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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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뛰어넘거나, 허리띠 졸라매거나

올 패션업계 대기업은 영역 확대, 中小는 내실 강화

  • 이영희 한국섬유신문사 편집국장 yhlee@ktnews.com

    입력2009-01-13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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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뛰어넘거나, 허리띠 졸라매거나

    대형 패션기업들은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갈 태세다. 캠브리지의 클래식 재킷 ‘코벤트가든’.

    패션산업은 불황에 민감하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 항목이 의류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패션기업들은 새해 사업계획을 전년 대비 같은 수준 혹은 ‘소폭 신장’으로 설정한 뒤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사업계획안들은 상반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업체 “위기는 곧 기회”

    2009년 패션시장의 양극화는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대형 패션기업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측면에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갈 태세인 반면, 전문 업체나 중소기업들은 ‘축소 혹은 내실 안정’ 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또한 고가의 명품이나 해외 브랜드 제품은 올해도 여전히 판매 신장이 예상되지만, 서민을 겨냥한 중저가 상품은 고전이 예상된다.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패션 3사(FnC코오롱, 코오롱패션, 캠브리지)는 최대 불황기로 예상되는 2009년을 ‘패션 비즈니스 영역 확대’를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기존 남성복 중심의 사업구도에서 벗어나 미(未)진출 분야로의 확대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

    특히 제일모직은 ‘갤럭시’ ‘로가디스’ 등 남성복 매출 비중이 전체의 40%를 상회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한 여성복, 캐주얼, 패션 액세서리 분야로의 확대로 종합 패션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첫 행보로 40, 50대 시니어 여성층을 겨냥한 ‘르베이지’와 해외 라이선스 진 의류 ‘세븐포올맨카인드’를 올 봄 출시한다. 가을에도 남성 캐릭터 캐주얼을 신규 론칭할 계획이며,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 ‘망고’의 국내 도입 계약을 앞두고 최종 조율 중이다. 이 밖에도 아웃도어 등 미진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LG패션 역시 여성복, 골프웨어, 패션 액세서리 분야를 강화할 예정이다. 프랑스 고급 여성복 브랜드 ‘레오나드’ ‘이자벨마랑’을 도입하는 한편, 중가의 자사 브랜드 ‘TNGT W’를 통해 직장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소비층 확대를 시도하는 것. 또 캐주얼 ‘헤지스’ 라인을 확장해 액세서리와 골프웨어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코오롱패션 역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여성복 ‘산드로’, 남성복 ‘존바바토스’ 등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이 브랜드들의 비중을 더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한 대형 마트나 대리점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온 ‘아르페지오’ ‘스파소’ ‘지오투’ 같은 남성복은 외형적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FnC코오롱은 올해 ‘코오롱스포츠’ ‘헤드’ 등 아웃도어와 스포츠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코오롱패션 3사는 두 자릿수 신장을 목표로 잡아 대기업 가운데 가장 분주한 한 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체질 개선, 재고정리”

    대기업들의 맹공과는 반대로 중견 전문 업체나 중소기업들은 물량을 전년 대비 15~20% 줄이는 한편, 매출이 저조한 매장들을 자진 철수하는 등 비효율 제거에 나선다. 외형 키우기에 초점을 두기보다 판매 부진을 염두에 두고 재고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나선 것. 고환율에 따라 생산비가 20~ 30% 높아졌고, 넘쳐나는 각종 세일로 판매 단가가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되자 ‘살아남기’가 최우선 과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불황 뛰어넘거나, 허리띠 졸라매거나

    아웃도어 업체들은 올해 ‘소폭 신장’을 목표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 수입된 캐나다 아웃도어 명품 브랜드 ‘아크테릭스’의 이미지 컷, 제일모직이 시니어 여성층을 겨냥해 새로 선보이는 ‘르 베이지’, 가수 비가 디자인에 참여한 신규 브랜드 ‘식스 투 파이브’의 쇼룸과 론칭쇼 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

    따라서 이들 업체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보다 소비층을 확보하고 매장별 판매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들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고된 한 해가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라인을 확장하는 ‘업혀가기’식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불황 뛰어넘거나, 허리띠 졸라매거나
    대표적인 예로 여성복 ‘시스템’의 인기를 활용한 남성복 ‘시스템옴므’의 출현, ‘아이잗바바’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세컨드 브랜드 ‘더아이잗’, 캐주얼 ‘코데즈컴바인’의 또 다른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씨코드’의 등장을 들 수 있다. 남성복 ‘지오지아’가 라인 확장을 통해 세컨드 브랜드 ‘지 바이 지오지아’를 선보이는 것도 세컨드 라인 확대 붐의 좋은 사례다.

    세컨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쏟아부어야 할 마케팅 및 홍보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기존 이미지를 100% 활용해 소비층을 자연스럽게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롭게 출범하는 브랜드가 매년 80~90개였는데 올해는 40개로 절반이나 줄었고, 신규 투자 역시 감소하고 있다.

    한편 경기침체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아웃도어 업체들도 올해는 ‘소폭 신장’을 목표로 신중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케이투, 블랙야크, 컬럼비아스포츠 등 5강 브랜드가 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이들 대형 브랜드 역시 시장 장악력은 유지하더라도 성장률은 예년만 못하리라는 시각이 많다. 앞다퉈 매년 30%씩 물량을 늘려오던 이들 브랜드가 새해 들어선 10~15% 선으로 조정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새해에는 단순한 기능성 등산복을 중심으로 한 아웃도어보다 패션성까지 겸비한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또한 해외여행보다 가족 단위 국내 아웃도어 활동으로의 변화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하고 유·아동에서부터 실버세대까지 패밀리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낮은 출산율로 유·아동복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고가 시장과 중저가 시장으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 이 가운데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앤컴퍼니, 이에프이 등 주요 3개 회사는 베이비 라인과 아동 이너웨어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라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들 국내 패션업체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소극적 비즈니스 쪽에 무게중심을 둘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반등을 기대하는 이들 업체는 일단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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