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스’의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 영화 ‘샤인 어 라이트’의 한 장면.
팝그룹의 현역 멤버라는 사실이 놀랍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노익장이 새로울 건 없다. 한국사회에서도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는 노년 예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호 뒤에 있는 한국의 노인 현실은 비참하다. 한국의 노인들은 지금 하루에 9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노인 자살률과 노인 학대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높은 자살률과 학대는 다른 모든 사회악이 그렇듯 대부분 가난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중 흔히 쓰는 지표 기준상 가난하다고 분류되는 가구는 두 집 가운데 한 집꼴이다.
얼마 전 건강보험 적용 우선순위로 보청기와 틀니가 꼽혔다는 뉴스가 있었다. 모두 노인건강에 관련된, 그것도 매우 기본적인 항목이랄 수 있다. 이 뉴스의 맞은편에는 한국의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겹친다.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노인으로 최소한 10~15년을 살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7만 시간의 공포’라는 말을 아는가. 60세에 정년퇴직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주어지는 시간은 모두 17만5200시간이라고 한다. 이 중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이 7만 시간인데, 가난한 노인들에겐 이 시간이 ‘7만 시간의 공포’라는 것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하니 한국의 노인들, 아니 곧 노인이 될 중장년은 서서히 ‘7만 시간의 공포’로 진입하는 것이다.
한국 노인들은 ‘7만 시간의 공포’로 진입
장수촌으로 유명한 곳으로 파키스탄의 히말라야산맥 아래 훈자마을이 있다. 평균연령이 100세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이 마을은 건강한 노년을 기원하는 한국 노인들 사이에서 낙원과도 같은 곳으로 통했다. 훈자와 같은 장수촌을 배경으로 한 광고도 많았다. 지금도 그런 광고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 노인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이제 ‘장수하세요’라는 말을 덕담이라며 건네선 안 될 일이다. 영화 제목처럼 경로석과 무료승차권 정도로는 결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