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 ‘바라보다’, 나무에 혼합재료, 133.5×96cm
냉정하게 말해, 그림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나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그림보다 다른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이 낫다. 그림은 수익률이 높지만 빨리 회전시키기는 어렵다. 가치판단의 문제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작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눈은 까다로워진다. 이 때문에 마켓에 나온 작품은 많고 구매는 적어진 지금이 그림을 판매하기에 더욱 어려운 시점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작품을 고르려면 그만한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구매 기준을 ‘돈이 되는 작품인가’ ‘작품성이 있는 작품인가’에 두느냐에 따라 작품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작품성 있는 그림은 갈수록 돈이 되는 작품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 당장 돈 되는 그림이 모두 작품성 있는 작품은 아니다.
따라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투자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트 인베스터들은 돈이 되는 작품만 좇는다. 일시적으론 돈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예술작품은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투자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커지는 분야다.
그림이 재테크가 되는 것은 목적이 아닌 결과여야 한다. 그림이 좋아서 걸어두고 즐겼는데 시간이 흐른 뒤 가격이 상승돼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경험 있는 컬렉터들은 즐기며 감상했던 작품을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팔진 않는다. 상승된 가치 자체를 또 즐기는 것이다. 어떤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너무나 갖고 싶어서 잠을 설쳐본 컬렉터라면 이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바로 내다 팔고 가격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그림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투자자들은 그림이 주는 정신적 만족과 그 그림을 선택한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존감을 평생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예술품 투자의 근본적인 목적은 정신적 만족이다. 이 정도의 느긋함이 밑바탕에 깔리면 그때부터 마음껏 컬렉팅하면서 아트마켓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 구매하는 작품 자체가 구매자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아트마켓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