톨게이트비 7400원을 포함해 7만5000원 정도를 받는데, 호객꾼들이 운영하는 택시는 18만~20만원씩 받기도 한다. 특히 한국이 초행인 외국인들은 호객꾼이 가장 좋아하는 승객”이라고 전했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은 쉬는 날이면 팸플릿을 들고 공항에 나가 직접 자신을 홍보하기도 한다. 강씨는 “빨리 돈을 벌어야 하지만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고… 여러 딜레마가 있지만 다른 이들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어려운 여건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저건 무슨 택시지?’ 시민들의 눈에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이제 길에서 오렌지색 택시를 보거든 의아해하지 말자. 외국인 관광택시인 ‘인터내셔널 택시’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관광택시로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친절한 택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이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12월 현재 총 187대의 인터내셔널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외관은 진한 오렌지색으로 보이지만, 정확히는 ‘꽃담황토색’으로 지칭된다. 옛 서울인 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건축물 색인 황톳빛을 따왔다. 남산 초록색, 서울 하늘색 등과 더불어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을 대표하는 10가지 색 중 하나다. 재앙을 막는 수호 동물 해치 또한 서울의 상징 디자인이다.
택시 외관 못지않게 기사들의 옷매무새도 남다르다.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와이셔츠, 노란 넥타이, 황금빛 명찰로 멋스러운 코디네이션을 완성한다. 택시 색상과 무늬, 기사 복장 모두 예사롭지 않다. 한국 전통색인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오방색이 그 안에 모두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의 외국어 실력이다. 이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중 1개 이상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최근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관광정보 사이트 ‘서울나비’(www.seoulnavi.com/miru/1369)나 ‘코네스트’(http://www.konest.com)에서 인터내셔널 택시가 자주 언급되면서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 ‘운전기사가 매우 친절했고 미소로 응대해줘 첫 서울 방문이었지만 불안감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ID lala33),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고 요금 걱정도 없어 안심하고 이용했다’(ID Jungsangtae)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정해진 표준가격이 있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택시는 바가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5만5000원에서 11만원까지 구간에 따른 정액요금제, 3·5·8·10시간의 시간별 요금제, 맞춤 관광을 위한 20만원 일일 장거리 대절 요금제 등 요금 종류가 다양하다. 전용 콜센터(1644-2255), 홈페이지(international.co.kr)를 통해 예약제로 운영된다. 시행 7개월째인 요즘 하루 평균 외국인 이용건수는 200건, 월평균 6000건에 이른다.
특히 일본인들은 인터넷에 자신들의 이용후기를 많이 올려 일본인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이 아니어도 탈 수 있고, 내국인도 도심에서 탑승할 수 있다. 이때는 일반 택시와 동일한 요금이 적용된다.
성공한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관련 색깔이나 문양이 바로 떠오르게 마련. 미국 뉴욕의 노란 택시, 영국 런던의 검은 택시처럼 서울의 꽃담황토색 택시가 서울 관광의 아이콘, 성공적인 도시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운행을 시작해 7개월째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로 활약하는 ‘1기’ 출신 강승철(40), 박필수(64), 홍석표(53) 씨의 경험담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택시에 대한 궁금증을 O, X로 풀어보았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는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다?
3개월 이상 서울시 운행 경력을 지닌 법인·개인·대형 택시 사업자 중 외국어 인터뷰와 인성 면접에 합격하면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4차례의 시험을 통해 분기마다 200여 명의 회원을 선발했다. 현재 3기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4기는 교육을 받고 있다. 외국어 시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어로 진행된다.
일본어와 영어, 2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박필수 씨는 9년 동안 괌에서 산 경력을 활용했다. “우리나라가 힘든 시절에 해외에 나가 달러를 벌어왔는데, 지금도 국내에서 외화 획득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손자에게 영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니 뿌듯하다”고 했다.
일상 영어회화를 꾸준히 사용해온 홍석표 씨는 나비콜(NaviCall) 회보에서 시험 소식을 보고 응시했다. “외국 사장님들 수행 기사로 일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웠다”는 그는 수월하게 면접을 치를 수 있었다. 강승철 씨도 영문학 전공을 살려 무난히 합격했다. 면접은 간단한 회화부터 시사 이슈까지 다양한 문항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출범 당시 영어, 일어를 쓰는 기사들만 뽑았지만, 가을부터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기사도 선발할 계획이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차별화된 친절 서비스가 생명이다?
‘친절하고 깨끗한 택시’는 이들의 확고한 구호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은 볼거리는 물론, 맛집이나 숙박시설 등 여러 정보를 익혀 승객에게 친절을 베푼다. 비즈니스 출장 고객인지, 관광 고객인지 구분해 적절히 손님을 대하고, 한국인들이 흔히 묻는 나이·직업·결혼 여부 등 사적 질문은 하지 않는다.
박씨는 “한국 택시문화를 선도하고 국가 브랜드를 고양한다는 기분으로 일한다”며 “프랑스인 가족의 템플스테이를 가이드하면서 묵이나 두릅, 오미자차 등에 대해 설명하니 그 자리에서 구입하더라. 한국 관광산업에 일조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강승철 씨는 지난 6개월 동안 70~80명의 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인 승객이 중국 비자가 늦게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것을 보고는 발 벗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홍씨는 한남동, 이태원 일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친절 기사’로 칭찬받은 바 있다. 외국인들은 한번 만족스럽게 택시를 이용하면 지인들에게 추천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세간에는 ‘한 달에 700만원을 번다’거나, ‘연봉 5000만원이 보장된다’는 등의 얘기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직 고정 고객이 많지 않은 데다 시행 초기인 까닭에 기존 택시 수입을 밑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존 수입에서 3분의 1이 줄어들었다는 기사도 있다.
특히 인터내셔널 택시는 공항의 외국인 승객이 전체 이용자의 77.3%를 차지하므로 공항에서의 수입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항 안에는 인터내셔널 택시 안내 데스크, 고객 전용 승강장이 있지만 공항 밖으로는 택시 대기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존 콜밴 등의 차량과 마찰을 빚으면서 영업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공항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을 겨냥한 바가지요금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씨는 “인터내셔널 택시는 공항에서 쉐라톤 워커힐까지 톨게이트비 7400원을 포함해 7만5000원 정도를 받는데, 호객꾼들이 운영하는 택시는 18만~20만원씩 받기도 한다. 특히 한국이 초행인 외국인들은 호객꾼이 가장 좋아하는 승객”이라고 전했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들은 쉬는 날이면 팸플릿을 들고 공항에 나가 직접 자신을 홍보하기도 한다. 강씨는 “빨리 돈을 벌어야 하지만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고… 여러 딜레마가 있지만 다른 이들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어려운 여건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