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살 주부 이향옥 씨는 말기암 환자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던 그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갑자기 내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 나이에 암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처음엔 ‘왜 내게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나처럼 젊은 암환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박경혜(27) 씨는 레지던트 첫해에 만난 환자를 잊지 못한다.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발견돼 정밀검사를 받으러 온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CT 검사 결과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그는 “담배를 입에 댄 적도 없는데…”라며 당황스러워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맥없이 돌아선 그가 아직 살아 있을지 박씨는 확신하지 못한다.
암환자 12명 중 1명은 2030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 12명 가운데 1명은 20, 30대. 연령별 암 발생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 ‘청년 암환자’ 비율은 전체의 8~9%를 유지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노년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20, 30대 암환자 문제는 발생자 수뿐 아니라 진단 양상 면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병을 키우다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30대의 사망원인 2위가 암이라는 사실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대 인구 10만명당 1626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10만명당 807명)의 2배가 넘는다. 암은 20대에서도 자살, 교통사고에 이어 사망원인 3위를 기록했다. ‘청년 암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암 진단과 동시에 ‘말기암’ 선고를 받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임상 의사들은 “체감적으로 볼 때 중·장년층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5년 전역 후 보름 만에 위암으로 사망한 노충국 씨의 사례는 ‘청년 암’ 문제를 충격적으로 보여줬죠. 노씨는 군복무를 할 때도 계속 복통을 호소했지만, 건장한 20대 청년이 위암에 걸렸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았잖아요. 제대 후 정밀검사를 받고서야 비로소 암인 게 확인됐는데, 그때는 이미 손쓸 방법이 없었어요. 만일 60, 70대 노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을 느꼈다면 대부분 맨 먼저 위암을 의심했을 거예요.”(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 김영우 박사는 6개월 전 세상을 떠난 20대 여성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주위에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바른 생활습관을 갖고 있던 이 미혼 여성도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위암 4기였다. 개복해보니 복막이 파손되고 암이 몸 전체에 퍼져 있어 수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몇 차례 항암치료를 받다 결국 눈을 감았다.
“젊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암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살이 조금 빠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죠. 하지만 사소한 증상이라도 이유 없이 계속되는 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해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결국 암세포가 자라서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은 뒤 구토 증세가 나타날 때, 혹은 내장 출혈로 대변이 새카맣게 변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젊은 층의 경우 직장에서 주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암을 조기 발견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사회·경제적 엄청난 손실
젊은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암 진단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20, 30대에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임신 중 유방암에 걸린 경우. 서울대병원 암센터 노동영 소장은 “아이를 가지면 자연스레 가슴이 부풀기 때문에 종양이 생겨도 통증이 나타날 때까지는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얼마 전에도 20대 환자가 뒤늦게 암을 발견하고 출산 때까지 항암치료를 미루다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청년 암’의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점. 한창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릴 나이에 암 진단을 받으면 중년 이후 투병할 때와는 또 다른 문제로 고통을 겪게 된다.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윤영호 박사가 2005년 위암 진단 후 28개월이 지난 환자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암 진단 당시 직업을 갖고 있던 환자 가운데 조사 당시까지 계속 같은 직장에 다니는 환자의 비율은 51%에 그쳤다. 20, 30대 환자는 5명 가운데 1명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암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한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느꼈으며(37%), 쉽게 피로를 느낀다(50%)고 답했다.
자궁경부암으로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들은 성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윤 박사가 자궁경부암 완치자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은 환자가 성관계 중에 통증을 느끼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5.6배나 높게 나타났다. 성행위 자체에 두려움을 갖는 비율도 6.7배 높았다.
젊은 암환자는 결혼, 임신, 출산에서도 큰 고통을 겪는다. 윤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젊은 층에 많이 생기는 고환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을 치료할 때 환자의 임신과 출산 계획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난자와 정자를 미리 채취해 보관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의식이 확산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모든 암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젊은 층이 노년층에 비해 자기 삶의 질을 더 낮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환자의 경우 더 강도 높은 치료를 받고,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받으며, 난관을 극복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과 사회에서 느끼는 삶의 질이 실제로 많이 낮아지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조기 진단이 최선의 대책
윤 박사는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암위원회(President’s Cancer Panel)’를 두고 암 생존자들이 취업, 결혼, 출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립암센터 등을 중심으로 암 생존자 케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기관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교실 박상민 교수도 청년 암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은 사람이 완치 후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2.5배가량 높다. 젊은 시절 말기 암 치료를 받으면 치료 강도가 세고 남은 수명도 길기 때문에 2차 암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과 별개로, 다른 부위에서 또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항암제 주사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우리 몸에 유해 물질을 쏟아붓는, 일종의 극약처방입니다. 방사선 치료 역시 마찬가지죠. 이 치료를 받은 뒤 살아남은 암 생존자들은 2차 암 발병의 위험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만성피로, 빈혈, 우울증, 수면장애 등에 시달립니다. 이들이 항암치료 부작용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건강 증진, 2차 암 검진 및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20, 30대 젊은이에게 도대체 왜 암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과 윤이화 과장은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로, 가족력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암이 발생한다는 것. 지금까지의 정설은 ‘암은 출생, 성장 과정에서 돌연변이처럼 나타나며 알 수 없는 원인이 너무 많다’라고 한다. 허대석 교수는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 30대가 많이 걸리는 암은 갑상샘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순이다. 대부분 조기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 발병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건강 이상의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20, 30대가 ‘나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더 건강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청년 암 사망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주간동아 인턴기자 최원주(연세대 의대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박경혜(27) 씨는 레지던트 첫해에 만난 환자를 잊지 못한다.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발견돼 정밀검사를 받으러 온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CT 검사 결과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그는 “담배를 입에 댄 적도 없는데…”라며 당황스러워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맥없이 돌아선 그가 아직 살아 있을지 박씨는 확신하지 못한다.
암환자 12명 중 1명은 2030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 12명 가운데 1명은 20, 30대. 연령별 암 발생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 ‘청년 암환자’ 비율은 전체의 8~9%를 유지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노년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20, 30대 암환자 문제는 발생자 수뿐 아니라 진단 양상 면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병을 키우다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30대의 사망원인 2위가 암이라는 사실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대 인구 10만명당 1626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10만명당 807명)의 2배가 넘는다. 암은 20대에서도 자살, 교통사고에 이어 사망원인 3위를 기록했다. ‘청년 암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암 진단과 동시에 ‘말기암’ 선고를 받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임상 의사들은 “체감적으로 볼 때 중·장년층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5년 전역 후 보름 만에 위암으로 사망한 노충국 씨의 사례는 ‘청년 암’ 문제를 충격적으로 보여줬죠. 노씨는 군복무를 할 때도 계속 복통을 호소했지만, 건장한 20대 청년이 위암에 걸렸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았잖아요. 제대 후 정밀검사를 받고서야 비로소 암인 게 확인됐는데, 그때는 이미 손쓸 방법이 없었어요. 만일 60, 70대 노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을 느꼈다면 대부분 맨 먼저 위암을 의심했을 거예요.”(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
|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 김영우 박사는 6개월 전 세상을 떠난 20대 여성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주위에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바른 생활습관을 갖고 있던 이 미혼 여성도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위암 4기였다. 개복해보니 복막이 파손되고 암이 몸 전체에 퍼져 있어 수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몇 차례 항암치료를 받다 결국 눈을 감았다.
“젊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암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살이 조금 빠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죠. 하지만 사소한 증상이라도 이유 없이 계속되는 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해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결국 암세포가 자라서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은 뒤 구토 증세가 나타날 때, 혹은 내장 출혈로 대변이 새카맣게 변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젊은 층의 경우 직장에서 주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암을 조기 발견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사회·경제적 엄청난 손실
젊은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암 진단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20, 30대에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임신 중 유방암에 걸린 경우. 서울대병원 암센터 노동영 소장은 “아이를 가지면 자연스레 가슴이 부풀기 때문에 종양이 생겨도 통증이 나타날 때까지는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얼마 전에도 20대 환자가 뒤늦게 암을 발견하고 출산 때까지 항암치료를 미루다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청년 암’의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점. 한창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릴 나이에 암 진단을 받으면 중년 이후 투병할 때와는 또 다른 문제로 고통을 겪게 된다.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윤영호 박사가 2005년 위암 진단 후 28개월이 지난 환자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암 진단 당시 직업을 갖고 있던 환자 가운데 조사 당시까지 계속 같은 직장에 다니는 환자의 비율은 51%에 그쳤다. 20, 30대 환자는 5명 가운데 1명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암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한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느꼈으며(37%), 쉽게 피로를 느낀다(50%)고 답했다.
자궁경부암으로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들은 성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윤 박사가 자궁경부암 완치자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은 환자가 성관계 중에 통증을 느끼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5.6배나 높게 나타났다. 성행위 자체에 두려움을 갖는 비율도 6.7배 높았다.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암을 진단하고 있다(위).아래는 갑상샘암 진단 과정. 의료진이 환자의 갑상샘 혹 부위를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주사기로 조직을 떼어내고 있다.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모든 암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젊은 층이 노년층에 비해 자기 삶의 질을 더 낮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환자의 경우 더 강도 높은 치료를 받고,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받으며, 난관을 극복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과 사회에서 느끼는 삶의 질이 실제로 많이 낮아지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조기 진단이 최선의 대책
윤 박사는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암위원회(President’s Cancer Panel)’를 두고 암 생존자들이 취업, 결혼, 출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립암센터 등을 중심으로 암 생존자 케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기관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교실 박상민 교수도 청년 암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은 사람이 완치 후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2.5배가량 높다. 젊은 시절 말기 암 치료를 받으면 치료 강도가 세고 남은 수명도 길기 때문에 2차 암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과 별개로, 다른 부위에서 또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항암제 주사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우리 몸에 유해 물질을 쏟아붓는, 일종의 극약처방입니다. 방사선 치료 역시 마찬가지죠. 이 치료를 받은 뒤 살아남은 암 생존자들은 2차 암 발병의 위험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만성피로, 빈혈, 우울증, 수면장애 등에 시달립니다. 이들이 항암치료 부작용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건강 증진, 2차 암 검진 및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20, 30대 젊은이에게 도대체 왜 암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과 윤이화 과장은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로, 가족력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암이 발생한다는 것. 지금까지의 정설은 ‘암은 출생, 성장 과정에서 돌연변이처럼 나타나며 알 수 없는 원인이 너무 많다’라고 한다. 허대석 교수는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 30대가 많이 걸리는 암은 갑상샘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순이다. 대부분 조기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 발병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건강 이상의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20, 30대가 ‘나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더 건강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청년 암 사망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주간동아 인턴기자 최원주(연세대 의대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