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안이 9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종시특별법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모든 행정기관의 이전을 추진하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무산되자, 2005년 여야가 행정기관의 절반이라도 이전하자며 만든 법안. 그간 이명박 정부는 당초 법안대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세종시로 이전할 정부 부처를 관보에 고시하는 것도 미뤘다.
이런 시점에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칼을 꺼냈다. 그는 총리 내정 직후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 원안 추진은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다. 계획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복합도시를 세우되 충청 분들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수정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의 발언 이후 충청권이 텃밭인 자유선진당은 물론, 지역균등발전을 주창하던 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의 총리 인준 과정에서 이 사안에 대한 총리 내정자의 생각을 철저히 묻겠다는 태세다. 또한 세종시특별법 원안대로 ‘9부 2처 2청 정부 변경’으로만 고시할 것이 아니라 “이전 부처와 기관의 이름을 명시한 정부 고시를 확정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충청권 표심(票心)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원내대표가 나서서 “기존 법안대로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서 “청와대가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차명진 의원), “세종시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정두언 의원), “세종시는 ‘노무현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김문수 경기도지사)이라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3조원 사업비 중 이미 4분의 1 투입
충남 연기와 충북 청원에 서울의 절반 크기로 조성될 세종시. 23조원의 총사업비 중 이미 4분의 1이 투입된 그곳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주간동아’는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 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세종시특별법안 유지에 대해 한국헌법학회장과 한국정치학회장은 찬성, 한국행정학회장과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은 반대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은 “법적 당위성에 따라 기존 법안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123조 2항(국가는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을 보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 명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관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 처리됐지만, 그 이후 행정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만들어졌고 헌재에서도 이는 합헌이라고 해 지금에 이르렀다. 법적 당위성에 따라 기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는 또한 “정책의 연속성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라며 “잘못된 사안이라면 비판해야 하지만 ‘모든 국민은 평등하므로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명분은 옳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은 늘어날 정치비용을 감안해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복합도시 추진을 백지화하면 정치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싸우게 될 테고, 지금까지 그 정책을 고려해 생활하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사회적 손실도 발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 정권이 기존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면 누구나 법안을 고치려 들 텐데, 그런 낭비가 또 어디에 있겠나. 미국에서도 부시가 해놓은 것을 오바마가 마음대로 못 고치지 않나. 세종시특별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예산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없던 일로 하면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반면 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은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계속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이 있으면 비록 늦었더라도 이를 재고해 정책의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
“카터 대통령의 제로베이스 예산집행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전년도에 예산이 책정돼 있다는 이유로 그 다음 해에 자동적으로 예산을 주거나 늘리지 않고, 처음 예산을 산정하듯 꼼꼼히 따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산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기 때문이다.”(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행정도시 대신 특화도시?
이들 학회장은 행정도시 건립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지만, 향후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부처를 이전해도 국회, 청와대 등과 소통하기 위해 서울사무소를 설치해야 하고, 타 부서와 소통하기 위해 서울을 오가느라 비용 및 시간을 들여야 하는 탓이다.
또한 행정도시가 서울만큼 인프라를 갖추기 전까지는 그 구성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두 집 살림’을 살아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러나 득과 실의 크기에 대해선 견해가 달랐다. 찬성 측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 전망하고, 반대 측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긴다. 가치관에 따라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다르게 산정하는 까닭이다.
“서울에 집중돼 있던 것이 분산되면 서울은 쾌적한 도시가 될 뿐 아니라 지방의 다른 도시도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 선진국에 비해 수도권 집중도가 심하게 높다. 서울은 물가는 물론, 집값도 비싸다. 너무 집중화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따라서 행정복합도시가 궤도에 오르면 행정이 분할돼 발생하는 비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다.”(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
“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수도권의 혼잡 비용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수준이 됐다. 행정이 분할되면 그만큼 능률성은 떨어질 것이다. 영화는 충무로에서 만드는 게 유리하듯, 집적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행정을 분산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지방이 골고루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엇을 억지로 옮겨 그 도시를 발전시킬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유인책을 써야 한다. 울산이 자동차 도시가 되고 당진이 현대제철소가 들어온 뒤 발전한 것처럼 ‘행정도시’가 아닌 ‘특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하지만 행정도시가 아닌 특화도시를 만든다는 데 대해 찬성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화도시를 만드는 선에선 국토의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찬성 측은 서울의 지속적 발전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운데 행정은 궁극적으로 다른 도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종시가 행정 인구만 사는 유령도시가 되리라는 반대 측의 지적에 찬성 측은 이렇게 반박한다.
“유령도시를 만들지 않으려면 행정부처 이관과 함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강남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도 서울 강남에 교육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반대 측도 교육 기능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을 펴기는 마찬가지다.
“세종시에 국가가 운영하는 질 좋은 학교가 생긴다면 교육열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많이 이동할 것이다. 억지로 개발논리를 펴지 않고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써야 한다. 국민은 경제적 이득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
정부의 역량은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달렸다. 그 역량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가늠해볼 때다.
이런 시점에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칼을 꺼냈다. 그는 총리 내정 직후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 원안 추진은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다. 계획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복합도시를 세우되 충청 분들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수정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의 발언 이후 충청권이 텃밭인 자유선진당은 물론, 지역균등발전을 주창하던 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의 총리 인준 과정에서 이 사안에 대한 총리 내정자의 생각을 철저히 묻겠다는 태세다. 또한 세종시특별법 원안대로 ‘9부 2처 2청 정부 변경’으로만 고시할 것이 아니라 “이전 부처와 기관의 이름을 명시한 정부 고시를 확정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충청권 표심(票心)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원내대표가 나서서 “기존 법안대로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서 “청와대가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차명진 의원), “세종시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정두언 의원), “세종시는 ‘노무현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김문수 경기도지사)이라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3조원 사업비 중 이미 4분의 1 투입
충남 연기와 충북 청원에 서울의 절반 크기로 조성될 세종시. 23조원의 총사업비 중 이미 4분의 1이 투입된 그곳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주간동아’는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 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세종시특별법안 유지에 대해 한국헌법학회장과 한국정치학회장은 찬성, 한국행정학회장과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은 반대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은 “법적 당위성에 따라 기존 법안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123조 2항(국가는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을 보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 명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관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 처리됐지만, 그 이후 행정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만들어졌고 헌재에서도 이는 합헌이라고 해 지금에 이르렀다. 법적 당위성에 따라 기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는 또한 “정책의 연속성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라며 “잘못된 사안이라면 비판해야 하지만 ‘모든 국민은 평등하므로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명분은 옳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은 늘어날 정치비용을 감안해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복합도시 추진을 백지화하면 정치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싸우게 될 테고, 지금까지 그 정책을 고려해 생활하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사회적 손실도 발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 정권이 기존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면 누구나 법안을 고치려 들 텐데, 그런 낭비가 또 어디에 있겠나. 미국에서도 부시가 해놓은 것을 오바마가 마음대로 못 고치지 않나. 세종시특별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예산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없던 일로 하면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반면 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은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계속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이 있으면 비록 늦었더라도 이를 재고해 정책의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
“카터 대통령의 제로베이스 예산집행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전년도에 예산이 책정돼 있다는 이유로 그 다음 해에 자동적으로 예산을 주거나 늘리지 않고, 처음 예산을 산정하듯 꼼꼼히 따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산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기 때문이다.”(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행정도시 대신 특화도시?
이들 학회장은 행정도시 건립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지만, 향후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부처를 이전해도 국회, 청와대 등과 소통하기 위해 서울사무소를 설치해야 하고, 타 부서와 소통하기 위해 서울을 오가느라 비용 및 시간을 들여야 하는 탓이다.
또한 행정도시가 서울만큼 인프라를 갖추기 전까지는 그 구성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두 집 살림’을 살아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러나 득과 실의 크기에 대해선 견해가 달랐다. 찬성 측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 전망하고, 반대 측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긴다. 가치관에 따라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다르게 산정하는 까닭이다.
“서울에 집중돼 있던 것이 분산되면 서울은 쾌적한 도시가 될 뿐 아니라 지방의 다른 도시도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 선진국에 비해 수도권 집중도가 심하게 높다. 서울은 물가는 물론, 집값도 비싸다. 너무 집중화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따라서 행정복합도시가 궤도에 오르면 행정이 분할돼 발생하는 비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다.”(이남영 한국정치학회장)
“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수도권의 혼잡 비용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수준이 됐다. 행정이 분할되면 그만큼 능률성은 떨어질 것이다. 영화는 충무로에서 만드는 게 유리하듯, 집적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행정을 분산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지방이 골고루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엇을 억지로 옮겨 그 도시를 발전시킬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유인책을 써야 한다. 울산이 자동차 도시가 되고 당진이 현대제철소가 들어온 뒤 발전한 것처럼 ‘행정도시’가 아닌 ‘특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이대희 한국행정학회장)
하지만 행정도시가 아닌 특화도시를 만든다는 데 대해 찬성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화도시를 만드는 선에선 국토의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찬성 측은 서울의 지속적 발전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운데 행정은 궁극적으로 다른 도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종시가 행정 인구만 사는 유령도시가 되리라는 반대 측의 지적에 찬성 측은 이렇게 반박한다.
“유령도시를 만들지 않으려면 행정부처 이관과 함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강남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도 서울 강남에 교육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반대 측도 교육 기능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을 펴기는 마찬가지다.
“세종시에 국가가 운영하는 질 좋은 학교가 생긴다면 교육열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많이 이동할 것이다. 억지로 개발논리를 펴지 않고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써야 한다. 국민은 경제적 이득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최병대 한국지방자치단체학회장)
정부의 역량은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달렸다. 그 역량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가늠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