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일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지음/ 김광수 옮김/ 다산라이프 펴냄/ 236쪽/ 1만2000원
일 때문에 고통스러운가? 일에 통제당하고 있는가? 나의 사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이 일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는가? 나의 정체성이 일에 의해 결정되는가? 실패한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비난받을까봐 늘 걱정하며 살아가는가?
만약 이런 질문에 하나라도 ‘그렇다’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자신과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 혹은 직장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나를 위한 일의 심리학’의 저자 토니 험프리스의 말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일 때문에 번민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분석하고 일과 삶 사이의 균형 찾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일중독 혹은 일 기피 현상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일중독과 일 기피, 이 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일주일에 60~80시간을 일하고, 주말에도 일을 붙잡고 사는가? 일 문제로 부부나 가정의 중요 행사를 포기하며 사는가?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일중독이 아닌지 의심해보라. 일중독은 가정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본인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몰라주는 아내와 자식이 섭섭할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남성 대부분이 일하느라 많은 것을 희생해왔다. 배우자, 자녀, 친구 나아가 자신까지도 말이다. 여가나 휴일은 늘 ‘일’ 뒤에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일’에서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승리했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일을 기피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행동은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들의 표본이다. 시비조로 말하거나 고용주를 험담하고, 긴장하고 두려운 척 행동한다. 이들은 지각이 잦고 업무시간에 졸기도 한다. 조심성 없는 태도에 책임이 따르는 일에는 자원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일 대신 운동, 취미, 대화 등에서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그렇다면 일중독 직원은 무조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언뜻 회사 측에서 보면 일 기피 직원보다는 일중독 직원이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의 에너지도 고갈되게 마련이며, 일중독이 지나치면 동료와의 갈등을 불러와 결국 회사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회사가 직원들의 ‘일’에 대한 고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된 이유다.
일중독과 일 기피 현상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둘의 원인과 결과는 결국 비슷하다. 그 원인은 성공에 대한 지나친 강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일중독으로, 혹은 기피로 나타난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다. 저자는 이러한 강박을 주는 주체를 부모나 직장에서 찾는다. 부모나 교사, 직장 상사가 ‘일’에 집착하거나 혹은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면, 그들의 자녀와 부하직원 역시 이런 태도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가 곧 자녀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볼 때, 우리의 걱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면 일에서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의 성취가 삶의 전부였던 태도를 버리고, 삶 속에서 주어지는 수많은 도전 기회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쉽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직장생활은 번민의 연속이다.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부터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 매너리즘에 빠져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등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일’과 ‘나’ 사이의 번민에서 벗어나 ‘나’의 모습을 재정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